“조경유산을 후배들에게 잘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인터뷰] 심왕섭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04-14
조경계의 다양한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환경조경발전재단 심왕섭 신임 이사장은 새로운 임기 시작부터 법적, 제도적 대응에 바쁘다. 학생부터 지금까지 조경분야 한 길만 걸어온 심 이사장은 “조경 1세대로서 우리분야가 잘못되면 안 된다는 사명감이 있다”며 “다음세대 조경인들에게 좋은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심왕섭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재단 이사장님이 되셨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어려운 시기에 이사장직을 맡아서 부담이 크다. 법 개정 관련된 일을 일일이 모니터링 하는 것만으로도 바쁘지만 그 외의 다른 일들이 많다. 그렇지만 조경지원센터를 비롯해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기에 그것을 믿고 열심히 조경계의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이사장님께서 걸어오신 길이 궁금하다.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 1기로,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전문조경공사업에 뛰어들어 40여 년 동안 몸담고 있다. 그렇다보니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회장직도 역임했다. 살아온 길은 조경분야 하나 외길이다. 사업체인 세림조경건설(주)도 28년 동안 버티고 있다. 과거에는 어음이 부도나는 경우도 많았다. 25번이나 부도를 맞기도 했다. 창업해서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용하다고 생각한다. 

조경계에서 오랫동안 종사하고, 한국조경협회에 이사로 참여하면서 조경계의 다양한 소식들을 많이 접해왔으며, 조경 1세대로서 우리분야가 잘못되면 안 된다는 사명감도 있다. 이사장직이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도시숲법 시행령 제정이 관건이다.

도시숲법 재정당시 재단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토교통부와 산림청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많은 부분 조경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했다. 산림청이 독립적으로 제정했다면 조경계에 불이익이 작용됐을 법이지만, 협약 체결로 조경분야에서도 실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도시숲법 시행령 관련해서는 이는 한국조경협회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행령의 경우는 일반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대응할 수 없다. 전문적으로 모니터링해서 하나하나 틀을 맞춰나가야 한다. 이사회를 통해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보낸 바 있다.(관련기사)


지난달 산림청은 장기미집행 공원 내 도시숲을 조성하는 내용을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업무보고를 했다. 산림청과 국토부의 협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지? 그리고 조경계의 입장은?

국토부도 조경분야의 의견을 반영해서 협의하고 있다. 산림청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공원녹지법 등과 법적으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산림, 국유림에 조성된 공원에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 외에 사유지나 공원으로 지정된 곳에는 도시숲을 조성하지 못하도록 이야기하고 있다.


자연환경보전법에 대한 입장표명도 있었다. 어떻게 해야 윈윈할 수 있을까? 

재단 내부적으로는 한국생태복원협회 외 5개 단체 대표들이 반대를 하고 있다. 생태복원협회나 환경부는 업역이 굉장히 늘어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재단 입장에서는 근본적으로 반대하고, 쉽게 내줄 수는 없을 것 같다. 과거 5~6년 전, 환경부와 재단은 조경의 동의를 받지 않은 자연환경복원업은 신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주고받았다. 이것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자연환경복원업 신설을 담은 개정안이 의원 입법발의라고 해도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재단은 생태조경이 전문분야로서 환경복원 범주 안에 들어오는 것을 주장한다. 조경계 입장에서는 윈윈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전부터 해오던 일을 계속 하는 것으로, 조경에서 이미 하는 일들이 법적으로 어려움이 생긴다면 일을 빼앗기는 꼴이 된다. 영세한 조경업체들이 많다. 그런 영세 기업들을 보호하고 상생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단은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타 부처에서 국토부 소관 업역을 침탈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위기감을 느끼고 대응하고 있다. 국토부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조경의 위치를 인정하고 조경분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토부에서 볼 때 타 분야에 비하면 조경은 매우 작은 업역이다. 그러나 최근 환경문제, 기후문제가 대두되니 국토부에서도 조경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고 있다.


조경은 종합과 전문 둘 다 있기에 대업종화가 더욱 큰 이슈이다.

대업종화에 맞는 대비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조경공사업이 있고, 조경식재공사업와 조경시설물설치업이 ‘전문조경공사업’으로 변경됐다. 여기서 조경공사업과 전문조경공사업이 같아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재단은 조경분야가 종합과 전문 분야로 나뉘는 방향을 유지하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대업종화 이후에는 건축 또는 토목으로 발주가 진행되기 때문에 예전에는 조경이 종합으로 발주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당초 대업종화의 의도와 다르게 시스템할 것이다. 따라서 조경업에서 종합이 없어지고 전문만 남게 되는 결과가 된다면 조경산업 자체가 타 종합건설 산업의 하청분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조경계는 학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졸업 후 조경계로 진출할 때 조경업역이 하도급화 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대업종화 때문에 전문조경업이 일선에서 고통을 겪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부분은 재단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경의 날 환영사에서 조경회관 건립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조경 회관에 대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회관이 만들어 진다면 어떤 활동들이 이뤄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조경의 역사가 반백년이 넘었다. 과거 선배들은 큰 규모의 조경회관을 꿈꿔왔지만 실현되지는 못 했다. 그러나 규모가 작더라도 우선 회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1층에는 작지만 젊은 조경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면 자유롭게 모여서 상의하고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로운 공간이 없으니 세대간 단절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조경계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설계작품전시회,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상시 개최할 수 있는 장소로도 사용될 것이며, 학회, 재단 등 관련 단체의 사무실이 들어서게 되면 단체간 서로 쉽게 소통하고 각종 사안에 대한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뤄지지 않기에 임기 내에 첫 단추를 끼울 생각이다.


조경계를 이끌어나갈 리더로서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린다.

그동안 조경 1세대로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다음세대 조경인들에게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다. 이에 따라 재단 이사회에서는 30대 젊은 이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조경유산을 후배들에게 잘 넘겨줄 수 있도록 선도적으로 일하겠다. 조경계 여러 단체에서도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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