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까다로운 수경시설의 단점을 극복”

[인터뷰] 김봉진 아리울씨앤디(주) 대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2-07
‘물’에는 공간의 분위기 전체를 바꾸는 힘이 있다. 잔잔한 호수가 주는 평온함이 있고, 역동적인 분수가 주는 활력이 있다. 물이 가진 강한 힘은 공간에 엄청난 매력을 부여한다. 반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수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수경시설 미가동 시기에는 경관상 좋지 않은 흉물로 전락하기도 일쑤다.

아리울씨앤디는 ‘독자적인 디자인’과 ‘제어기술’로 수경시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최근 인공지능 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수경시설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경시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열악한 조경계를 위해 수경시설 기획자 혹은 설계자가 고려하고 적용해야할 사항들을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도 했다. 수경시설업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김봉진 아리울씨앤디 대표


아리울씨앤디

아리울씨앤디는 순수한 우리말인 물이란 ‘아리’와 울타리, 영역이란 ‘울’이 더해진 말로 ‘물의도시’를 뜻한다. 씨앤디는 ‘Creation(창조)’와 ‘Design(디자인)’이란 단어의 이니셜로, 하나님의 창조원리에 입각한 디자인을 해 나가고자하는 아리울씨앤디의 본질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이름이다.

아리울씨앤디는 전략기획팀, 공무팀, 자동제어팀, 설계팀, 시공팀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으며, ‘독자적인 디자인’과 ‘제어기술’이라는 두 가지 축을 늘 놓지 않고 걸어왔다. 2010년에 밀라노가구페어에서 강현대 디자이너와 함께 출품했던 작품은 이동식바닥분수에 대한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계기가 됐고, 부산시 상수도사업소 현상공모에서 당선, 설치된 상징조형물은 물의 선순환을 표현한 작품으로 모두 디자인산업진흥원에서 Good Design을 수상한 리울씨앤디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시흥은계 호수공원에 설치된 조형부력분수는 이제껏 없었던 진정한 사계절형 분수로서, 새롭게 Good Design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밀라노가구페어 / 아리울씨앤디 제공


2013 고양시 국제꽃박람회 이동식 바닥분수 / 아리울씨앤디 제공


2013 서울역 롯데아울렛 이동식 바닥분수 / 아리울씨앤디 제공


2016, 2022 서대문형무소 독립입주축제행사 이동식 바닥분서 / 아리울씨앤디 제공


2022 영암 아시아모터스포츠 카니발 / 아리울씨앤디 제공


부산시 상수도사업소 현상공모에서 당선작 음수대 / 아리울씨앤디 제공


부산시 상수도사업소 현상공모에서 당선작 음수대 / 아리울씨앤디 제공


아름답지만 까다로운 수 공간의 단점을 극복

김봉진 대표는 수공간이 주는 장점에 대해 “물은 사람들에게 안정감과 기쁨을 준다. 물에는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무엇보다 여타 조경소재보다 다양한 표정과 생동감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더해 “절대 시간이란 요소가 더해지지 못한, 3차원 상에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요소이기에 더욱 매력적이고, 동시에 어려운 대상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봉진 대표가 ‘수경시설’의 매력에 빠진 것은 이전직장 재직 당시 ‘분당 파크뷰’ 현장에서였다. 파크뷰현장은 아파트현장이었지만 수경시설규모가 대단했고, 공간마다 그 압도하는 매력이 마력처럼 다가왔었다. 어릴 적 낚시터에 빠졌던 경험 탓에 오히려 공포의 대상이던 물에 대한 생각은 해군사관학교, 해병대 공병, 그리고 전역후 몇몇 수경시설회사를 거치며 달라졌고, 종국에는 수경시설에 본격적으로 영혼을 싣고자하는 마음에 직접 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물이 인생에 가장 중요한 대상이 되버린 것이다.

고려대학교 자연대학원 입학하면서 늦깎이로 조경에 입문했고, 주간에 이원조경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며 학업을 병행하며 조경을 배웠다. 몸담고 있던 이원조경의 대표이자 김봉진 대표의 은사이기도 한 이교원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누누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겨울철 수경시설은 삭막함을 넘어 혐오감에 미치는 형상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교원 대표가 조성한 정원에서는 물을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거주하는 청암대라는 곳에는 작게 수 공간을 만들어 계절을 즐기고, 물소리에 취하기도 하고, 물에 비친 풍경을 바라보기도 했다고. 물은 그만큼 어렵지만 동시에 매력적이기도 하다는 의미이다.

수경시설을 계획하고 시공하는 전문가들에게는 동절기를 포함한 미가동시간이 전체 12개월 중 거의 8개월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인 수경시설의 경관성 문제와 더불어 비가동기간의 장기화로 인한 전기기계적인 문제가 발생으로 해마다 재 가동시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특히 조경가에겐 이런 숙제가 늘 상존하고 있음에도 잘 계획된 공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김봉진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 해소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속적인 가동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방법과 하절기에 국한된 이용방법이 아닌 ‘사계절 운용 용이성’과 ‘경관성’을 갖추는 수경시설로 만들어 가야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찾아낸 새로운 대안이 2022년 11월에 준공된 시흥은계호수공원의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한 ‘은계꽃분수’이다. 은계꽃분수는 호수에 띄워진 부력분수인데, 노즐이 보이지 않는 조형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시흥은계의 상징물인 은색의 계수나무꽃 조형물을 설치해 물이 나오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꽃 조형물과 경관조명을 통한 경관미를 확보했다. 심지어 조형물을 둘러싼 부력체가 날개를 펼쳐 시각적으로 전혀 새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은계꽃분수는 11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의 시운전을 시행했다. 사전 예고도 없는 시운전이었는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드론을 띄우고 연신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관심과 환호를 보내기도 해 무척이나 뿌듯하고 흥분된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은계꽃분수에 도입된 기술은 기본적으로 추후 음악분수 변형이 가능한 제어기술을 탑재했으며, 날개가 펼쳐질 때 자동으로 탈착과 더불어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기술 및 모바일을 이용한 운용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이는 지난해 8월, 엘젠社와 함께 AI 기술협약을 통해 이루어낸 결과이다. 단방향성의 보여주기식 시스템을 넘어 관람자와 소통하는 분수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정확히 구현됐다. 추후 사계절성을 살리기 위해 관람자 분석을 통한 운영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계획 중이다.


시흥은계호수공원 은계꽃분수 주간 모습 / 아리울씨앤디 제공


시흥은계호수공원 은계꽃분수 주간 모습 / 아리울씨앤디 제공


시흥은계호수공원 은계꽃분수 야간 모습 / 아리울씨앤디 제공


시흥은계호수공원 은계꽃분수 야간 모습 / 아리울씨앤디 제공


시흥은계호수공원 은계꽃분수 야간 모습(분수미가동) / 아리울씨앤디 제공

시흥은계호수공원 은계꽃분수 / 아리울씨앤디 제공

수경시설업의 정체성 찾기

김봉진 대표가 지난 13년간 수경시설분야에서 활동하며 느낀 업계의 가장 큰 애로는 ‘서자설움’이라고 한다. 조경계의 영원한 서자. 하지만 그 서자가 잘 자라서 이젠 제법 자기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데 아직도 그 존재감이 많이 미약하다고 꼬집었다.

수경시설에 관한 시공사례의 사진집 정도의 책은 찾아볼 수 있지만 수경시설에 대해 학문적으로 학습하거나 직업적으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조경의 영역에 있지만 정작 조경가들은 수경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어 소경의 그림처럼 짐작삼아 그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김 대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래서 조경 설계의 마지막 단계에서 늘 수경이 대미를 장식하곤 하는데, 결국 예산에 맞춘 설계로 종결이 되고 마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수경시설은 보편적으로 따로 배울 수 없기에 대부분 업체별로 도제식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사용하는 용어도 제각각인 경우도 많고, 과도한 설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에 아리울씨앤디는 약 7년간의 김포시 수경시설유지관리를 해오면서 백여 개가 넘는 수경시설의 문제점을 발췌, 수경시설 기획자 혹은 설계자가 고려하고 적용해야할 사항들을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수경시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된 이 노력에 대해 김 대표는 “수경시설업의 정체성 찾기의 첫발”이라고 말한다.


공동체로서의 일체감

창업 후 13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은 많았다. 공동창업자에게 배임 및 횡령이란 누명을 덮어쓴 일, 월세도 막막했던 시기에 더 좋은 환경을 요구하는 직원의 권유로 본사를 옮겼던 일, 다 됐다고 생각했던 일이 하면할수록 미궁에 빠져 새벽녘 귀가하던 직원의 교통사고가 있던 일 등 다양하고도 많은 산들을 넘어왔다.

김봉진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예배를 드리고, 개인의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하며 공동체로서의 일체감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회사 구성원 모두가 크리스천은 아니기에 강압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나를 따르지 말고, 하나님의 질서에 우리를 맞추자’는 경영철학 아래 욕심을 앞세우기보다는 인도함에 따라 질주하기를 원하며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열심을 경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리울씨앤디의 직원들은 평균연령이 30대 중반으로 매우 젊지만 평균근속년수는 6년을 넘는다. 무엇보다 가족친화형 프로그램과 자유로움 속에 질서를 추구하는 회사의 운영방식은 지난해 전 직원의 주어진 완벽한 휴가사용을 가능하게 했고, 자유로운 출퇴근과 재택근무를 통해서 근무의 탄력성으로 효율적인 회사운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


‘아리’와 더불어 ‘울’의 영역으로

아리울씨앤디는 이제 물을 뜻하는 ‘아리’와 더불어 있는 ‘울’의 영역으로 도전한다. 물이 아닌 또 다른 소재인 ‘흙’이란 세상의 근원으로 생애주기(LCC)를 마친 후, 오염 없이 자연으로 회귀되어지는 흙을 이용한 제품 RnD에 도전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흙을 이용한 조형물 선 시공 사례로 김포시에 한강중앙공원에 위치한 물놀이 시설이 있다. 여기엔 이제껏 없었던 3가지의 도전적 시도를 했는데, 첫 번째는 물놀이 시설의 사계절화를 위한 시그니처적인 테마를 정하고 존재감 불어 넣기, 두 번째는 물놀이 시설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수질관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무독성 소재 사용, 마지막으로 경관성을 높이기 위한 경관조명을 통한 야간 경관성 확보이다.


김포시 한강중앙공원 물놀이장 주간 모습 / 아리울씨앤디 제공


김포시 한강중앙공원 물놀이장 주간 모습 / 아리울씨앤디 제공



김포시 한강중앙공원 물놀이장 야간 모습 / 아리울씨앤디 제공


김포시 한강중앙공원 물놀이장 겨울철 모습 / 아리울씨앤디 제공


김포시 한강중앙공원 물놀이장 겨울철 모습 / 아리울씨앤디 제공


김포시 한강중앙공원 물놀이장 겨울철 모습 / 아리울씨앤디 제공

아리울씨앤디는 독창적 디자인과 전지구적인 관심사항인 ESG적 사고를 기반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부담을 지우지 않는 소재와 기술개발에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수경시설계의 애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리울씨앤디의 모든 작품에서 ‘아리울스럽다’는 말이 떠오를 수 있도록, 빠르지 않아도 단단하고 무던하게 가고자 하니 지켜봐 주시고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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