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구애 없이 식물을 스타일링 하는 ‘가든 스타일리스트’
[인터뷰] 김원희 가든 스타일리스트(엘리그린앤플랜트 대표)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9-07-07
김원희 가든 스타일리스트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구현된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이 인기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기에 자연에 대한 요구도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사람들은 이제 어딜 가나 식물을 원하고 있다.
김원희 엘리그린앤플랜트는 스스로를 ‘가든 스타일리스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장소에 구애 없이 식물로 스타일링한다는 의미다.
가든 스타일리스트
2017년 경복궁에서 열린 ‘서울 패션위크’가 스스로를 ‘가든 스타일리스트’라 부르게 된 계기이다. 런웨이에 식물을 더해 자연스러운 정원으로 만드는 작업 중에 만난 패션 스타일리스트와의 대화에서 얻었다. 이미 있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패션 스타일리스트처럼 식물을 땅에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곳에 스타일링한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그녀는 정원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 작업들을 진행하며 새로운 개념을 제안해보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장소에 구애 없이 식물로 공간을 연출하는 작업들도 꾸준히 해왔다. 한 달에 한 번씩 아파트나 빌라, 카페나 비앤비(Bed and Breakfast), 갤러리, 사무실 등 주어진 상황에 맞게 식물로 스타일링 하는 프로젝트다.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며, 보다 더 나은 공간을 위해 건축 강의를 듣기도 한다.
건축에 정원을 도입하면 공간이 아름다워진다
패션쇼 식물무대, 카페 화분작업 / 김원희 제공
그녀가 처음 조경을 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생활 중, 퇴근 후나 주말에 꽃을 배워 작은 꽃집 차리는 것을 꿈꾸는 일본 오피스레이디들이 다니는 꽃 스쿨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이 첫 시작이었다. 이전 패션관련 일을 할 때부터도 식물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스스로 식물 키우기는 물론 압화나 기념일에 꽃을 장식하는 일들을 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생가지를 활용해 장식물들을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기도 한다.
식물이 왜 좋으냐는 질문에는 “그냥 좋다. 왜 좋은지 설명할 수 없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답했다. 피었다 사라졌다가 다시 피는 것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6년간의 일본생활 중 일상의 행복 또한 슈퍼에서 파는 예쁜 꽃들을 사는 것이었다고 한다. 쇼핑을 하고 난 뒤 자전거에 꽃을 싣고 오면 더할 수 없이 행복하다고. 식물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 와서도 이어져 원예치료 공부를 하기도 했고 결국 정원에 이르렀다.
해외의 동영상들을 통해 세계에 아름다운 정원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생각보다 한국에 자료가 많이 없음을 깨닫고 좋아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독학을 시작했다. RHS관련자료, 아우돌프 등을 파고들면서 식물을 키워보고 정원을 조성해보기 시작했고 이후 경기정원문화박람회나 일본 가드닝 월드컵에서도 수상하는 등 이름을 알리게 됐다.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패션이든 정원이든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녀가 정원을 조성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꼽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기본적으로 식재기술이 뛰어나고 생태적이어야 하지만, 기술적으로, 기능적으로만 정원을 조성한다면 디테일에 의해서인지 식물에 의해서인지 무언가 부족하다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들이 정원에서 감성을 일으키고자 한다면 바람이 불 때 식물의 운동감, 보다 세련된 컬러감을 어떻게 아름답게 표현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모든 구성 요소들이 적절히 조화하고, 질감, 입체감, 공간감 등이 모두 잘 어우러지는 것이 최상의 상태일 것이다. 오래 전부터 예술분야를 관심 있게 봐온 터라 미적인 측면을 소홀히 하지 않고, 아름다운 자연과 정원을 더 많이 보기위해 시간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매년 첼시 플라워에 가서 많은 정원들을 돌아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식물소재를 활용할 때는 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쭉쭉 뻗은 나무보다는 다관의 형태를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작업하는 정원은 공간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따라 외대를 심는 것과 다관을 심는 것은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선에 더욱 신경을 쓴다.
작은 공간일수록 나무의 선 하나로 공간의 포인트가 확 살아난다. 그만큼 나무의 존재감이 크다
다관식물을 구하는 것은 어렵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다관식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생산자 입장에서는 대량공급이 어렵다는 문제가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니 트렌드를 읽고 다관식물을 많이 생산해주길 바라고 있다.
2018 세계가든플라워쇼 최우수상 수상작 ‘A Little Journey’ / 김원희 제공
개인주택정원 / 김원희 제공
그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 디자인의 자연스러움뿐만 아니라 관계의 자연스러움까지 포함하고 있는 말이다. 클라이언트와의 공감대를 형성해 서로가 만족하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움이 필수다. 현장을 꼼꼼히 살피는 만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클라이언트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핀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원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특성을 파악한 후 정원을 제안하는 과정이다. 바깥에서 차를 많이 마시는 스타일이라면 차를 마시거나 산책하기에 좋은 디자인, 장미를 좋아하면 장미를 활용한 공간을 제안하는 등 몇 가지 포인트를 정한다.
“신뢰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정원을 만드는 것은 클라이언트를 잘 이해하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나의 감각으로 풀어주는 일이다.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서로가 만족하는 정원을 만들 수 있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정원 조성 이후에도 클라이언트와 편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도 있지만 비전문가로 시작했기에 정원에 접근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보다 쉽고 친절하게 조언해주는 것을 아끼지 않는 탓도 있다.
정보전달자
작업한 정원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공부하는데 기꺼이 몰두했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해외의 자료들을 찾아가며 공부했던 터라 보다 많은 사람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대학이나 지자체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정원을 교육하는 일은 그녀에게 큰 즐거움이다.
특히 그녀가 좋아하는 피트 아우돌프에 관해서는 연구회를 만들어 그의 작품과 철학을 연구하고 답사를 다녀오기도 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다큐멘터리 ‘다섯 번의 계절 : 피에트 우돌프의 정원’을 한국에 소개하고 영문자막을 번역하기도 했다.
그녀의 첫 번째 책 『세계의 정원 디자인』은 그러한 열정의 산물이다. 곳곳에서 참고서나 교재로도 쓰이고 있다. 두 번째 책은 내년 상반기 정원가꾸기 실용서로 현재 준비단계에 있다고 한다.
-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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