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서고가 철거 VS 활용, 시민의 선택과 미래 엿보다
“이분법적 접근 경계해야…시민이 온전히 주체 돼야”
부산 동서고가에 대한 3번째 공개 세미나가 지난 23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철거 방침인 부산 동서고가에 대한 3번째 공개 세미나가 지난 23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준) 주최로 열렸다.
이번 3차 세미나는 ‘파리, 뉴욕, 서울 그리고 부산 동서고가 시민의 선택과 미래를 엿보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행사에 앞서, 김경조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사장은 “이제 일상이 돼버린 기후위기는 인류의 미래를 지울 수도 있는 가장 강력한 위기가 됐다. 우리는 무엇을 우선 삼아야 할까. 먹고 사는 일 너무도 중요하다. 다만 그 일로 인해 스스로를 위협하는 폭력적 개발과 발전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라며 인사말을 열었다.
김경조 이사장은 “그런 점에서 동서고가는 지금과는 다른 시선과 방법으로 자신을 대해 달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에게 성급히 판단 말고 우회하는 지혜를 발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철거냐 존치냐의 이분법적 접근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아직 시간이 많다. 관련 논의를 담금질해 정성을 들이면 모두에게 이익되는 시간을 만들면서 쓸모있는 장소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세미나의 개최 목적과 방향은 좋은 것, 바람직한 것으로 전환이다. 그것은 동서고가의 현명한 이용이고, 시민의 마음과 의지에 따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누려보지 못한 세계로 전환하는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민이, 지역주민이 온전히 주체가 돼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 본다”라고 말을 마쳤다.
첫 발제자는 오준식 베리준오 대표디자이너가 ‘동서고가 길인가 공원인가 “디자인 부산”’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서울로 7071’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핵심 관계자 중의 한 사람으로 지금껏 이야기했던 부산동서고가와는 다른 결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준식 대표디자이너는 “디자인은 비지니스의 시각화 작업이 아니라 비지니스의 콘셉트 작업이다. 베리준오 디자인센터의 디자인 활동 중 서울로 브랜딩과 공공디자인 연구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통해 선행적 디자인 활동이 사업목적과 환경 디자인을 어떤 관계로 정리하고 정의할 수 있는지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라며 “또한 훌륭한 성과를 위해 디자인이 투입되는 시기에 대한 판단사례를 생각하는 시간을 공유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산 동서고가도로 공원화 시뮬레이션 / 정주철 부산대 교수 제공
부산 동서고가도로 공원화 시뮬레이션 / 정주철 부산대 교수 제공
부산 동서고가도로 공원화 시뮬레이션 / 정주철 부산대 교수 제공
두 번째 발제자는 정주철 부산대 교수가 ‘부산의 대담한 프로젝트 동서고가 활용방안’이란 주제로 동서고가를 바라보는 관점을 부산 변화의 큰 축으로 설정했다.
정주철 교수에 따르면, 부산의 도시문제로 인구는 2018년 기준 344만1,453명으로 1990년 대비 35만6,113명이 줄어 약 10%의 인구가 감소했음에도 교통량과 탄소배출량은 증가 추세라고 지적했다. 반면 녹지와 공원은 부족한 상태라며 ▲산림, 하천 등 자연지형 형성에 따라 대규모 오픈스페이스 공간 부족 ▲200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화로 시가화건조 지역 면적 증가로 구도심 지역의 녹지공간 절대적 부족 ▲생활권 공원 및 선형녹지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 불충족 ▲기존의 파편화된 녹지를 선형녹지를 통한 연결 및 확장 필요 등을 언급했다.
그는 동서고가 시나리오를 ‘철거’와 ‘존치 및 활용’으로 2가지 버전의 시나리오를 얘기했다.
첫 번째로 ‘동서고가 전 구간이 모두 철거된다’ 시나리오에서 철거된 공간을 도로화하는 방안을 얘기했다. 그럴 경우, 고가 구조물 철거로 시야가 확보된다는 장점은 있으나, 막대한 철거비와 건설폐기물 발생, 기존도로 확장 등으로 매연, 소음문제 지속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또 철거된 공간에 선형공원 및 넓은 보행도로를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가 구조물 철거로 시야 확보, 보행 및 녹지공간 활용이 장점으로 얘기됐으나 막대한 철거비와 건설폐기물 발생, 녹지 및 보행공간 확보에 대한 갈등 해결 및 예산 확보 필요가 단점으로 제기됐다.
두 번째로 ‘동서고가를 존치하고 활용한다’ 시나리오에서 전 구간을 존치하고 활용할 경우, 국내 최장 선형공원,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소화, 동서고가 주변지역 재개발활성화 등의 이익이 야기됐다. 반면 고가로 구조물 존치로 인한 주민갈등 해결과 유지비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더불어 일부 구간 존치 및 활용할 경우, 일부 구간 존치로 도심의 부족한 공원·녹지제공, 인접구간 철거로 인한 주민갈등 완화, 명소화 등의 장점이 야기됐다. 반면, 선형공원의 연속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정주철 교수는 ‘미국 마이애미 자전거도로 계획’의 고가인프라 활용 사례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건축가이자 자전거 애호가 Bernard Zyscovich는 마이애미의 Rickenbacker Causeway를 따라 분리된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계획했다. 또 마이애미 구역별 보행 및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커뮤니티에는 안전하고 형평성 있는 접근성과 이동성, 연결성을 제고하고 오픈스페이스를 제공했다.
정주철 교수는 존치 및 활용 시, 부산시 주요 정책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에 대해 언급했다. 2040 부산공원녹지기본계획의 녹지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이어줄 수 있으며 동서고가는 중심네트워크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그린웨이로 활용할 경우 중심 녹지축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글 _ 주선영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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