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스마트가든,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이유

정경진 논설위원(㈜휴론네트워크 대표이사)
라펜트l정경진 대표l기사입력2023-04-06

스마트가든,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이유




_정경진 ㈜휴론네트워크 대표이사
가천대학교 도시계획및조경학과 겸임교수
중부대학교 원격대학원 정원문화산업학과 겸임교수



최근 스마트가든(Smart Garden)이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가든은 산림청의 생활 사회기반시설(SOC)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고, 일상생활 속 정원 확대를 위한 신규 사업으로 추진되면서 공공시설, 산업단지, 의료기관 등 다양한 실내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휴식 공간 제공을 목적으로 활발히 조성되고 있다.

산림청은 2020년 4월, ‘스마트가든 조성 관리 지침서’를 배포하였고, 2025년까지 스마트가든을 1,800개소 정도로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제2차 정원진흥기본계획, 2021),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산림청 50%, 도비 15%, 시·군비 35%의 예산을 확보하여 스마트가든을 조성하고 있다(http://www.knnews.co.kr/news).



스마트가든 설치사례(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2022)

정원(Garden)은 기본적으로 환경을 개선하고 생태적 건강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휴식과 여가의 장소로서, 인공화된 도시환경에서 소중한 녹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스마트가든도 비록 설치 공간이 한정된 소규모의 실내 정원이긴 하지만, 고된 업무에 지친 시민들에게 짧은 휴식과 여가,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스마트가든의 확산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스마트가든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식물 관리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유지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지능형 정원’이라는 점에서 4차산업혁명과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시의적절한 신사업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필자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좀 찜찜하다. 스마트가든은 지난 2~3년간 빠르게 성장하였고, 일견 성공적으로 확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사회의 새로운 정원문화이자 산업으로서 스마트가든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어떠한 새로움과 혁신을 선도할지 선명한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스마트’라는 재기발랄한 단어와 ‘정원’이라는 유서 깊은 단어의 조합을, ‘융합’이라는 유행어로 황급히 포장해 봐도 어색함이 여전하다.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생략되고, 학술적 기반이나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 미숙한 채, 구호만 요란했던 수 많은 사업들이 정부지원금의 중단과 함께 쓸쓸히 사라져가는 것을 경험적으로 숙지한 의심 많은 세대들은 스마트가든의 성급한 성장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심의 원인은 무엇일까? ‘스마트가든’이란 무엇일까?


* 국내외 스마트가든의 정의

1. 스마트가든이란 실내공간에 적합한 식물소재와 식물자동화 관리기술을 도입해 치유, 휴식, 관상효과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원이다(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2022).

2. 스마트가든이란 실내공간에 적합한 식물소재와 관수·조명·공조 제어 시스템이 자동화된 식물관리기술이 도입된 실내정원이며, 신개념 정원 패러다임이다(서울시 푸른도시국, 2021).

3. 스마트가든이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여 유지관리비용을 최소화하고 치유와 휴식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정원을 말한다(https://www.lafent.com/inews).

4. 스마트가든이란 공기정화 식물과 자동급수시스템을 갖춘 사계절 실내 정원으로, 일상생활을 실내에서 보내는 시민의 정주 환경을 개선하고 심신 치유,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다(Google).

5. A smart garden is a high-tech gardening solution that allows users to monitor and control their plants' growth and health using sensors, automation, and mobile apps. By using features such as automated watering schedules, soil moisture sensors, and LED grow lights, smart gardens make it easier for people to grow plants in their homes, regardless of their level of experience or available space(ChatGPT).

필자는 검색을 통해 그동안 국내외에서 언급된 스마트가든의 정의를 살펴보았고, 그 과정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개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정의된 스마트가든은 공간적 측면에서 실내 공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내용적 측면에서 관리가 용이한 실내 식물을 포함하여, 사물인터넷(IoT)기술이 적용된 화분, 수직벽면 또는 큐브형태의 소공간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기술적 측면에서 센서와 모바일앱(Mobile Apps.) 등 식물관리시스템의 자동화를 통한 인간개입의 최소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가 느꼈던 스마트가든의 불안한 미래, 무언가 찜찜하고, 모호하고, 어색했던 이유를 몇 가지 추정해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기존 스마트가든의 정의가 정원의 본질적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첨단의 유지관리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가든은 우리들에게 ‘가드닝’이라는 본질적인 기쁨을 줄 수 있을까? 정원을 가꾸는 일이 사람들에게 힐링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건강한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기쁨, 죽어가는 생물에 대한 연민, 인간도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일원으로서 다른 생물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려는 본능이 집약된 인근(隣近)의 서식처이기 때문이 아닐까?

정원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원을 산업이기 이전에 문화로 인식하고 있고, 오랜 역사 속에서 소멸되지 않고 사람들 곁에서 ‘위로’라는 역할을 담당해 오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가든은 식물 관리 자동화 및 비용절감에 초점을 둔 협의의 스마트가든을 넘어, 정원이 시대의 문화이자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원이 인간에게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적 기능이 공진화(Coevolution) 할 수 있는 통합적 정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스마트라는 광활한 개념을 너무나 협소한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의 사전적 정의는 눈치 빠른, 영리하거나 똑똑한 것, 인공지능, 다기능을 의미하며, 전자기기의 경우 사용자가 기능을 확장, 재구성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를 의미한다. 결국, ‘스마트’라는 단어의 핵심 개념은 인간의 지능을 보완하고, 기능을 확장하며, 사람, 사물 간의 신속한 연결을 추구하는 모든 이론과 기술을 아우르는 포괄적 의미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가든을 단순히 센서에 의해 식물관리를 자동화하는 사물인터넷(IoT) 제품 정도로 한정한다면 ‘스마트’라는 용어가 지니고 있는 거대담론과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정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날 스마트기술의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정원을 조성하는 전 과정, 즉 현황분석, 설계 및 시공, 유지관리 등의 세부 공정에서 디지털 정보기기를 연결한 자동화, 지능화된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하여 정원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모든 정보를 상호 연결하여 정원의 기능과 가치를 더욱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마트가든의 개념적 확장이 필요하다.


전통적 정원 조성 기법과 스마트기술의 융합

세 번째는, 스마트가든의 조성 과정에서 정원생산자의 지식, 경험, 철학, 예술적 감각 등이 외면되고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협의의 스마트가든은 정원생산자와 의뢰인의 교감, 대상지 고유의 환경특성 분석 같은 절차가 불필요하다. 스마트가든이라는 하나의 상품은 전원 공급이 가능한 어디에서든 설치가 가능하며, 도입 가능한 식물군은 타입별로 이미 정해져 있고, 정원가의 생태학적 지식과 경험, 디자인적 감각 보다는 기계설비, 전자통신, 디지털 센서 등의 성능과 가격이 중요하다. 스마트가든 시장에는 제품의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가 있을 뿐, 정원가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될지도 모른다.

스마트가든의 주요 구성 요인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술일 것이다. 단순하게 화분과 스마트기기를 연결하여 식물을 편하게 기르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등 다양한 도시서비스와 연계성을 강화하고, 스마트가든이 과학기술에 의해서만 자연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조경가, 정원가와 상호작용하여 정원의 기능 및 이용자의 니즈를 포함한 디자인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우경숙 등, 2021).

확장성(Scalability)이란 말이 있다. 부하가 증가해도 좋은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 서비스나 응용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성능 요구에 맞게 향상 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같은 맥락에서 스마트가든의 확장성이란 미래의 사회 환경이 변화되어도 정원의 좋은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 미래 시민들이 요구하는 성능에 맞게 향상될 수 있는 정원의 수준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확장성을 고려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스마트가든의 범위를 규정하는 5가지 조건은 1) IoT 기술 등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정원, 2) 스마트 기술의 융합을 통하여 효용성(노동력, 시간, 비용 등)이 향상된 정원, 3) 정원 본래의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스마트기술이 도입된 정원, 4) 정원생산자의 노하우가 스마트기술에 융합된 정원, 5) 미래사회 시민들의 니즈(Needs)가 반영된 정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을 반영하여, 보다 폭넓게 스마트가든을 정의한다면 ‘실내외 공간에서 다양한 자연재료와 인공재료를 이용하여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4차산업의 스마트기술과 정원가의 직관을 융합하여 창조하는 디지털, 데이터, 네트워크 기반의 지능형정원’이라 할 수 있겠다.

스마트기술은 유용하다. 하지만 정원은 인류의 역사에서 상당 기간 동안 일관되게 유지해 온 고유한 실체가 있으며, 그러한 정체성이 스마트가든이라고 해서 소홀이 다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스마트가든은 인간이 할 일을 기계에 떠넘기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 되고, 정원가와 로봇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산업과 문화로 자리매김할 미래정원의 조성 및 관리방안을 도출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정원의 본질은 한 시대의 문화와 산업으로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 곁에 여전히 남겨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사진 _ 정경진 대표  ·  ㈜휴론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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