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의 자연예찬] 한국인은 자연을 사랑하는가 [2]
글_정정수 오피니언리더(JJPLAN 대표)라펜트l정정수 대표l기사입력2023-01-11
정정수의 자연예찬
한국인은 자연을 사랑하는가 [2]
글_정정수 JJPLAN 대표,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
어울림이 만드는 ‘조화’
모든 것의 만남에 대해 잘 어울리는 모습을 표현할 때는 조화로움, 아름다움, 자연스러움이라는 단어들로 표현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갓’ 쓰고 ‘넥타이’ 매고 ‘노란 양말’에 ‘운동화’를 신었다면, 언밸런스를 추구하는 유행을 감안한다 해도 예쁘게 보아주기는 힘든 조합이다.
조화를 이루는 기본은 서로 간의 양보가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양보가 없다면 대립하며 갈등하는 대상 중에 어느 한쪽이 무너져서 공생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서로가 자존심만 내세우며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면 불협화음을 만드는 방향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남녀가 만나는 결혼은 물론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불화를 만드는 행위보다는 양보를 통해 조화를 이룰 때 더 많은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양보에 의해 만나는 것만이 조화를 이룬다.
의상디자이너 Y씨로부터 드레스에 그림을 부탁 받고 ‘아이리스’를 그린 사진이다. 드레스를 캔버스로 생각하지 않고 그림이 드레스보다 두드러지지 않도록 양보하려는 생각으로 콜라보를 완성했다. 드레스의 디자인을 존중하려는 노력은 어울림으로 조화로움이라는 미학적 결과물을 만들었고 생각한다.
사람과 자연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조경이 조화로워야 함은 물론이고 음악, 미술, 문학 등 창작을 위한 예술활동 또한 창작의 과정에 있어서 만남의 조화로움이 결여된다면 그 가치가 낮은 수준의 것으로 반감될 것이다.
자연을 대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볼 때 자연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자연이 만든 모든 것들에 녹아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대체로 자연에 순응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보여준다.
한국인은 자연을 사랑하는가[1]에서 제시하는 ‘우리’라는 것은 양보는 물론이고 비빔밥처럼 모든 재료들로 과하지 않게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것이 ‘조화로움’이다.
만세루 - 한국인의 정신이 만든 조화로움의 극치
현대는 다양한 건축의 양식이 있듯이 그에 따른 수많은 건축자재가 있다. 그중에서도 한옥의 주재료가 나무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비교적 뚜렷한 계절적 환경은 기온의 변화로 인해 건축자재인 목재의 변형을 반복하며 건축의 수명을 단축 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 같은 문제를 완화 시키기 위해서는 계절의 온도 변화에 따른 수축 팽창의 반복을 견딜 수 있는 공법으로 시공을 해야만 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집을 받쳐주는 중요한 기둥을 굵기가 다른 두 개의 나무를 이어서 사용하고 있다는 데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직선으로 다듬어진 목재는 불과 5% 미만이다. 사용된 목재들 모두가 자연에서 얻은 그대로의 형태를 존중해서 사용하고 있다. / 정정수 2019년
즉 사용되는 목재를 조립하는 방법으로 못을 사용하지 않고 결합 부분에 凹凸을 만들어 끼워 맞추는 방법을 만들었다. 삶의 터전이 갖고 있는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소중한 기술이며 문화이다.
조립을 위한 목재의 결합 부분은 건축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모두 감추어지게 되니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거실과 마당을 이어주는 대청마루의 형태를 보면 알 수 있다. 판재를 준비된 크기대로 이용해서 우물마루 형식으로 조립한 모습을 통해 미루어 볼 수 있다.
동백꽃을 4월까지도 볼 수 있는 선운사 ‘만세루’는 마루는 물론 기둥과 보가 결합된 형태가 가감 없이 노출이 되어 있어서 목재건축의 미는 물론 목재를 다루는 정신과 기술을 관찰할 수 있는 건축이다. 옷을 입히지 않은 ‘누드건축물’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경이로울 정도다.
사계절의 뚜렷한 변화를 수천 년 겪으며 살아온 한국인이 만든 세기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선운사 ‘만세루’는 늦은 감이 있지만 2020년에 보물 2065호로 지정됐다.
필자가 생각하는 국내 최고의 고건축으로는 석재건축은 석굴암을 포함한 ‘불국사’이고 목재건축은 선운사 ‘만세루’라고 확신한다. 감히 ‘만세루’를 빼고는 목재건축을 논하지 말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
대들보와 종보를 걸어 놓은 모양에서 볼 수 있듯이 삐뚤어진 나무토막 하나라도 허투루 잘라 버리지 않고 절묘하게 적소에 사용하고 있다. 한국인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사랑과 양보를 통해서 조화로움 만들어낸다. / 정정수 2019년
주춧돌 위에 기둥을 얹고 그랭이 공법으로 선을 그어 凹凸의 형태를 맞게 깎은 후 소금을 넣고 맞추었다. 기둥아래 하얀색은 염분의 흔적으로 보인다. 기둥아래 흙과 나무가 직접 만나지 않게 차단한 지혜와 작은 구멍을 뚫어 공기의 소통을 배려한 것은 건물에 생명력을 갖게 한다. / 정정수 2019년
만세루는 양보를 통한 조화로움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면서 자연을 완전히 소유하는 생명체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사람들이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자연의 생태계에 끼치는 잘못된 영향은 그 이상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게 되고 상상하기 힘든 최악의 변화를 지금 눈앞에 현실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손에는 손가락 다섯 개 모두가 필요하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지배하려하지 말아야한다.
모든 것은 서로에게 물들여지고 물들어간다.
- 글·사진 _ 정정수 대표 · JJ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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