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수목관리도 관광·자원이다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동필 교수l기사입력2022-11-15

수목관리도 관광·자원이다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무들은 겨울동안 물 공급의 한계와 광합성보다는 휴면기를 가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오랜 학습효과의 결과로 엽록소를 해체하면서 옷을 벗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것을 단풍이라고 하고 노랗고 붉은 단풍이 들면서 나무들은 낙엽을 만들고 겨울잠을 자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공원에서도 나무들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수목관리를 시작하는데, 기껏해야 짚으로 된 덮개로 바람을 막아주거나, 최근 효과가 없다는 잠복소를 설치하는 단순한 월동작업뿐이다.

몇 년 전 방송사와 촬영이 있어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이며 임천회유식 정원인 켄로쿠엔(兼六園)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수목관리를 관광상품으로 만든 독특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겨울이 되면 타 지역보다 눈이 무거워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유키즈리(雪吊り)라는 눈매달기 관리작업을 실시한다. 11월 1부터 당기송(唐崎松)을 시작으로 800그루의 나무를 유형에 따라 4가지 방법으로 실시하며 12월 초순까지 작업을 마무리 하고 익년 3월에 해체를 한다. 이 일은 6명의 계약직 전문관리자가 작업을 실시하여 시공을 하는 모습조차도 볼거리가 된다. 또한 야간조명을 하여 밤에도 개장을 하게 되는데 낮과는 다른 풍경으로 인해 가나자와의 시민들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을 한다.


유키즈리
 

유키즈리(야간조명)

프랑스의 사각가로수 박스트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개선문을 바라보는 샹젤리제 거리뿐만 아니라 에펠탑, 뤽상부르(Luxembourg)공원, 튀일리(Tuileries)정원, 베르사이유궁전, 쇼몽으로 가는 길 등 프랑스 전역에서 양버즘나무, 피나무, 칠엽수 등으로 만든 사각가로수를 만날 수 있다. 왜 사각가로수를 만들었을까? 아마도 나무의 성장을 미리 예견하지 못하여 밀식 성장한 나무들끼리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고, 뤽상부르공원을 보면 피나무로 인해 울폐도가 높아진 어두워진 잔디밭을, 햇빛을 좋아하는 시민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잘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사각트리 사이의 잔디밭에서 담소를 나누며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과 안내판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프랑스의 샹젤리제 거리를 벤치마킹하여 정형화한 사례가 우리나라도 있다. 2018년 이후 서울 서초구 일대 반포대로 가로수 6.8㎞의 양버즘나무 724그루도 신호등이나 교통표지판, 공중선 등을 가리는 안전문제 해소와 가로수 뿌리와 지상부의 균형과 건전한 생육을 유도하는 목적이 있다. 그 외 태풍 피해도 예방하면서 시원하고 특색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여 도심 미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도했다고 하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좋은 것 같다. 최근 부산시에서도 ‘중앙대로 가로수 특화사업’으로 시도한다고 하니 부산시민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파리 샹젤리제 사각가로수


뤽상부르공원
 

잔디밭 이용 허용

충북 단양군에 가면 복자기 나무를 가로수로 사용하는데 일명 버섯돌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양버즘나무에 대한 민원으로 가로수를 교체할 때 복자기 나무의 특성을 미리 생각하여 1997년부터 심었다고 한다. 가로수가 가진 가장 많은 민원인 간판을 가리거나 통행에 불편을 주는 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지하고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둥근 반원형 형태로 만들어 시야 확보와 경관개선을 하였고 가을이 되면 붉은색 단풍이 들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가로수는 어린나무를 심어 성장하는 동안 식생기반 강화와 세심한 관리를 통해 지역의 명물로 만들려는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적지적수 계획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단양 복자기 가로수
 

가로수와 간판

관광 차원을 넘어선 자원적 가치를 지닌 낙엽은 매일 청소하는 귀찮음과 더불어 폐기물 처리비용도 발생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나무를 강전정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자연속의 낙엽낙지는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중요한 영양소이지만, 도시의 낙엽들은 귀찮은 존재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늘 궁금한 점이었지만 낙엽낙지가 왜 폐기물일까? 자연 속에서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 되는 것처럼 도시에서도 낙엽퇴비장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특히 여유공간이 있는 공원이나 녹지에서도 낙엽은 폐기물이 되어버린다. 한 때는 떨어지는 낙엽거리를 만들어 일정한 기간 동안 낙엽의 운치를 느끼도록 하는 낙엽프로그램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거리들도 찾기가 힘들어졌다. 반가운 소식은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은행나무 낙엽 20톤을 남이섬으로 옮겨  ‘송파 은행나무길’을 조성하였고, 600톤의 낙엽을 농가 10여 곳에 보온재로 무상제공하거나 친환경퇴비로 활용하여 처리비용 1억원을 절감한 사례가 있다.

일본 동경 소화국영기념공원의 폐기물 종합처리장에는 낙엽낙지 등의 부산물들을 퇴비화하는 퇴비사를 갖추고 있었으며 생산된 퇴비는 자체 거름이나 시민들에게 판매 혹은 배포하고 있다. 우리도 퇴비자원화 시스템이 도입되기를 기대해본다.

탄소중립의 시대에는 관광 목적이 아니더라도 불완전한 생육기반을 가진 도시의 반려나무들에 대한 세심한 수목관리가 필요하다. 더구나 겨울이 되면 혹독한 환경에 사는 나무들의 겨울나기를 도와줄 월동작업이 필요하다. 인간들이 낙엽으로 인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겨울나무들에게 추위보다는 강전정에 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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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p@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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