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막을 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 결과,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13번째 유산으로 확정되었다. 등재심사과정에서 우리가 제출한 대상 중 일부가 탈락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기에 최종 등재된 7개 사찰 모두가 더욱 빛난다. 세계유산위원회에 각국 대표들은 길지 않은 발언시간 동안에 자국유산의 가치를 피력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흔히 사물의 가치를 검증하려는 현상은 크게 한 문화가 다른 문화와 만났을 때와 그동안의 지식이나 기술보다 훨씬 더 진보했을 때 나타난다. 이때 가치검증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진짜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약육강식의 원리와 같이 진정성을 인정받은 대상에게 유산가치의 우위를 내주게 된다.

그럼 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이 다른가? 진짜가 주는 득은 무엇이고 가짜가 주는 실은 무엇인가? 가치는 모두 오래되어야만 높은 것인가? 진정성(Authenticity)은 무슨 뜻일까? 이 의문들을 세계유산 제도에서 찾아보도록 하자.

쉽게 말해 '진정성'이라고 하면 진짜, 완전성은 완결성이란 의미인데 세계유산에서OUV를 만족시키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진정성은 등재를 신청하는 유산이 충족해야할 기본전제다. 등재기준 (i)에서 (vi)에 밝히고 있는데 이 기준은 ‘진정성에 관한 나라 문서’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1994년 채택된 이 문서는 문화재의 보편적 가치를 심의하는데 있어 모든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진정성'을 검증할 것을 밝히고 있다. 즉 세계화와 균일화의 힘에 좌우되는 국제사회에서 힘이 약한 국가라 해도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평등하게 인정받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기능하는 것이 바로 ‘진정성’ 항목이라 할 수 있다.

유산에 내재된 가치를 이해하는 능력은 해당 가치에 대한 증빙자료가 어느 정도의 신뢰성과 진실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자료에 대한 지식과 이해는 문화유산이 본래 지닌 특성과 이후 보유하게 된 특성,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축적된 특성의 의미와 관련해 진정성의 모든 측면을 평가하는 데 필수적인 토대가 된다.

해당 유산관련 증빙자료의 신뢰성뿐 아니라 문화유산에 속한 가치에 대한 판단은 각 문화마다 다를 수 있으며, 동일 문화 안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모든 문화를 존중하려면 문화유산을 주로 그것이 속한 문화적 맥락에서 고려하고 판단해야 한다. 또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를 판단해서는 안되며 과거의 시각으로 현재를 판단해서도 안된다는 기본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이 판단의 구체적 준거는 무엇일까? 문화유산의 유형과 그것의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속성을 통해 그 문화적 가치가 진실하고 신뢰할만 하게 표현되었다면 그 유산은 진정성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들은 형태와 디자인, 재료와 물질, 용도와 기능, 전통, 기법, 관리체계, 위치와 주변 환경, 언어, 다른 형태의 무형유산, 정신과 감정, 다른 내부와 외부 요소 등이다. 이 준거들 중에는 정신과 감정 같은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모호한 비물리적인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모든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문화유산을 특정한 예술적, 역사적, 사회적, 학술적 차원에서 자세히 검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증빙자료는 어떤 것들이 해당될까? 이는 모든 물리적 정보, 서면 및 구두 정보, 조형적 정보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해당 문화유산의 성격과 특수성, 의미,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세계유산 등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발굴하는 것이다. 또한 증빙자료의 진위여부 확인과 포함된 내용의 일치성이 먼저 선행 검토되어야 한다. 

 

많은 유산등재 경험자들의 회고에서 보면 증빙자료에 대한 진정성 측면에서 범하지 말아야 몇가지 과오에 대해 권고하고 있다.

먼저, 자국 유산을 보는 눈에 대해 선입견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자기 자식이 귀해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편견을 가지고 대하면 자기 것이 모두 나아보이는 법이다. 자기 유산을 남과 같은 높이와 관점에서 바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대상을 보편타당하게 평가하는 자세가 진정성을 인정받는 첫 번째 길이다. 물론 대상의 보편타당한 가치에 대한 지식정보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유산의 가치와 증빙자료 모두 해당된다.

둘째는 증빙자료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하게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 증빙자료는 그 시대와 역사적 변화과정 등에서 나타는 특징 등이 명확해야하며 해당분야에서 인정받을 만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 그 자료가 가지는 범세계적 신뢰성은 관련학자들의 비교 연구를 통해 관련 분야에서 인정받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셋째 증빙자료의 내용에서 유산의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어야 한다. 관련성이 먼 자료가 아무리 많다 해도 명확하게 표현된 몇 개의 자료만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자료를 수집할 때 증빙자료의 내용을 확대 해석하지 말고 옥석을 가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세계유산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복원된 유산은 일단 평가에서 가장 불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상 구역 내에서 새롭게 고쳐진 일부 요소 또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대부분의 관리단체에서는 해당 유적의 정비사업을 통해 완벽하게 복원하려는 데 집중한다. 폐허가 된 유적보다 말끔하게 단장된 실체가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확한 복원자료나 원형이 없다면 차라리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성의 의미이다. 가짜보다는 부서진 진짜가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진실은 세월이 지날수록 명확해진다는 말이 있다. 이는 유산등재에 있어서도 오래된 유산의 가치를 발굴하고 연구하여 진정성을 더 확보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도 자기 삶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기록’하여 진정성을 남겨 두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