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평론] 건축가 손명문의 전통한옥 DNA의 창의적 변이 전략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 평론 – 2
라펜트l조세환 명예교수l기사입력2024-01-10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 - 2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 평론 
신한옥 원림건축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미학 읽기 - 2


건축가 손명문의 전통한옥 DNA의 창의적 변이 전략





_조세환 경관평론가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Ⅱ. 건축가 손명문의 전통한옥 DNA의 창의적 변이 전략


부지 바깥으로 남산, 선도산, 월성과 남천, 황룡사지 벌판, 남천 등 주변 풍경이 도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 신라명장 김유신의 서사가 녹아있는 경주 교동의 재매정 유적지 인근 고요한 땅. 자연적으로 역사문화유적지라는 장소적 굴레가 덧씌워져 단층 한옥 건축으로 제한되는 800평이란 작지 않은 땅. 게다가 부지의 가운데를 남북 종단 방향으로 4m 폭의 공공도로를 설치해야 하기에 부지가 동서로 단절되는 운명의 땅. 거기에 부지의 스케일 상, 또 한옥호텔이라는 기능상, 거대한 규모의 건축 집합체로 태어날 수밖에 없는 건축 디자인 규범적 한계성에 직면한 땅.

한옥 디자인의 거인 손명문은 이 기회와 위기의 장면에 직면하면서 웅대하고도 준엄한 근육질 한옥의 건축 자태를 어딘가에 살짝 숨겨둔 채 … 주변 환경과 경관을 내포하고 외연하여 마침내 내 누님처럼 우아하고 정겹기 그지없는 포근한 느낌의 인간·자연의 합일적 ‘건축풍경’으로 대변신을 일으키고 … 마침내 신한옥 건축 서사의 새 장을 열어 제친다. 손명문의 낯익은 낯섦이라는 신한옥 건축풍경 미학 전개와 이해의 키(Key)는 바로 이 건축환경의 위기 극복과 기회의 극대화에 있다. 이 대목에서 다시 궁금해진다. 「신한옥의 건축 풍경」이라니! 또 「낯익은 낯섦」이라니! 도대체 손명문은 무슨 디자인 마법을 일으킨 걸까?


전통한옥 건축 유전형질(Genotype)의 창의적 변이

우리가 규정하는 전통한옥의 문화적 유전형질(Genotype)은 철저하게도 유교, 그중에서도 우주·자연의 운행 이치를 기반으로 삼는 성리학적 인식이다. 유교중심 사회 윤리인 양반과 상놈, 남과 여 등으로 대표되는 수직적 계층 구분과 격리 인식, 우주·자연의 운행 질서로서 음과 양, 사람과 자연이라는 두 개의 기(氣)의 구분, 이들 기의 운행과 조화를 생성의 질서로 세계를 바라보는 성리학적 인식, 바로 이 두 개의 세계와 세상의 인식이 전통 한옥의 문화적 유전형질로 자리매김되어 왔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선 이 유교·성리학적 인식은 더 이상 문화적 규범(Norm)이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젠더의 구분은 더 이상 차별의 이치에 머물지 않는다. 나이나 사회적 지위와 같은 수직적 계층 인식은 더 이상 자유인으로서의 공정과 평등의 정의에 머물 수 없다. 오늘날 우리는 이 전통이 갖는 문화적 도그마에 머물 수 없는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기에 한옥호텔 ‘유와’가 품어야 할 문화적 유전형 질은 더 이상 전통한옥의 그것에 머물 수가 없다.

여기서부터 건축가로서 한옥에 대한 깊은 지식과 오랜 경험으로 단련된 손명문의 문화적 스토리텔링은 빛난다. 전통한옥의 고전적, 유교·성리학적 유전자를 고도의 상상력으로 가위질하여, 남녀노소, 지위고하 막론하고 회색의 도시에서 세상사에 찌든 사람들이 머물면서 얻을 수 있는 ‘휴(休)’, ‘락(樂)’, ‘기(氣)’라는 새로운 문화 유전형질을 과감하게 이식시킨다.

이야기인즉슨, 손명문은 와서[侑], 머물[臥]며 비로소 충분히 휴식하되[休], 새로운 ‘풍경 경험(Landscape Experience)’으로 자신을 즐기고(樂), 마침내 거기서부터 비롯되는 마음의 느낌(Feeling)으로 몸과 마음의 ‘생기(氣)’를 회복해 가라는 강력하고도 지엄한 무음의 외침을 한옥 풍경 깊은 곳에 녹여 새겨 놓으며 새로운 한옥건축 풍경 탄생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손명문의 신한옥은 그렇게 유전형질(Genotype)을 변이시키고 거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외피적 표현형질(Phenotype)을 발현시켜 혁신과 영감이 깃든, 낯익되 낯선 신한옥 건축 풍경의 장르로 진화시켜 나갔다.


전통한옥 건축 표현형질(Phenotype)의 창의적 변이

그렇다면, 전통 한옥의 문화형질(Genotype)을 담을 수 있는 전형적인 표현형질(Phenotype)은 무엇일까? 첫째가 건물(채)의 입면 형상이다. 채의 입면은 건축물 내부와 외부의 단절과 연결의 유연성을 부여하여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등 음과 양의 기(氣) 소통과 생성을 상징한다. 둘째가 건물의 평면형식으로서 채와 담 그리고 채와 담에 의해 형성되는 마당공간을 들 수 있다. 셋째가 마치 한복의 저고리와 치마처럼 우리에게 한옥임을 가장 적나라하게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지붕의 형상일 것이다. 이 세 가지 한옥의 표현형질은 같은 문화적 DNA 형질을 지니면서도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변이되어 나타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한옥이 이 세 가지 전통적 표현형질로 발현되는 전통 한옥의 표피적 형상을 좀 더 세분화해 보면 첫째, 채 자체의 형상을 통해 내부공간으로서의 방과 외부공간인 자연과의 연결 또는 전이공간으로 작동하는 여닫이문, 걸게 문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면서 방과 연결된 대청마루, 툇마루, 정자마루, 누마루 등 마루 형상으로 다변화되어 발현된다. 둘째, 채의 평면 배치형식은 일(一)자를 기본으로 배치되는 채의 수에 따라 기역(ㄱ)자, 디긋(ㄷ), 미음(ㅁ)자 형 등 다양한 배치형식의 집합체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지붕은 맞배형, 우진각형, 팔작형 등의 형태로 구분된다. 매듭짓자면, 전통한옥은 ‘채 자체의 형상’, ‘채의 평면 배치형식’, ‘지붕모양’ 등 세 가지가 대표적, 랜드마크적 표현형질의 발현 사례로 자리매김 된다.

자연상태에서 생물의 유전자는 환경조건이 바뀜에 따라 스스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기도 하고, 돌연변이 없이도 생존 적응의 과정에서 상이한 표현형으로 출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건축에서는 어떻게 새롭게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손명문의 신한옥 건축에 대한 본 논평의 관점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앞에서 얘기한 유교·성리학 기반의 ‘전통 한옥 유전형질을 어떻게 돌연변이 시켰는가’가 그 첫 번째 포인트였다면, 이제 뒤이어 전개할 이야기, ‘한옥의 표현형질은 또 어떤 형상으로 발현시켰는가?’ 이 두 가지 화두가 바로 손명문의 신한옥 건축 풍경 해부의 포인트가 된다.

이렇게 두 가지로 포인트가 압축되니 어쩌면 손명문의 신한옥 디자인이 논리적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정리되는 듯하다. 하지만 학술적 잣대로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 두 가지 논리적 포인트 속에는 인문, 생물, 예술, 건축, 조경 등의 다학제적 만남과 융합적 접근이 디자인 해석의 기제로 얽혀 있는 까닭이다. 또한 이런 융합적 사고의 결과이자 창의적 학문 테마로 동시대에 출현하고 있는 진화건축학(Evolutionary Architecture)에 대한 이해의 눈을 뜨지 않으면 결코 신한옥 건축 풍경의 학술적 의미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명문의 한옥호텔, ‘유와’에 숨어 있는 「신한옥 건축풍경의 미학」에 관한 이야기는 이처럼 더 깊은 학술적 접근과 이해가 맞닿아 있어 사실 논평의 무게가 가볍지 않고, 또한 읽어내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명문이 그려놓은 동시대 신한옥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마땅히 가야할 길을 주 저 할 필요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부터 전통 한옥건축을 표방하는 세 가지 대표적 표현형질의 발현 중 ‘지붕의 형상’1)을 뺀 ‘채(건물) 자체의 평면 형상’, ‘채의 배치형식’ 등 두 가지의 표현형질의 변이를 통해 손명문이 어떻게 한옥호텔 유와를 신한옥 건축풍경으로 발현시켰는지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1) 한옥의 지붕 형상은 전통과 맞물려 거의 상수적 표현형질의 발현 양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논평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사료된다.



<건축가 손명문 약력>



 
건축가 손명문은 30대 후반에 건축개인전 개최를 시작으로 동시대 수많은 건축 작품을 남겼다. 그는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와 국토교통부 건축디자인 평가위원으로 활동하였고, 한국건축가협회상 심사위원, 경상북도 건축대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다.  

대한건축사협회 작품상, 국토교통부 주최 공동주택경기설계 입상, 경향하우징페어 주택공모전 입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바다를 품은 집’과 ‘한옥건축 유와’ 작품으로 경주시 건축상 대상 및 최우수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현재 경주에서 건축사사무소 건·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쏟고 있다.  


그는 고향인 경주에서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2022년도엔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를 통해 우리시대 새로운 한옥의 아름다운 모습을 디자인했다. 헤리티지 유와 외에도 그의 대표적인 한옥 작품으로는 황남관, 소설재, 월성과자점, 위연재, 경주 테라로사 등이 있다.




<편집자주>

2024년 신년기획으로 <경관평론> 코너를 마련합니다. 조경분야에서 공원, 생태, 정원 등 환경관련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조경의 문화화 및 확산 맥락에서 관련 작품들에 대한 평론은 비교적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펜트 <경관평론>의 첫 번째 코너에는 건축가 손명문이 한옥을 설계하고, 작가 황지해가 정원설계한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에 대한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이 게재됩니다.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 평론은 모두 2편으로 구성되는 데, <제1편>은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평론 관점에서, <제2편>은 작가 황지해 작가의 정원 작품에 대한 평론이 개제됩니다. 특히, 제1편은 경주문화원에서 2023년 12월 31일에 발간하는 「경주문화」 제29호에 동시에 게제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Ⅰ. 프롤로그 : 동시대 신한옥 건축의 탄생

Ⅱ. 건축가 손명문의 전통한옥 DNA의 창의적 변이 전략  

Ⅲ. ‘공간건축’과 ‘오브제 건축’의 조합 : 정원과 건축의 관계성 확장 

Ⅳ. 프랙탈 미학의 공간으로 그려내는 건축풍경 전략_원림건축의 발현

Ⅴ. 에필로그 _낯익은 낯섦(Serendipity)의 신한옥의 건축풍경


<경관평론> 코너는 구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당 코너에 경관평론을 기고하실 분들은 lafent@naver. com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사진 _ 조세환 명예교수  ·  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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