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조경가 12인_케빈 콘거

조경·도시디자인 분야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팝업 가드너
라펜트l박명권, 최이규l기사입력2013-10-31

지난 3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꽃 화분을 하나씩 손에 든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더니 이내 잔디 광장 전체에 커다랗게 ‘서울, 꽃으로 피다라는 대형 글씨가 만들어졌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삼삼오오 모여들어 함께 꽃을 심거나 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표정으로 이날의 행사를 즐겼다. 일종의 플래시몹 이벤트인데, 향후 5년간 서울을 녹화시키겠다는 시민 주도 녹색문화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녹지가 부족한 서울시의 환경을 개선하고 화훼농가 등 관련 업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된민관이 함께하는 환경경제 부흥운동으로, 해외에서는 1963년 영국에서 시작된꽃 속의 영국(Britain in Bloom)’캠페인과 1897년 시작된 뉴욕의브루클린 보타닉 가든(Greenest Block in Brooklyn Contest)’캠페인의 예가 있다.

 

또 지난 2011년 겨울에는의자를 설치하라라는 주제로, 지명 초청된 작가들이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서울시 곳곳의 공공공간에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예산으로 개성 넘치는 의자를 만드는 재밌는 이벤트(Take Urban in 72 Hour)가 열리기도 했다.

일종의 ‘Realtime design-build competition’이다.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 도심에는 'Pop Up Beer Garden'이라 불리는맥주정원이 등장했다.

공공정원의 한 유형으로서 이 맥주정원은 미국의 조경회사 ‘Groundswell Design Group에서 설계하고 펜실베이니아원예협회 등과 파트너십을 이뤄 조성되었는데, 과거 주차장과 야외 전시 용도로 활용되었던 공터를 단 2주 만에변신이 가능한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대부분의 시설들은 컨테이너 등 이동이 용이한 것들로 만들어져 공간의 다양한 변신을 꾀할 수 있고, 식자재는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로컬푸드로 공급되어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

 

최근 조경과 도시 분야에서는 공간의 가변적 활용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오픈된 공간에서 일시적 이용을 가능케 하는 이른바 팝업 정원(Pop Up Garden)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팝업 정원의 매력은 적은 예산과 짧은 조성 기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그리고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유연성에 있다. 특히 공간의 가변적 활용은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도시의 새로운 녹색 전략으로 주목되고 있다.

 

이번 연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게릴라 어바니즘, 전략적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 등 도시에 대한 개입적 예술(Interventionist Art)분야의 효시적인 작품을 남기며, 조경과 도시 분야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나가는 팝업 가든의 선구자 케빈 콘거(Kevin Conger)를 소개한다.

 

케빈 콘거 Kevin Conger

미국 CMG Landscape Architecture 대표

 


 

저의 디자인은 개념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실용주의적입니다.

디자인에 있어서 진실성은 항시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입니다.

반면, 의미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가변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 케빈 콘거

 

조경·도시디자인 분야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팝업 가드너

지금 가장 쿨한 조경설계사는 어디일까? Dwell지의 제이미 길린(Jaime Gillin)이 뽑은 회사는 바로 CMG Landscape Architecture(이하 CMG)이다. 강한 소셜마인드, 문화에 대한 젊은 감수성, 대안적 사고. CMG는 우리 시대의 가장 진보적이고, 신나는 조경을 하고 있다. 케빈 콘거는 이 멋진 회사를 설립해 이끌고 있는 리더이다.

 

친구들과 함께 주말 동안에 완성한 크랙가든(Crack Garden)은 말 그대로, 집 뒤뜰에 방치돼 있던 콘크리트 슬라브(slab)를 잭 해머(jack hammer)와 곡괭이를 이용해 부숴 생긴 틈을 이용해 만든 정원이다.

 

불과 500달러 예산, 이틀이 소요된 프로젝트는 2009년도 ASLA 주거부문상을 수상했다. 순전히 아이디어의 힘이다.

 

화초 뿐 아니라, 각종 허브, 채소 심지어 잡초까지도 함께 어울려 자라게 유도함으로써, 억지스럽지 않게 자연의 흐름을 인정하고, 공동주택 거주자(4가구)의 실용적인 요구사항 - 텃밭, 빨래를 널 공간, 아이들 놀이터 등 - 에 부합하였다.

 

1999년 프로젝트인 크랙가든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게릴라 어바니즘, 전략적 어바니즘 등 도시에 대한 개입적 예술의 효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Crack Garden ⓒCMG Landscape Architecture

 

일반적 조경 설계 형식이 부지의 역사와 흔적을 제거한 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라면, 개입적 방법이란 대상지를 보는 렌즈로 디자인을 국한함으로써 장소의 물리적인 환경과 소재에 대한 인식을 극적으로 전환시키는 미니멀리즘적 설계방법이라고 묘사된다. 부지는 기존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촉매적 개입이 새로운 이용을 생성하는 매체로만 작동한다. 이는 과거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 아니라, 과거에 담긴 숨은 아름다움과 잠재력을 찾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크랙가든에 개입된 전략은더하기보다는빼기였다. 새로운 시설물이나 디자인을 추가하기보다는, 과거를 세심하게 제거함으로써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새로운 층(layer)과 재료(material)들을 저절로 드러나게 한 것이다(Project Narrative, 2009 ASLA Honor Award).

 

<환경과조경>에 이미 소개된 적이 있는 팬핸들 밴드쉘(Panhandle Bandshell) 65개의 자동차 후드, 3,000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 등 폐기를 앞둔 소재로 만들어진 초기 작업 중 하나인데, 위트와 화제거리, 독특하고 치밀한 디테일의 공원시설물 또한 조경가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Panhandle Bandshell ⓒCMG Landscape Architecture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 옥상 야외 갤러리에서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화산석 담벼락을 이용해 그 어느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The Ultimate Minimal Garden 컨셉으로 지의류(lichen)정원을 실험하고 있고, 샌프란시스코만 가운데에 위치한 인공섬이자 폐기된 해군기지인 트레져 아일랜드(Treasure Island)에서는 ‘Shared Public Way’라는 혁신적인 도시설계 기법을 개발하고 샌프란시스코시의 공식적인 설계언어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극도로 절제되고 정제된 디테일로서, 버려진 건물의 사이를 주민과 직장인들이 활발히 이용할 수 있는 쉼터, 페스티벌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민트플라자(Mint Plaza)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우수를 조절하는 레인가든 구조로 각광을 받았다.

 

Mint Plaza 민트플라자 ⓒCMG Landscape Architecture

공동글 _ 박명권  ·  그룹한어소시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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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park@grouphan.com
공동글 _ 최이규  ·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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