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반려식물 가로수 독살사건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라펜트l김동필 교수l기사입력2022-03-17
반려식물 가로수 독살사건
글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역사적으로 기원전 14세기부터 가로수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정조 때에 소나무 가로수를 심었다는 기록도 있으며, 근대에 이르러서는 조선 후기 고종 32년에 규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제 치하에서 전국적으로 가로수가 많이 식재되었고, 해방이후 도로관리 업무의 일환으로 건설부에서 시작하여 내무부, 그리고 산림청으로 이관되어 현재는 도시의 반려식물로서 관리되고 있다.
가로수는 「도로법」 제2조(정의) 9. “타공작물”이란 도로와 그 효용을 함께 발휘하는 (...) 교량, 횡단도로, 가로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작물을 말한다. 그리고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3. “산림사업”으로서 (...) 가로수·수목원의 조성·관리 등 (...) 정하는 사업을 말하며,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3. “가로수”란 「도로법」 제10조에 따른 도로(고속국도를 제외한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도로의 도로구역 안 또는 그 주변지역에 조성·관리하는 수목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산림청 고시 행정규칙에서 ‘가로수 조성 및 관리규정’에 따라 가로수를 조성·관리하도록 정하고 있고 ‘가로수 조성·관리매뉴얼(2020)’도 만들었다. 또한 자치법규에 따라 지역별로 ‘가로수 및 도시림 조성관리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인 규정에도 불구하고 전선과의 불합리한 관계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 있고, 도로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최소보도의 폭원은 1.5m로, ‘제4조(식재위치) 1. 보도에 교목을 식재할 경우에는 (...) 물리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차도 경계선으로부터 가로수 수간의 중심까지 거리는 최소 1미터 이상 확보한다. 다만, 도로여건상 불가피한 경우, 가로수관리청이 인정하는 범위에서는 조정할 수 있다’에 따른 규정에 맞은 식재라기보다는 도로여건상 식재여건이 불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보도폭이 넓다고 하여도 1m 이상 확보하여 심는 사례도 많지 않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가로수이지만 연간미세먼지 35.7g을 흡수하고, 여름 한낮 평균기온 3∼5℃ 완화, 습도 9∼23% 상승, 침엽수 조성시 자동차 소음 75% 감소, 나무 1그루당 연간 이산화탄소 2.5톤 흡수, 산소 1.8톤 방출 등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도시환경개선과 미기후완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타벅스 앞 플라타너스 가로수 독살사건 무혐의 처분의 결과는 생명에 대한 너무나 가혹한 처분이라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2021년 7월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예비 매장 앞 플라타너스 가로수 세 그루가 농약 살포로 죽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서대문구청은 검사장비가 망가질 정도로 농약 안전허용기준치의 700배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했고, 해당 건물관리인은 본인이 농약을 부었다고 자수서를 제출하고 780만원을 변상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해당 건물관리인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가로수 세 그루는 돈으로 배상할 수 있는 가벼운 존재이며, 독살한 범인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죽은 나무는 있는데, 범인에게 죄를 묻지 않는 이상한 결과가 되었다.
과거 미국에서 흑인 노예였던 어머니는 태어난 아기가 자기와 같은 불행한 삶을 사는 것보다는 자식의 목숨을 제 손으로 거두는 것이 좋겠다는 선택을 했는데, 법정에 선 그녀가 받은 죄명은 살인죄가 아닌 재물손괴죄였다고 한다. 멀지 않았던 시대의 비극적 사건으로 인간과의 비유가 적절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법정에 선 나무들이 그들의 가치에 대해 대접 받을 날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9년 회화나무 보존을 위해 모인 사람들
2019년 부산 주례재개발주택조합의 공동주택 건설과정에서 주택단지 내 있던 600년 된 회화나무를 두고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소식을 접한 저를 비롯한 지역의 환경단체, 심지어는 수원그린트러스트까지 협력을 하여 현장을 지키자는 캠페인을 하고 언론에 홍보를 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 밤 야반도주하듯 회화나무는 사라졌고 경남 진주의 어느 농장에 이송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리나케 현장을 가보니 잘려진 굵은 가지들의 안타까운 흔적만 남은 채 회화나무는 사라졌다. 이송된 장소를 수소문하여 방문한 결과, 처참하게 잘려진 나무의 잔해를 보고 너무나 황당하고 참담한 마음이었다.
2019년 진주농장으로 이식된 회화나무
나무에 대한 기억을 잠시 잊었었는데, 며칠 전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는 빅뉴스가 들려왔다. 그 때 회화나무를 재이식하는 중 고정 철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불똥이 튀어 나무가 10분 정도 전소를 한 것이다. 그나마 몇 개 나왔던 신초들조차도 계속 생명을 이어갈지 모르는 참담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쉽게 불이 붙었다는 것은 수피 대부분이 말랐다는 것이다. 회화나무는 낯선 땅에서 3년 동안 성장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살던 환경과 완전히 다른 곳에서 어쩌면 죽어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회화나무는 600년의 생명을 이어오면서, 대부분의 노거수에게 나타나는 형상처럼 심재와 변재가 썩어 다소 생육이 불완전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형성층들이 건전하여 천수를 누릴 수 있는 왕성한 나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이 비었다는 이유로 행정기관에서 천연기념물이나 노거수로 지정하지 않은 첫 번째 우를 범하였다. 둘째, 이식을 하더라도 나무가 생명을 다할 수 있는 형성층과 상부를 상당부분 남기고 이식을 해야 하는데 노거수의 상부를 거의 대부분 제거한 채 이식하여 수형도 생명력도 사라져버렸다. 셋째, 재이식할 경우, 생육상태나 생육 부위를 정확히 점검하고 뿌리분의 건전성 등을 체크하여야 하지만, 외견상 몇 개의 신초가 나왔다는 이유와 지역의 몇몇 염원들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준비 없이 무식하게 감행하였다는 것이다.
2022년 재이식후 불에 탄 흔적
그로 인해 회화나무의 운명도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나무는 살아있는 것인가 아니면 죽은 것인가? 나무는 이렇게라도 살고 싶을까 아니면 죽고 싶을까?
우리는 탄소중립과 폭염 완화, 미세먼지 저감을 외치고 있지만, 코로나라는 인류의 재앙을 목전에 두고서도 가로수나 노거수 하나쯤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도시의 반려나무는 기반만 좋다면 그냥 두고 보기만 해도 최상의 관리가 아닐까?
우리가 동물이나 식물 그리고 모든 존재들에 대하여 알게 되면 될수록 유사성을 발견하게 되고, 공감의식, 때로는 예기치 못한 상호의존이 나타나서 존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 인간도 파괴되기 쉬운 하나뿐인 지구공동체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동물과 식물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유기체로도 볼 수 있는 이 지구를 위한 보다 확실한 보호대책을 강구해야하지 않을까?
- 글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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