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인공지반녹화의 현재와 미래

글_김진수 논설위원((사)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 ㈜랜드아키생태조경 대표이사)
라펜트l기사입력2021-08-17
인공지반녹화의 현재와 미래!
– 과연 인공지반녹화는 도시문제 해결사의 역할이 가능한가?



_김진수((사)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
㈜랜드아키생태조경 대표이사))



‘Zeitgeist(짜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확립시킨 말이다.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자세나 태도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시대를 조금 구분하여 20세기의 시대정신을 보자면 ‘지식의 발전’이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100년 동안 인간의 지식은 순식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그 발전을 토대로 우리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으며 지구의 인구는 20억 명에서 거의 4배인 78억 명으로 늘었다. 그 결과 지구의 생태계는 인간이 지배하게 되었고 다른 종들은 쇠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며 또는 무엇이 될 것인가? 기후위기, 파멸 혹은 우리의 행동결과에 따라 조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의 지식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는 이 글의 말미에 다시 한 번 언급해보겠다.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라는 단어도 생태학에서 유래되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두루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 본디 자연은 스스로의 회복력을 근본으로 한다. 인간의 간섭으로 인해 그 회복력을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그래왔다. 그것은 자연이라는 단어의 말처럼 ‘스스로 그러한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회복력’으로 불리는 이 단어는 자연을 훼손하고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훨씬 더 필요한 단어이다. 그런 이유로 인공지반녹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고대의 바빌론이나 고대 이집트의 옥상조경이 인공지반녹화의 효시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특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특정한 목적을 위한 옥상조경에 불과했다. 그리고 북유럽의 옥상녹화도 추운 지방인 그곳의 특성 상 주변에서 구하기 쉽고 단열효과가 좋은 진흙을 이용해 지붕을 만들었던 작은 움막에 불과한 것이었다.

현대적인 인공지반녹화는 콘크리트건물이 대도시를 이루며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미국에서 1930년대 중반 뉴욕의 록펠러센터 6개 건물에 처음 시공을 하였고 많은 영화의 무대가 된 사례가 있다. 아마도 이것이 현대 옥상녹화의 초기 모델이며 일부는 아직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이것도 건물의 공간 활용 및 건물의 독창성을 위한 적용이었다고 볼 수 있다.
 

Rockefeller Center / apple map

하지만 다양한 목적을 위한 진정한 현대적 의미의 인공지반녹화는 1960년대 초 독일에서 연구를 시작하였고 1970년대부터 여러 도시들에 적용을 시작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문제점과 기술들을 정리하여 1980년대에 ‘옥상녹화지침서’를 만들게 되었다. 그 후에 개정판을 거치기는 했지만 그 지침서는 현대 옥상녹화의 기준이 되었다. 많은 나라나 도시들의 ‘옥상녹화가이드라인’은 독일의 이 지침서를 기준으로 만들었다. (독일의 ‘옥상녹화 지침서’의 정확한 영문명칭은 ‘Guidelines for the Planning, Execution and Upkeep of Green-roof sites’이며 여러 번의 개정을 거쳐 최종 2018년 개정판이 있다. 그들은 독일어뿐만 아니라 가이드라인의 보급을 위해 영문판도 함께 발간하였다. 명칭에서 보듯이 그들은 설계, 시공, 유지관리를 지속가능한 옥상녹화를 위해 모두 필수불가분의 요소로 보았다.)
 

1970년대 초 Stuttgart에 조성된 생태형옥상녹화(2019년 사진)

초기 독일에서 인공지반녹화가 시작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도시의 고질적인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도시에서 발생되는 대규모의 공기오염, 자연녹지의 부족으로 인한 홍수의 발생, 종합하면 도시열섬현상의 문제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공지반녹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좋은 도시나 경제적으로 가난한 도시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대처할 의지나 여력이 없었다. 우리의 경우도 대도시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이것을 해결할 경제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경우도 인공지반녹화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시행을 해 나간 것이 불과 20여 년 전이었다.
 

지속가능한 옥상-독일의 태양광과 옥상녹화

즉, 현재진행형인 인공지반녹화는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여 도시인이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함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크게는 에너지를 절감하고, 도시의 홍수를 예방하며, 부족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이것도 결국 우리의 행복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초기에는 옥상녹화에만 집중했지만 도시의 문제해결을 위해 더 광범위한 인공지반녹화를 적용하게 되었다. 벽면녹화나 지하주차장의 상부에 조성하는 녹지공간 등을 광범위하게 명명할 필요성에 의해 그 어려운 ‘인공지반녹화’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다시 뉴욕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뉴욕도 현대적 개념의 옥상녹화에 관심을 갖고 광범위하게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오히려 ‘하이라인파크’를 조성한 것과 그 근처 ‘Javits Center’의 옥상에 축구장 5개 크기(27,300㎡)의 대규모 옥상녹화를 조성한 것이 광범위한 관심을 끌게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뉴욕에 옥상녹화가 조성된 건물의 숫자는 750개 미만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있으니 관심도는 그 이후로 봐야할 것이다. 즉, 독일의 여타 도시들이나 심지어 서울보다도 그 관심도나 조성한 면적과 숫자가 적었던 것이다.
 



하이라인파크
 

Javits center / gothamgoto.com
 

Javits Center, 왼쪽이 하이라인 끝부분 / apple map

그랬던 뉴욕이 최근 옥상녹화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뉴욕시는 옥상의 총 면적이 161,000,000㎡정도이다. 이러한 옥상을 지속가능한 옥상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2019년 4월에 관련된 새로운 두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법안의 이름은 ‘Climate Mobilization Act(Local Lows 92 and 94)’이다. 보통 기후동원법이라고 번역을 하지만 그 내용과 목적을 보면 기후위기대응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옥상녹화를 통해 2050년까지의 이산화탄소중립 목표도 달성하고 기후위기에도 대응하자는 것이 그 골자이다. 물론 이 법안은 옥상을 녹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을 함께 병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뉴욕이 옥상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적극적으로 변한 이유는 이 법안을 발안한 뉴욕시의원 Rafael Espinal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명확하게 알 수가 있다.

“우리는 오늘 스카이라인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다음 세대에 걸쳐 뉴요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우리는 여러 도시에서 옥상녹화의 혁신적인 장점을 보았습니다. 즉, 옥상녹화는 도시열섬효과를 완화하여 도심을 식히고, 에너지를 절감하고,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우수유출수를 줄이며, 생물다양성을 촉진하고, 방음효과를 높임으로써 우리 도시를 모두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듭니다.”

자, 그렇다면 그의 생각과 같이 옥상녹화는 현대의 고질적인 문제인 탄소중립, 미세먼지저감, 생물다양성과 같은 범 지구위기적 문제의 해결사가 될 자격이나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그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왜냐하면 뉴욕뿐만 아니라 런던 및 많은 대도시들이 탄소중립2050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실행방안으로 옥상녹화와 벽면녹화, 태양광을 포함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현재도 만들고 있다. 
 

2019년에 제작한 런던의 인공지반녹화와 관련된 정책과 실천

이렇듯 인공지반녹화를 조성하는 목적은 세월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하였다. 그렇다면 인공지반녹화의 미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가?

하나, 그 목적이 확장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옥상의 이용 및 에너지절감 등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도시열섬현상, 미세먼지저감, 도시물순환개선, 생물다양성, 회복탄력성 등으로 그 기능이 무한하게 확장될 것이다. 인공지반녹화는 도시 거점생태계(Stapping Stone Ecosystem)의 역할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개선하는 도시생태네트워크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해낼 것이다. 비용대비 효과적인 측면에서 인공지반녹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공지반 녹화는 자연을 훼손하고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를 조성한 우리들의 숙명이자 훼손한 자연에 대한 보상이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둘, 인공지반녹화의 조성형태가 변화할 것이다. 우리가 이용을 전제로 한 옥상녹화를 조성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해외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초기부터 생태적 기능에 충실한 옥상녹화를 중요시하였다. 고비용의 옥상녹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면적의 옥상녹화를 조성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즉, 합리적인 비용으로 조성하고, 최소한의 유지관리비로 운영되지만 생태적 기능과 환경적 기능을 충족시키는 지속가능성의 옥상녹화를 이제부터라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셋, 옥상의 지속가능성과 활용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즉, 옥상녹화 뿐만 아니라 태양광시설을 함께 조성하여 한 장소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 많은 도시들이 이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만 하는가? 

- 신축건물의 의무 옥상녹화면적을 늘려야 한다. 지금의 제도로는 조성면적이 부족하다. 
- 옥상녹화의 설계를 표준화하여 적절한 시공을 하고 시공된 공간이 지속적으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지금의 제도로는 준공허가만 받기에 급급한 제도에 불과하다.
- 신축건물에는 적용 가능한 모든 공간의 옥상을 녹화하고 태양광시설도 함께 조성해야 한다. 
- 신축공장의 경우 조경에 대한 기준을 완화시켜주었지만 오히려 조경기준을 강화하여 대부분의 옥상을 녹화하고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수출을 장려하던 시절에 조성된 구태의연한 법은 당장 바꾸어야 한다. 
- 기존건축물의 옥상녹화를 확대하여야 한다. 신축건물의 옥상녹화 면적으로는 원하는 목적에 도달하기에 터무니없이 적다. 도시의 옥상을 대규모로 녹화하고 벽면녹화를 조성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기존의 옥상을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기존 건물의 옥상을 빌려 녹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건물주에게 혜택을 준다는 소극적인 생각이 아니라 건물주의 옥상을 무료로 빌려 옥상녹화를 조성하여 공적기능을 담당하는 동시에 건물주에게도 에너지절감과 옥상의 이용과 같은 혜택을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아무런 혜택도 없이 누가 무료로 자신의 옥상을 빌려주려 할 것인가? 발상을 전환해야 위기에 대응할 아이디어가 나온다.
- 대부분의 옥상은 생태적기능이 충실한 경량형(저관리형, 생태형)옥상녹화를 주로 조성해야만 한다. 중량형(관리형, 이용형)옥상녹화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잘 조성하면 될 것이며, 토심에 따른 인센티브로 보상하는 방법도 있다.
- 그리고 우리의 상황과 형편, 기후에 알맞은 새롭고, 쉽고, 치밀한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지난달 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께서 녹색시론을 통해 조경법과 조경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잘 지적해 주셨다. 그렇다. 시대는 무섭게 변했는데 조경과 관련된 기준과 법들은 과거에 머물러 곰팡이 냄새를 피우고 있다. 아직도 수목의 크기와 면적당 수량 등 기초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법의 변화로 인해 인공지반녹화 조성이 더 늘어났음에도 이에 대한 기준들이 명쾌하지 못하고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위에 언급하였듯이 생태적 기능과 환경적 기능을 충족시키는 옥상녹화를 조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태면적률이나 조경기준, 기타의 법적 기준들은 이것과 동떨어져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불합리함을 개선하지 못하고, 뭉치지도 못하고,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찌질함에 빠져 있을 것인가? 이번 기회에 우리가 뭉쳐서 이것들을 개선하는 것이야 말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또한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낭비되는 많은 비용들을 개선하기 위하여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조경과 정원은 느림의 미학이라고 한다. 식물의 자람과 변화를 관찰하며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관조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반녹화는 느림의 미학이 아니라 빠름의 경제학이 필요하다. 그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반녹화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훌륭한 현실과 미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언제? 우리가 재빠르게 대응을 할 수 있을 때!

이글의 앞에서 지식이 지구를 지금의 지경으로 몰아넣었다는 의미의 말을 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지식에 대해 몇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知(알 지)는 그냥 단순한 지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위에 언급했듯이 20세기에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지식은 항상 양날의 검과 같나니 나를 지킬 수도 있거니와 나를 해할 수도 있다.

痴(어리석을 치)는 지식으로 인한 병을 뜻한다. 지식으로 인해 인간은 편협해지고, 스스로만 옳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자만으로 인해 어리석어질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知慧(알지, 슬기로울 혜)는 지식을 슬기롭게 쓸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래서 지식과 지혜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우리는 그간 쌓아 올린 지식으로 지금까지는 어리석게 행동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지식을 지혜롭게 사용해야만 할 때가 온 것이다. 너무 견강부회한다고 하지는 마시라. 이미 지금 지구에 나타나는 결과를 보면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사진 _ 김진수 대표  ·  랜드아키생태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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