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오리가 옥상정원에 둥지를 튼 까닭은?

안승홍 논설위원(한경대 교수)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07-06
오리가 옥상정원에 둥지를 튼 까닭은? 



_안승홍(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지난 봄부터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가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뉴스에서는 라니냐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시소처럼 뜨거워진 서태평양 공기는 한반도 부근의 고기압을 강화시키는데 고기압에 막힌 비구름이 우리나라 상공에서 밀려 나간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길가 관목들은 잎이 쳐지고 초화는 생기를 잃고 메마른 모습으로 겨우 고개를 들고 있다. 연구실에 있다 가끔 산책으로 둘러보는 6층 옥상정원에도 흙은 말라 갈라져 있고 토심이 얕은 부분의 초화들은 일부 타들어 가는 모습이다. 오죽 답답하면 기우제 소식도 들린다.

며칠 전 과사무실에 갔더니 조교 선생이 옥상정원에 오리가 새끼를 기르고 있다고 했다. 처음 듣는 소식에 가봤더니 새끼 9마리가 어미를 따라 분주하게 다니고 사람이 접근하면 어미를 따라 얼른 풀숲으로 숨어들었다. 발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시선으로 쫓기에도 바빴다. 하지만 갓 태어나 솜털이 보송보송 난 날개로는 옥상바닥과 숲 사이의 경계석을 올라서기엔 역부족이었다. 2-3일 지나 다시 가보니 힘겹지만 경계석을 올라 어미를 따라 숨어드는 모습이 재빨랐다. 어미는 풀숲에 몸을 숨기고 연신 소리를 지르면 새끼들은 어미 소리가 나는 곳으로 황급히 몸을 숨기기 바빴다. 


오리가 둥지를 튼 까닭은?

이름이 궁금하여 흔한 이름인 청둥오리로 검색해보니 사진이 일치했다. 어미의 모습은 암컷의 형상을 하고 있고 새끼는 눈 옆으로 그려진 짙은 갈색 일자 형태가 그대로였다. 청둥오리는 오리과의 철새인데 겨울 철새였으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텃새가 되었다고 한다. 호수, 하천, 개울 등지에서 겨울을 나고 낮에는 호수나 해안 등 앞이 트인 곳에서 채식을 하며 저녁에는 논이나 습지에서 아침까지 머문다. 4월 하순에서 7월 상순까지 6∼12개의 알을 낳아 28∼29일 동안 암컷이 품는다. 식성은 풀씨와 나무열매 등 식물성 먹이 외에 곤충류와 소형 어류 그리고 무척추동물 등 동물성 먹이도 먹는다. 이런 생태적 특성을 고려할 때 청둥오리가 도심의 옥상정원에 둥지를 튼 것은 이례적이다.

왜 청둥오리가 옥상정원에 둥지를 틀었을까? 추론해보니 우선 극심한 가뭄으로 주변 하천이나 습지가 말라들어 서식지 역할을 하기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둘째, 옥상정원이 지상과 분리되어 포식자들과 격리된 장점이 있어 새끼를 키우기에 적당하다. 셋째, 2015년 조성된 옥상정원이 7년의 시간이 흘러 식생이 안정되고 은신처로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갯짓하는 새끼 오리들


학과 개설 20주년 기념 옥상정원

한경대학교 조경학과는 1995년 개설되어 올해로 27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2008년 신임교수로 임명받았을 때는 제3공학관에서 학과가 있었다. 2012년 자연과학관 6, 7층으로 이사 와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11년 학과장을 하며 받은 건축 도면에는 이사 예정인 자연과학관 6층에 제법 넓은 옥상이 있어 정원설계도를 전하며 실시설계에 반영해 주기를 요청했다. 막상 이사를 와 보니 옥상에는 타일만 깔려 있었다. 할 수 없이 정원설계 수업에 학생들과 3개의 설계안을 만들고 학기말 과제 전시회에 시설과장님을 모셔와 좋은 안을 하나 선택하라고 했다. 선정한 설계안을 우드락에 붙여 시설과장님 사무실에 비치해두었다. 항상 염두에 두시라는 뜻이었다.

이후 2015년 학과 개설 20주년이여서 뜻깊은 사업으로 옥상정원 조성을 제안했고 동문회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1억 원이 넘는 예산으로 경기도의 옥상정원 지원사업과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최종적으로 조경학과 동문회와 경기도, 한경대 시설과에서 사업비를 공동으로 조성했다. 앞서 영남대와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30주년 기념정원 사업 등을 봤던 터라 우리 대학 조경학과 옥상정원에도 접목했던 사업이었다.

정원 명칭은 정년하신 김학범 교수님께서 학이원(學而園)으로 지었다. 논어 학이(學而)편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유래한 것으로 ‘배우는 정원’이란 뜻이다. 청둥오리 소식을 들은 직원 한 분은 오리가 어떻게 그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냐고 신기해하며 고등교육기관에 조기교육 온 게 아니냐는 재밌는 의견을 주셨다. 교육에는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인 맹자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母三遷之敎)를 실천하는 오리 어미라는 기특한 생각도 들었다. 학이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한 첫 오리 어미인 셈이다.

학과 교수 단톡방에 소식을 전하니 생태정원에 찾아든 길조라고 좋아들 하셨다.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 삼한시대 이래로 마을 입구에 액막이와 풍농·풍어 등을 기원하여 세우는 솟대에는 나무로 오리를 깎아서 올렸으니 말이다. 캠퍼스 서쪽 입구에 자리하여 학교가 한눈에 보이는 자연과학관 6층 옥상정원에 살아있는 오리가 둥지를 틀었으니 앞으로 우리 대학에 좋은 일들이 많을 듯 하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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