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가란 세상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직업”

[인터뷰] 김호윤 조경설계호원 소장
라펜트l주선영 기자l기사입력2022-03-29

오랜 정비를 마친 ‘남산예장자락’이 생태, 역사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남산예장자락은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이 있던 곳이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옛 모습을 잃었다. 군사 독재시절에는 중앙정보부가 들어서면서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 시민들에게 접근이 차단돼왔다. 

질곡의 역사를 가진 ‘남산예장자락’.  2015년 시작된 ‘남산예장자락 재생사업’이 5년여 간의 사업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간 남산의 자연경관을 가렸던 옛 중앙정보부 건물 등을 헐고, 그 자리에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과 시민의 쉼터가 조성됐다. 

아픈 역사의 현장을 녹지공원으로 재탄생시킨 조경 설계가 김호윤 소장. 그를 만나 예장자락에 켜켜이 쌓여있던 시간의 흔적들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생각을 들어보았다.


김호윤 조경설계호원 소장



남산예장자락이 ‘2021 IFLA ASIA-PAC Landscape Architecture Awards’에 문화·도시경관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는데, 그때 소감 한마디해 주신다면.

 

회사설립 6년 차의 설계사무소가 IFLA에 출품을 할 수 있었다는 것. 4년이 넘는 긴 설계 기간에 대한 노력을 일부 보상받았다는 감정과 6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HOWON의 스태프들 그리고 프로젝트 진행 시기에 본인의 내적역량이 더 풍부했다면 보다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2년의 설계 기간, 이후 2년의 설계변경, 시공 기간 1년에 대한 무상 설계 지원까지. 서울시에서 컨트롤하는 프로젝트를 2015년에 설립한 작은 회사가 진행하기에는 버거운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력하다 보니 이런 상을 수상하게 되는구나...하는 뿌듯하지만 무거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남산예장자락 공간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장자락은 남산의 자연경관 복원과 도시문화공간 연결이라는 목적성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락 경관에 만들어지는 길의 위치적 특성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켜켜이 쌓인 숲과 산이 지나온 시간. 샛자락 예장은 복합기능을 가져야 하는 도시녹지 공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자락 경관의 확장을 위해 건축 기능 공간의 지하화를 선택했습니다. 예장자락의 표피는 남산 숲자락의 확장공간으로 만들어지며, 길이 있어야 하는 곳은 원래 있었던 것 같은 친숙한 길의 연결로 예장자락의 모습에 활기를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건축 내부 기능 공간과 숲 경관 확장은 샛자락이라는 자락 경관의 모습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복합화돼야 하는 장소의 해석에 명쾌한 해답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설계의 철학과 장소가 가진 기억으로만 설계가 편중되는 것을 지양했습니다. 예장은 명동과 남산, 관광객과 케이블카, 아픔의 역사와 남산 2청사, 문화거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곳입니다. 산으로 스며드는 4가지 길이 샛자락 예장으로 스며들 때 이 장소가 해내야만 하는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락은 역사 인식과 인권 존중에 중요한 위치로 논의돼, 나무의 길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오솔길, 사람의 길은 사람숲으로 재탄생 됐습니다. 남산 2청사가 있던 공간은 공사 중 조선총독부 관사 유구가 발견돼 기억6’이라는 기념공간으로 구성됐습니다.

 

지하 공간은 남산과 명동을 이용하는 버스전용주차장을 계획했으며, 이화영 기념관과 실내 문화공간인 예장마당도 이곳의 중심 이용 공간입니다.

 

남산예장자락


남산예장자락 설계 시 가장 주안을 둔 점은 무엇인가요?

 

설계를 진행할 때 항상 생각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예장을 설계할 때도 그 원칙은 연속됐습니다.

 

그 첫 번째가 간결한 디자인과 명확한 기능입니다. 남산예장자락 현상설계 당시 명쾌한 콘셉트의 드로잉 한 장으로 모든 설계를 진행한 듯합니다. 간결한 디자인은 중요한 것을 더 중요하게 해주고, 명확한 것은 더 명확하게, 흐릿한 자국은 선명하게 남겨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예장자락의 흐름은 몇 개의 명쾌한 선으로 이어지며, 그 선은 명동과 주변 환경을 연결하는 5가지 테마를 갖는 길이 됐습니다. 선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남산의 확장된 숲의 공간으로, 남산 제2청사가 있던 부지는 근현대사의 체험공간으로 말이죠.

 

두 번째는 디자이너의 과욕에 대한 불신입니다. 조경가가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와 구분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디자인의 공간구현이 사람의 사용공간으로 시공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사이트가 품어야 할 목적성입니다. 예장자락을 진행하며, 시행한 심의와 자문 등 많은 절차가 있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의견이 숟가락을 올리는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그때, 설계를 주도하는 조경가가 가져야 할 요건은 무엇인가 생각했습니다. 남산의 예장자락이 가져야 하는 숲의 확장에 대한 명확한 모습.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은 물러설 수 없는 조경가의 역할이며, 예장을 바라보는 땅의 정체성이자 목적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냈고요.

 

설계가는 강력하며 묵직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추진력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설계안에 대해 겸손해야 하며, 그 겸손이 프로젝트의 본질을 흐릴 수 있는 나약함이 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산예장자락 조경 설계 관련 아쉬운 점이 있는지?

 

조경가로서 국내 여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습니다. 준공 후 아쉬움이 남는 것이 두려웠기에, 모든 것을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조경가 개인의 프로젝트에 대한 욕심으로 끝까지 수행하기에는 서울시의 프로젝트는 쉬운 게 아니더군요.

 

현재는 시스템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디자인 감리에 대한 부분이 고려되지 못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설계 완료 후에도 1년이 넘는 기간을 조경가 개인의 사명감이라는 허울 좋은 욕심으로 현장에 도움을 드려야 했습니다.

 

특히 건축과 함께하며 프로젝트의 크레딧을 조경이 가져오지 못하면서, 조경의 대가는 처참했습니다. 현재는 일정 부분 교훈 삼아, 지금의 사무실을 이끌고 있습니다.

 

국내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생각하면, 수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든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조경가가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무게인 듯싶기도 합니다.



해 추진하고 있는 주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주요 프로젝트를 선택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우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진행하는 많은 프로젝트 중 조경설계호원만의 정체성과 설계의 가치가 투영된 프로젝트 단 하나라도 완성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저희는 행복합니다. 조경 설계와 공간 구현의 관점에서 우리의 생각이 명확하게 투영된 결과물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주 Route52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회사 설립 후 진행한 예장자락과 여주 Route52 골프코스 경관설계 프로젝트입니다.

 

예장자락은 조경설계호원의 창립과 함께한 프로젝트로, 창립 2개월 만에 현상공모에 당선돼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프로젝트입니다. 서울 사대문 안에 조경설계호원이 진행한 공공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이 창립 초기부터 설레는 연속이었습니다.

 

여주Route52 코스 경관설계는 골프코스의 경관설계와 클럽하우스 조경설계를 진행했습니다.

 

골프코스는 여유롭고 즐거운 레저 공간으로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개방감 있는 넓은 자연을 플레이어가 느끼며 운동을 하는 공간이죠. 몇 번의 코스 경관설계 경험이 있지만, 코스 조형작업 전 토목공사 중에 현장을 방문하면 항상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섭다, 정말 무섭다인간의 행위와 욕망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을 이렇게 만들고 있구나...그런 생각과 동시에 조경가로서의 또 다른 욕망이 항상 깊은 곳에서 꿈틀거립니다. 30만 평이 넘는 벌거숭이처럼 파헤쳐진 땅의 경관이 그 무엇보다 마음속에 깊게 자리합니다.



현재 조경설계업협의회 미래인재위원장을 맡고 계신데, 조경 설계를 꿈꾸는 꿈나무들이 많습니다. 조경설계가로서 조경설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의 경우, 초기에는 드로잉과 같은 디자인작업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습니다. 드로잉의 매력과 사물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조경가의 모습이 멋있어서 미친 듯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10년 차 정도 됐을 때는 나의 디자인에 대한 설득과정의 즐거움, 그리고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완성돼가는 결과물 보면서 무한한 성취감을 느낍니다.

 

현재 생각하는 조경의 매력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직업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공간을 변화시키며, 살아있는 소재를 주된 재료로 사용하며 변화감 있는 공간의 모습을 예측해 공간을 구현해내는 사람, 조경가의 모습입니다. 다양한 조경의 매력을 미래의 인재들이 잘 인지했으면 합니다.



조경설계가로서 정부나 관련 기관 등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경설계업협의회에서 추진하는 주요 사항들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공공부문 조경설계 공모 의무화, 표준품셈 및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의 실효, 조경사 제도 신설에 대한 사항 등. 그리고 2022년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_IFLA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조경설계 호원의 직원들(스태프)

_ 주선영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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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e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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