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정원식물 그 이상의 가치, 자생식물

글_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라펜트l남수환 실장l기사입력2021-12-02
정원식물 그 이상의 가치, 자생식물



_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12월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거리에는 트리와 오색의 전등들이 수를 놓고,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크고 작은 트리로 집안 한 켠을 장식한다. 12월이 되기 전에는 마냥 아쉬울 것 같은 시간이 막상 닥치고 나면 축제와 같은 분위기로 연말을 맞이하게 된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우리 집도 매년 트리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에는 창문에 전등을 붙이거나 플라스틱 나무에 갖가지 장신구를 달았지만 올 해는 베란다에서 키워온 호랑가시나무에 단순한 장식을 했다. 직장에서는 탄소중립 정책 및 사업을 추진하는 내가 잠시 장식할 트리에 플라스틱을 소비한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이고, 더 솔직하게는 시즌이 지나고 보관하다가 없어지고 망가지는 트리에 투자를 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트리가 작아져서 아쉽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좋아한다. 잘은 모르지만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큰아이는 아는 체를 한다. 살아있는 나무에 장식을 해서 더 의미 있다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큰 트리가 될 거라며 동생에게 자랑스레 조언을 한다.

사실 크리스마스트리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구상나무를 떠올린다. 혹자들이 이야기하는 생물다양성이나 기후변화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왜일까? 이유는 귀하기 때문이다. 귀함의 기준은 먼저 식물 분포학적으로 희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자생지는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의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산지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귀함의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한다. 구상나무는 1904년 유럽으로 무단 방출 이후 품종이 개량되어 역수입되고 있는 식물 중 하나이다. 한때는 전 세계 크리스마스트리의 80%를 차지했다고 하니 아쉽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밖에 없는 식물에 대한 가치를 알지 못한 것이, 그리고 다시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이 어찌 아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더 귀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산림청과 환경부 등 정부기관과 연구기관, NGO 등에서는 구상나무 자생지를 보호하고 증식과 복원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구상나무 말고도 이미 유출된 우리나라 자생식물이 많다는 사실과, 유출된 식물은 해외에서 좋은 정원식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식물들 중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식물이 많다. 진달래와 개나리가 그렇고, 함박꽃나무와 미선나무, 노각나무, 분꽃나무가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식물들은 해외에서 좋은 정원식물로 쓰이는데 왜 국내 정원에서는 잘 볼 수 없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수입된 원예식물이 더 화려하고 개화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그런 이유 때문일까? 얼마 전 생활정원 조성사업을 하며 자문회의를 했던 적이 있다. 생활정원 조성사업 중 자생식물 비율에 대한 설명(수목원·정원법 시행령에는 생활정원의 시설 기준 중 자생식물 비중을 식재식물의 20퍼센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을 했다. 나름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케 하고 정원에 도입하여 해외 식물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신품종 육성 등 우리나라 정원문화 확산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우 자랑스럽게 얘기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이유는 몇몇 식물을 제외하고 자생식물의 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예식물보다 아름답지 않아서라고 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지금 현실을 보면 꼭 맞는 말은 아니라 생각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들이 변화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하는 생각은 아닐까 싶다.
 
작금의 사회는 미세먼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대중들의 생활습관은 물론 생각조차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마스크 없이 거리를 걷는 일상은 아직 상상일 뿐이다. 국민들이 정원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변화했다.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정원을 통한 휴식과 힐링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는 정원을 실내공간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반려식물’, ‘플랜테리어’, ‘리테일테라피’와 같은 새로운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원의 기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정원을 ‘아름다운 식물을 감상하는 공간’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심리적 안정을 위한 활동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의 식물들이 모두 화려한 꽃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산림청의 지원으로 지자체에서 산업공단 근로자를 위해 조성하는 스마트가든의 식물은 굳이 꽃이 없어도 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꽃이 있으면 좋겠지만 스마트가든 내 식재되는 식물의 기준은 광량이 부족한 실내환경에서 관리가 쉬우며, 공기질 개선에 효과가 있는 식물이다. 그렇다보니 굳이 꽃이 없어도 괜찮다. 오히려 사계절 동안 푸르러 계절을 타지 않는 식물이 더 좋다. 이처럼 정원은 현실을 반영해 매우 다양해지고 있기에 정원용 식물 선정은 화려함만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가든의 식물은 대부분 관엽식물이다. 아쉬운 건 몇 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해외에서 수입된 식물로 식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느 전문가의 말처럼 자생식물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전국적으로 조성되는 정원에 원예식물을 계속 고집해야 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원 열풍 속에 살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시민들의 욕구와 수요를 반영해 국가정원과 정원도시를 제안하며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정원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정원은 앞서 언급한 대로 감상의 공간에서 활동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대중의 참여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정원이 진정한 정원이 아닐까 한다. 그런 속에서 정원을 설계하고 조성하며, 식물을 관리하는 기술도 늘 것이고, 그러다보면 자생식물 또한 정원에서 이용하고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전문가의 생각대로라면 정원에서 자생식물의 비중이 늘어나고 확산되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원식물이나 정원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우리가 이야기하는 정원문화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상나무와 진달래, 미선나무와 같은 자생식물은 정원식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졌을 테다.
_ 남수환 실장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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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공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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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식물이야 말로 최고의 자원이죠. 그곳에 가야만 볼수 있는 경관과 환경을 만들 수 있잖아요. K-컨텐츠가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것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처럼, 외국에서 우리의 꽃과 나무를 보러 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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