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기반이 없는 조경? ‘기술실무’가 없는 조경”

고정희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대표 특별강연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10-27

고정희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대표가 ‘정원 기반이 없는 조경의 고민’을 주제로 지난 15일 열린 ‘2021 한국조경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특별강연을 실시했다. / 온라인 학술대회 캡쳐


정원 ‘열풍’이 지나고 ‘광풍’이 불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릴 만큼 정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조경과 정원은 본질이 다르지 않다. 정원으로 시작해 확장되고, 과제 범위가 달라지면서 조경이 등장한 것이기에 뿌리가 같다. 정원은 조경의 ‘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원 ‘광풍’의 시대에 쾌재를 불러야 할 조경인들이 정원 안으로 뛰어들지 못한 채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조경과 정원의 관계가 석연치 않다. 이 답답한 상황은 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정원 기반이 없는 조경의 고민’을 주제로 고정희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대표가 지난 15일 열린 ‘2021 한국조경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특별강연을 실시했다.


고 대표는 3년 전 받았던 ‘정원과 조경을 구분해달라’는 질문들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짚으며 “그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용어의 정의도, 공간의 규모나 성격의 문제도 아니다. 설명을 하려할수록 모순만 찾아질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영역구분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개념이 문제가 아니라 과업영역의 문제라는 것이 얼마나 유감스러운가”라며 통탄했다.


고 대표는 한국 근대조경의 태동으로 거슬러 올라가 “서구식 조경을 들여올 때 ‘조경은 기술실무가 탄탄한 기반이 된다’는 사실을 쏙 빼고 들여온 것 같다. 이것으로 초래된 문제가 50년 뒤인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감히 생각해 본다”라고 진단했다.


즉, 작금의 조경에는 ‘기술실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근대조경이 시작됐을 때, 실무경험이 풍부한 정원인력을 흡수하는데 실패한 것은 아닌가? 기술실무 인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인력들이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그와 유사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은 아닌가? 대학 교육과정을 찾아보면 이론관련 과목은 많으나 기술실무쪽은 전멸이었다”며 “이는 문벌, 학벌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체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조경이든 정원이든 형이상학과 이론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가 오랫동안 도외시하던 ‘기본적인 것’에서 나오는 힘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기술실무인력이 없고, 양성하지도 못했다. 정원의 언저리에서 맴도는 답답함이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옴스테드는 젊은 시절 오랜 세월을 농장에서 일했고, 농장을 구입해 경영하기도 했으며, 수목 재배원까지 설립했다. 옴스테드는 조경, 정원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실무로써 땅을 이해하고 풍경을 읽는 법을 익혔을 것이다. 센트럴파크라는 걸출한 작품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거투르드 지킬 정원 디자이너의 책 서문 말미에는 ‘이 책을 통해 지킬 여사의 정원철학과 그의 정원 이론, 무엇보다도 그가 평생 개발한 조원기법을 배울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고 대표는 “한국의 대학생이나 젊은 후배들이 이 문장을 읽었다면 철학, 이론, 기술 중 두 가지만 새겨듣지 않았을까? 조원기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원 디자이너를 인터뷰 하는 저널리스트도 정원에 대한 구체적 정보 없이 철학만을 묻는다. 오로지 인문을 중시하던 우리 문화의 오랜 유산이 우리를 따라다니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조상을 비판하면서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습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고 대표는 “인문은 좋은 것이지만 반드시 기술실무가 공존해야 한다. 대학은 학문의 산실이지만 동시에 직업인을 양성하는 곳이기도 하다. 조경학은 실무에 입각한 학문이다. 학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무에서 검증돼야 하고 그 검증결과를 다시 실무에 적용해보는 그 순환체계가 반복되면서 바퀴 굴러가듯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혹시라도 조경학이 인문과학, 순수예술로 이해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원 교육기관, 정책, 자격증, 심지어는 정원기사나 정원사, 정원디자이너, 정원작가 등 공식적 호칭도 없다. 그러니 정의를 할 수도, 경계를 지을 수도 없다. 정원은 우리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조경계에서 함께 챙겨야했을 직업군 하나를 놓친 것은 아닌가 싶다”라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지금이라도 단추를 다시 끼우면서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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