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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채석장의 변신, ‘부차드 가든’

글_강호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4-06-20

선큰 가든(Sunken Garden, 침상원/沈床園) 

 

1904년, 캐나다 서부 태평양 연안에 자리한 도시 벤쿠버 섬 빅토리아 교외 울창한 숲에 채석장이 건립된다.

 

도시가 팽창하며 개발이 마구 일어나던 시기와 맞물리며 채석장은 건설용 골재를 공급하며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된다.

 

그러나 도시개발도 시간이 흐르면 한계에 도달하는 법. 도시 성장 속도는 둔해지며 어느새 석산 기능도 멈추었다. 채석장과 시설은 황량한 불모지로 남게 된 것이다.

 

채석장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부차드 부부(Robert Pin Butchart 1856-1943, 부인 Jenny Butchart 1866-1950)는 세계 여행을 즐기며 여유로운 생활을 이어가던 중, 채석장에서 번 경제적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부부의 이름을 딴 ‘부차드 가든’이다.

 

1912년, 그들은 지난 시절 공장을 건설하고 석산을 개발하며 절개된 산자락과 건설 폐자재, 웅덩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처투성이로 방치된 볼썽사나운 공장터전에 부드러운 흙을 채우고, 세계 각국에서 구해 온 예쁜 꽃들과 희귀한 정원수를 심고 가꾸었다.

 

그렇게 채석採石을 위한 발파發破 작업으로 깊게 파였던 곳은 선큰 가든(Sunken garden, 침상원沈床園)이 됐다. 침상원은 주변보다 낮은 장소에 조성한 정원을 뜻한다. 석산石山을 개발하는 과정에 움푹 파인 낮은 공간을 그대로 이용해 높은 전망대처럼 위에서 정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음이 매력이다.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과 색상과 질감이 다른 나무들이 자태를 뽐내는 가장 중심이 되는 정원이다.

 

선큰 가든(Sunken Garden, 침상원/沈床園) 

 

장미원

 

장미원 

 

다양한 주제로 특화된 뜰. 정성으로 가꾸어진 정원은 개성 있는 여러 가지 주제로 특화되어 있다. 일본식 정원과 이탈리아 정원, 프랑스 정원도 볼 수 있다.

 

다양한 주제로 특화된 뜰. 정성으로 가꾸어진 정원은 개성 있는 여러 가지 주제로 특화되어 있다. 일본식 정원과 이탈리아 정원, 프랑스 정원도 볼 수 있다.

 

1906년부터 1929년까지는 장미원, 이탈리아 정원, 일본 정원을 조성했다. 1939년 부차드 부부의 손자인 이안 로스(Ian Ross)가 21살 생일 선물로 받은 이 정원에 조명을 설치하고 야외공연을 열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키워냈다. 특히 여름의 장미원은 시설과 연출이 독특해 많은 인기를 누린다. 장미원은 국내외 식물원과 정원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주제 정원이기도 하다.

 

1977년 이후 이안 로스의 아들 크리스토퍼(Christopher)가 폭죽쇼와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추가했고, 여동생 로빈(Robin)이 이어받았다. 부차드 부부의 후손들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원으로 발생한 수익금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설립자 부차드 부부의 원칙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매년 유료관람객 백만 명에 이르는 부차드 가든은 캐나다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 다음으로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 캐나다 대표 명소가 됐다. 

 

계절마다 특색있는 화사한 꽃들의 향연은 물론, 여름밤 별자리 관찰과 불꽃 축제, 야외 다목적 잔디광장에서의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이벤트와 콘서트 등이 매년 새롭게 기획되며 지구촌 관람객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수목원과 식물원, 정원에 관한 관심과 투자가 날로 늘고 있는가 하면, 석산 개발이 종료된 이후 경관 악화 등 후유증이 끊이질 않고 있는 현실이다. 개발 이후 흉물로 방치된 공간을 새롭게 정비하여 지역을 위한 명소로 재생시키는 사례들이 도시뿐만 아니라, 산지에서도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입구 광장. 정원으로 들어가기 이전의 매표소 입구는 복사열로 데워진 주차공간이거나 복잡하고 산만한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이곳은 화사한 꽃과 세련된 퍼걸러 등 그늘이 있는 머물고 싶은 쉼터로 가꾸어져 정원처럼 느껴진다.

 

방문자 센터. 외국의 식물원이나 공원의 경우 방문자 센터(Visitor Centre)는 매우 중요하다. 지도를 비롯해 시설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휴식과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휴게소와 레스토랑, 기념품점이 연결되어 있다.

 

다목적 잔디광장. 정원의 중앙부에 위치한 잔디광장은 다양한 행사들을 수행하는 장소이다. 울창한 숲과 정원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분위기의 잔디광장에서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비롯해 각종 문화 이벤트가 전개된다.

 

다목적 잔디광장 

 

꽃으로 장식한 퍼걸러Pergola. 퍼걸러는 그늘을 제공하는 쉼터로, 정원은 안팎이 꽃과 녹색의 향연장이나 다름없다.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곳곳이 정성껏 가꾸고 다듬어진 꽃의 궁전을 연상케 한다.

 

침엽수로 만든 운치있는 아치

 

빅토리아는 정원의 도시로 불릴 만큼 살기 좋은 녹색도시이다. 

 

울타리는 정원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채석장의 깊은 구덩이는 메우지 않고 호수로 활용했다. 

 

색상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정원을 구성한다. 

 

지붕이 다육식물 Sedum으로 피복된 세련된 카페 

 

다양한 테마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정원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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