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년 역사에서 대통령이 탄핵받은 최초의 기록을 만든 ‘3월 10일 11시 21분’은 대한민국에서 아주 뜻 깊은 역사적 시각으로 남게 되었다. 광화문광장과 전국 주요 도시의 길거리를 134일 동안 밝힌 1700만 촛불은 그동안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대의민주주의에도 모순이 있으며, 국민들이 광장에 직접 모여 자신의 뜻을 밝히고 의제를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가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독립협회는 정부의 친러적 정책과 비자주적 외교에 반대하여 1898년 대중집회인 만민공동회를 열고 협회회원과 정부관료 그리고 시민이 참여하여 자주외교와 국정개혁을 반년이상 주장하였다가, 보수세력의 무고로 독립협회마저 해산되었다. 오늘 대통령 탄핵이라는 상황까지 만들었지만 120년 전 만민공동회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2017 촛불권리선언의 ‘삶의 현장과 일터를 바꿀’ 국민들이 직접민주주의의 마당을 계속 넓혀가야 한다.

수원시는 올해를 수원시민의 정부 원년으로 선언하고 다양한 시책과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시민의 권리가 살아 숨 쉬는 정부로서 준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시민참여 활성화와 협동과 공유 촉진 그리고 공공체성 강화를 위해 각각 시민참여 플랫폼 구축, 사회적 경제 활성화 지원, 시민의 도시권 보장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온 마을르네상스, 주민참여예산제, 도시정책 시민계획단 등을 정착시키고 아파트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회 활성화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였다.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은 수원시민과 수원시청의 사이에서 두 주체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협치형 집행기관으로 지난 해 10월에 설립되었으며, 마을공동체·주거복지·도시재생·사회적경제·창업성장·학교급식 등의 협치형 업무를 맡고 있다. 수원시민의 정부에 맞게 시민의 주체적 역량을 키우고 시민들과 협치를 통해 지속가능도시를 가꿔가기 위해 고민해오던 끝에 많은 어려움의 바탕에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과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도시공원및녹지등에관한법률·건축법 등(제정)이나 조경설계기준·조경공사표준시방서 등(승인)은 중앙정부(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조경을 포함한 건설 제도는 대부분 중앙정부가 만들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법률에 따라 공원의 세분, 공원 및 공원시설관리의 위탁, 공원이용 활성화, 공원점용허가의 세부기준(수원시 도시공원및녹지등에관한조례)이나 대지안의 조경, 식재 등 조경기준, 공개공지 등의 확보(수원시 건축조례) 등을 지역에서 세분화하도록 하고 있으나 지역의 특성이나 여건을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지역의 행정이나 시민들이 제도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을 모으고 있다.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는 전국 최초로 ‘수원시 민간분야 조경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조경관리장비 대여, 밀식목 관리, 공동주택 조경관리 매뉴얼, 조경전문가 협력, 아파트 식물원 인증, 재해우려목 관리, 민간조경 지원조례 등의 실천적 수단을 찾기 위하여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업의 열쇳말은 행정이 공원녹지·조경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지역의 민간조경주체와 무엇을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를 찾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현재의 조경관련 제도(계약, 면허, 설계기준, 시방서, 일위대가 등)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 조경행정가의 고민이 적지 않다.

조경계는 성장, 대량, 공사, 중앙정부, 전문가 중심에서 안주해왔지만 앞으로는 쇠퇴, 소량, 관리, 지방, 시민 중심으로 변하는 사회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야 한다. 수원지역에서는 수원조경가회 창립, 공원사랑주체 만들기, 민관학 협치 등 지방 자치의 틀을 실험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중앙정부 중심에서 벗어나 각 지역단위에서의 다양한 협치 틀 구축·운영에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