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엔지니어링 산업, 이제 '제 값' 치러야 할 때
E&E 포럼, 4차 세미나 '22대 국회에 바란다' 개최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E&E 포럼의 제4차 세미나에서 참석자 및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한국건설신문
엔지니어링 종사자들과 건설기술인들이 산업의 발전과 권익 향상을 위해 대가기준 정상화·청년 인재영입 정책 등의 마련을 국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E&E 포럼은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4차 세미나 '22대 국회에 바란다'를 개최, 지난 5월 30일 개원한 22대 국회에 업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를 가졌다.
현장에는 이해경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윤영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장 ·김재록 대한건축사협회장·송명기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장 등 포럼 공동대표들과 더불어 김영환·송석준·정일영·전용기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포럼은 한국엔지니어링협회·한국건설기술인협회·대한건축사협회·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 등 대한민국의 설계·엔지니어링 업계를 대표하는 4개 협회와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등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인 순수 민간포럼으로, 지난해 5월 처음 발족했다.
4개 협회의 회원 수는 2024년 5월 31일 기준 약 135만 1천여명, 회원사는 약 2만 2천여개사를 기록하고 있으며, 엔지니어링 및 엔지니어 중심의 건설산업 구조 혁신을 위한 정책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엔지니어링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건설기술인의 위상과 권익 향상 ▲기술 중심의 법·제도 개선 등의 3대 목표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 엔지니어링 아젠다의 발굴 및 제안 ▲산·학·연·관 협력을 통한 세부 실천방안 수립 등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4일 열린 1차 세미나는 '건설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국가 엔지니어링 아젠다'를 주제로 사람·제도·기술·거버넌스 등의 정합성을 고려한 아젠다를 설정, 산·학·연·관의 선순환 구조 확립을 촉구했다.
또한 같은 해 10월 31일 열린 2차 세미나는 '젊은 엔지니어 유입과 성장기반 구축'을 주제로 포럼의 10대 아젠다를 청년 엔지니어들의 요구사항과 연계, ▲미래 성장 비전 ▲정책 및 제도 개선 ▲'워라밸' 조성 ▲이미지 개선 등의 4대 추진전략과 세부 과제들을 제시했다.
이어 올해 2월 20일 열린 3차 세미나는 '건설엔지니어링산업의 미래상과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국가전략 제안'을 주제로 ▲사업영역 다각화 및 차별화 ▲스마트 전환 ▲산업환경 혁신 등 3대 국가전략과 ▲서비스 영역 확대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 ▲차별적 기술개발 및 축적 ▲디지털 플랫폼 구축 ▲OSC 엔지니어링 기술 확보 ▲건설 엔지니어 육성체계 혁신 ▲우수인재 유입환경 조성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현 등 8대 실천과제를 제안했다.
고지연 현대건설 매니저가 지난 3일 열린 E&E 포럼 4차 세미나에서 국내 설계·엔지니어링산업의 현 상황을 주제로 5분 스피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사진=한국건설신문
이번 세미나는 주제발표에 앞서 ▲고지연 현대건설 매니저 ▲김종원 (주)케이씨아이 사장 ▲박진 (주)삼안 책임연구원 ▲유준호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 등이 '설계·엔지니어링산업의 현실을 말한다'를 주제로 5분 스피치를 진행했다.
고지연 매니저는 현재 두 아이를 기르고 있는 '워킹맘'으로서의 현실을 설명하며, 건설업에서의 좋은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종 서류의 전산화 및 표준화, 적정한 관리감독자 수 확보 등의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종원 사장은 현직 건설엔지니어링 업체 대표로서 40여년간의 현장 경험과 그 애로사항을 설명하며, 법으로 정해진 설계변경 정산제도의 시행 및 국제기준의 맞는 대가 지급을 위해 국회가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 책임연구원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비전공자로서 현재 업계에서 비전공자를 위한 관련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직장인을 위한 평생교육 등 엔지니어링 관련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유준호 부회장은 건축서비스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사회적 부가가치에 주목, 현장 및 업계에서 관련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산·학·연·관이 함께 건축서비스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E&E 포럼 운영위원장 겸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22대 국회 정책과제 제안'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사진=한국건설신문
이어 이상호 E&E 포럼 운영위원장 겸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22대 국회 정책과제 제안' 주제발표를 실시, 설계·엔지니어링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이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국회에 제언했다.
설계·엔지니어링은 각 건설사업의 성공 및 안전과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문으로, 업계 종사자들의 역량과 자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린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최근 도래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건설산업 또한 ▲생산성 향상 ▲고부가가치 증대 ▲리스크 감소 ▲친환경 대응 등을 위해 '디지털 혁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수요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산업을 건설업(시공)과 건설용역업(엔지니어링)으로 구분, 설계·엔지니어링산업은 그저 시공을 지원하는 보조 역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 1960~70년대 초기 산업화 당시 시공 중심의 건설산업 구조를 통해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으로 인프라를 빠르게 건설하는 데 중점을 두며, 설계·엔지니어링은 외국 기술의 모방 및 복제로 충당하던 시절을 답습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불합리한 대가체계와 낮은 임금수준 또한 설계·엔지니어링산업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설계대가는 건축사 공공공사 기준으로 美 워싱턴주의 45.4~60.4% 수준에 불과하며, 월 평균임금은 미국 건설엔지니어보다 약 181만 4천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정리한 2023년 산업/규모별 임금현황 통계 DB를 살펴봐도 건설업은 표준산업분류별 전체임금현황에서 월 평균 333만 1,687원으로 17개 산업 중 11위를 기록, 전체 평균인 432만 1,686원 대비 7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고령화가 가속됨에 따라 현장에 청년 엔지니어가 부족해지면서 산업 전반의 생산성이 저하,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건설기술인의 평균 연령은 지난 2000년 36세에서 2020년 50세로 증가, 2030년에는 53세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아가 '워라밸'의 파괴와 현장에서 횡행하는 부당한 요구 등 건설기술인의 권익 및 위상 저하가 두드러지면서 관련 산업의 이미지까지 덩달아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포럼은 ▲설계·엔지니어링과 기술 중심 산업구조 혁신 ▲대가기준 정상화 ▲고부가가치화 및 디지털 전환기반 구축 ▲청년 인재 영입 기반 마련 ▲건설기술인 '워라밸' 실현 등 5대 도전과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18개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건설기술인 배치기준 개선 ▲현장 근무환경 개선 ▲적정 근무시간 보장 ▲임금수준 현실화 ▲건설기술인 경력관리 디지털화를 통한 활용성 및 신뢰성 확보 등을 제안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 업무 대가기준 정상화 ▲기존 건축물 성능확인제도 도입 ▲허가권자 지정감리 대상 건축물 범위 확대 등을 촉구했다.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는 ▲PM 활성화를 위한 건진법 개정 ▲신규 기술인 유입 환경 조성 ▲기획재정부의 설계·건설사업관리 예산 현실화 ▲건설 엔지니어링 종심제 난이도 기준 도입 등을 주장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적정 수준의 엔지니어링 사업예산 편성 ▲적격심사 통과점수 상향 ▲원가설계내역서 공개 ▲엔지니어링 특성 반영한 계약조건 신설 ▲실적신고 의무화 근거 마련 ▲AI·데이터 활용 통한 산업 디지털전환 기반 조성 등을 요구했다.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E 포럼 4차 세미나에서 윤영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장을 좌장으로 패널토론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 사진=한국건설신문
이어 윤영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장을 좌장으로, ▲강태경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시격 다산컨설턴트 사장 ▲김태병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 ▲박성준 건축사사무소 우리공간 대표이사 ▲최지희 대한경제신문 차장 ▲한승헌 연세대 교수 등이 패널토론을 실시했다.
패널들은 대한민국의 건설 및 설계·엔지니어링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작업 수행 시 구체적인 문서 및 근거를 통한 책임 소재 명확화 ▲건축서비스산업의 대가기준 현실화 ▲'워라밸' 조정을 통한 청년 인재 영입 노력 등 각계의 입장을 반영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 글·사진 _ 황순호 기자 ·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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