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동경 근교의 ‘등나무 꽃 축제’ 현장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84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꽃을 주제로 전시회나 축제가 열리는 경우는 흔히 만날 수 있지요.
장미나 튤립, 유채나 목련, 모란과 작약을 비롯하여 벚나무나 철쭉, 연꽃이나 수련, 붓꽃 등 다양한 식물 종들이 축제의 주인공으로 활용됩니다.
하지만 등나무 꽃 축제는 어쩐지 생소하기만 하지요.
예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등나무 축제 포스터를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별다른 관심 없이 그냥 지나쳤지요.
우리에게 등나무는 그저 그늘용 구조물인 퍼걸러에 올리는 덩굴성 식물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등나무 꽃 축제’가 열리는 이곳은 동경 근교 도치기현에 위치한 ‘아시카가 플라워 파크’입니다.
동경 시내에서는 지하철과 전철을 갈아타며 편도 2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제법 먼 곳이지요.
필자와 같이 개별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꼬박 하루를 할애해야 합니다.
파리에서 교외에 위치한 ‘모네 정원’을 다녀오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네요.
도쿄 시내의 웬만한 곳들은 이미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하루를 투자하기로 작정하였답니다.
입구를 들어서자 실내로 연결돠며 온통 관광 상품부터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매장은 플라워 파크 출입시 반드시 경유하게 되는 필수 동선이네요.
기념품은 등나무 꽃 추출물을 이용한 식품류에서부터 매우 다양한 이곳만의 고유 상품들이 특징적이고 인상적입니다.
실내의 기념품 코너를 벗어나 정원으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수국 을 비롯한 관상수 판매장으로 이어집니다.
매출을 위한 상술이 대단하네요.
그러나 이곳을 이용하는 일본 자국민들의 붐비는 모습과 구매 분위기가 놀랍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대단하지요.
일본인들의 꽃과 정원에 대한 애착과 생활문화는 뿌리가 깊고 오래 됐답니다.
일본의 경우 주거문화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주거행태도 꽃이나 정원문화에 크게 영향을 미치겠지요.
실내외 매장을 벗어나자 뜰은 온통 꽃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우리 기억 속에 등나무는 자색 꽃과 귀하게 느껴지는 흰색으로만 구분되지요.
이곳의 등나무 꽃은 아주 풍성하고 색상이 다양합니다.
덩굴성이 아니라, 나무처럼 생긴 수형도 있네요.
꽃의 색상과 크기, 수형은 물론 꽃피는 시기와 개화 기간이 긴 품종 등 아주 다양한 특성을 가진 우량 품종의 육종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우리는 아직 등나무의 품종 개념이 없는 단일종으로 유통되지요.
지금 이곳은 등나무가 주인공이라지만 철쭉류와 일년초화들이 함께 어우러져 부지가 온통 화사한 꽃동산이네요.
플라워 파크의 부지면적 94,000㎡(28,000여 평)에 약 350 그루의 등나무가 식재되어 있답니다.
그중 노거수에 해당하는 대표적 독립수는 세 그루인데, 한 그루의 줄기가 뻗은 시렁 면적이 무려 1,000㎡(약 300평)에 달한답니다.
독립수로 키운 큰 등나무 세 그루 중 가장 수령이 많은 것은 160여년 생이라네요.
등나무는 1920년 도치기현의 대지주인 하야카와씨가 처음으로 뜰에 심었다지요.
이후 등나무의 매력에 이끌려 여러 그루를 심게 되었답니다.
나무가 성장하고 꽃이 풍성해지자 1968년부터 이웃에 개방하며 ‘하야카와 농원’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하였다네요.
30년의 세월이 흐르자 도시가 팽창하며 농원은 개발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현재의 장소로 이전하였답니다.
3년간의 이전작업 끝에 1997년 급기야 ‘아시카가 플라워 파크’로 개명하여 문을 열었다네요.
이전 당시 수령이 130여 년된 대경목을 큰 무리 없이 이식에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이곳의 ‘등나무 꽃 축제’는 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올해의 경우 2024년 4월 13일부터 5월 15일까지 약 1개월입니다. (경관조명은 4월 20일~5월 12일)
특이한 것은 입장료가 매일 바뀐답니다.
그날 그날의 꽃의 상태와 날씨에 따라 매일 차등을 두는데, 올해는 개인당 1,000~2,200엔 사이라네요.
일본의 오늘은 2024년 4월 25일 입니다.
여름 날씨와 같습니다.
곳곳에 다양한 시설과 분위기의 그늘 쉼터와 간이음식점을 운영하네요.
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장소도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의 기초질서 지키기와 도덕심은 어딜 가나 교과서대로 실천되지요.
등나무의 배치가 특이하며, 트렐리스Trellis는 재료가 철제 파이프가 많아 일본답지 않다는 생각이듭니다.
등나무 줄기의 하중이 부담스러워 내구성이 있고 견고한 재료를 선택했나 봅니다.
과거 우리 주변에서도 목재로 된 퍼걸러에 등나무를 올려 그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구조물이 망가졌던 사례가 떠오네요.
일본은 태풍도 강하고 잦으니까 하중의 문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었음이 읽힙니다.
교량위를 등나무 시렁으로 녹화하여 그늘을 제공하는 모습도 매우 기능적이고 아름답습니다.
등나무 재배를 포도나 키위 과수원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등나무를 그늘용으로 시렁 위에 심으면 그대로 방치 상태로 두었지요.
해마다 유인하고 꽃이 필 결과지와 도장지를 가려 전정하며, 꽃을 감상한 후에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열매를 제거하는 등 메뉴얼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답니다.
아직 우리는 등나무의 품종 개념도 없이 유통되는 현실과 다르지요.
유럽이나 일본엔 특정 종을 테마로 운영되는 정원이나 식물원을 쉽게 만날 수 있답니다.
장미를 비롯하여 모란과 작약, 붓꽃(Iris), 라일락, 철쭉과 만병초(Rhododendron)원을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렇다고 이들 종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주연 배우 못지않게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꽃들이 출연하지요.
특히 일본에서는 Iris를 이용한 소규모 농장들도 많습니다.
조생종부터 만생종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품종을 경지 정리가 되지 않은 천수답에 습지원을 조성하여 논농사 대신 수익을 창출하는 곳도 많지요.
특정 식물 애호가들이나 사진작가들이 주 고객이랍니다.
이곳에서는 등나무가 덩굴성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관리되고 있네요.
길게 늘어진 가지(도장지)를 볼 수 없을 정도랍니다.
2014년에는 플라워 파크의 상징적 노거수(오후지)가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영혼의 나무’를 닮았다하여 큰 화제가 되었답니다.
이후 이곳은 핀란드의 오로라와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 거리와 더불어 CNN이 선정한 ‘세계 꿈의 여행지 10선’에 오르는 쾌거를 얻기도 했다지요.
가장 오래되고 큰 등나무가 160여 년의 수령이랍니다.
한 그루의 줄기가 뻗어 그늘을 만드는 면적이 무려 1,000㎡(약 300평)나 된다지요.
실제 모습을 눈으로 살펴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열대지방에서 서식하는 벤자민 고무나무 일종은 한 그루가 차지하는 수관이 점유하는 면적이 10,000㎡(약 3,000평)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지요.
어떻든 대단합니다.
습지 가까이 수세가 왕성한 왕버들 거목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늘 쉼터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네요.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이 없답니다.
4월인데도 더위가 장난이 아니네요.
이곳이 의외로 인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래 머무는 장소라 주변 화초들도 소담스럽게 가꾸어 놓았네요.
그늘 시설이 절실합니다.
파라솔과 정자나무 쉼터가 곳곳에 자리하지만, 인파를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네요.
백색의 등나무 꽃과 신록이 터널을 이루는 시원하고 향기로운 녹음수 길입니다.
그 길이가 80m랍니다.
노약자나 장애인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습니다.
80m에 이르는 등나무 숲길(퍼걸러) 산책로가 참 멋지고 인상적이네요.
우리나라 같으면 이곳은 이미 황톳길이 도입되었겠지요.
최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건강 황톳길 조성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냄비근성이란 생각이 떠오릅니다.
저가 살고 있는 지방도시에서도 황톳길에 관한 조례가 화제가 되고 있답니다.
시범적으로 시행을 해 보고 문제점을 도출하여 보완하는 등의 과정이 무시되는 성급함이 아쉽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곳은 공원이라기보다 오히려 정원이지요.
우리는 요즘 공원과 정원의 개념을 혼돈한 채 지냅니다.
이는 행정가나 학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되네요.
공원과 정원의 개념과 정의를 다시 새롭게 정립하든지...
우리는 지금 가치관이 흔들리는 혼돈의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편익시설이나 조형물과 볼거리, 쉼터 등 정원의 기반이 잘 갖추어져 있네요.
네덜란드 퀴켄호프 튤립 축제장과는 비교될 수 없지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구색은 갖추었습니다.
뜰에 한 그루의 등나무를 심고 100여 년, 농원을 설립한 후 50여 년의 세월을 거쳐 오늘날의 ‘아시카가 플라워 파크’가 탄생하였답니다.
일본 사람들은 먼 거리도 대중교통을 의외로 많이 이용하네요.
방문한 인파에 비해 주차장이 그다지 넓지 않습니다.
필자가 오가며 이용한 전철은 2018년 개통되었다네요.
플라워 파크까지 도보 1분 거리입니다.
등나무 개화 기간의 경관조명과 겨울철 일루미네이션은 인기가 대단하다네요.
이는 일본의 야경유산으로 선정되었답니다.
등나무 꽃향을 담았다는 ‘아이스크림’과 ‘향국수’도 이곳만의 특산품이라네요.
일본은 ‘봄꽃 순례철도’ 상품도 개발되어 인기랍니다.
대중교통을 즐겨 이용하는 일본인들의 검소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지요.
오늘은 3만 평이 채 안 되는 이곳 축제현장에서 무려 3시간 이상을 머물렀네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특정 식물을 테마로 하는 다양한 꽃축제 소식을 기대해봅니다.
‘경관일기’는 많은 분들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습니다.
(사)한국조경수협회 경남서부지회(지회장, 김진기)에 감사드립니다.
-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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