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류하천, 하천과 공간 연결 통해 시민 일상 담아내야”
서울연구원, ‘서울시 주요 지류하천 수변지역 이용활성화 방안’ 발표
서울시 주요 지류하천 수변 이용활성화 전략 / 서울연구원 제공
지난해 말,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의 물길을 문화와 감성이 흐르는 공간으로 만들고, 서울 전역을 매력적인 수(水)세권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수변 중심 도시공간 구조 재편을 위해 시는 선도거점(정릉천, 홍제천, 도림천)에 각 지천의 특성에 맞는 수변감성공간을 조성한다. 문화복합공간(정릉천), 역사·문화 명소(홍제천), 지역 상권활성화를 위한 수변인프라 확충(도림천)으로 수변공간의 가치를 회복하고 휴식과 활력의 공간으로 재창조할 계획이다.
시의 이 같은 계획에 서울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서울시 주요 지류하천 수변지역 이용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시의 전략이 수변의 현황과 특성에 대한 실태 파악이 부족하다”며, “하천과 수변공간을 서울시민들의 다양한 일상을 담아낼 수 있는 감성공간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이번 연구는 서울의 4대 권역인 동북권, 동남권, 서남권, 서북권을 각각 관통하며 흐르는 주요 지류하천인 중랑천, 탄천, 안양천, 홍제천을 대상으로 하천과 하천 주변 500m 이내 구역을 하천공간과 수변공간으로 구분했다. 또, 그 현황과 특성을 분석해 수변지역 이용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지류하천, 수변특성 파악과 공간전략 수립 미흡
도심 속 하천과 그 주변 지역(이하 수변)은 물과 자연환경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쾌적함, 그리고 건강성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도심 속 쉼터이자 힐링의 장소이다.
최근 수변에 도시경관의 질 향상, 휴식 및 여가 공간 제공의 기능뿐만 아니라 열섬효과 완화 등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재조명되면서, 수변이 도시의 발전과 활성화를 이끌어낼 새로운 동력이자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는 우리나라 제1하천인 한강이 서울시 중앙을 관통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70여 개의 지류하천 292km가 서울 도심 곳곳을 지나 한강에 합류한다. 실질적으로 서울시민은 지류하천 수변과 밀접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수변 관리는 그동안 주로 ‘한강 르네상스’와 같이 한강 본류 중심의 사업으로 이루어졌으며, 지류하천에 대해서는 생태복원과 같은 생태적 환경정비와 체육시설 및 편의시설 위주의 획일적인 둔치조성사업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의 7대 목표 중 ‘수변 중심 공간 재편’, ‘서울비전 2030’의 핵심과제 중 ‘수변 중심의 감성도시 재편’ 등과 같이 서울시 지류하천 수변을 도시공간의 핵심요소로 하는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 수변을 시민 생활 속으로 돌려주기 위한 사업들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는 제방을 경계로 하천과 수변을 분리해서 관리하도록 하고 있고, 수변계획 수립 또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변을 도시공간과 통합된 공간으로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수변의 현황과 특성에 대한 실태 파악이 부족하며, 공간적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도 미흡한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지류하천’ 수변지역 특성 다양, 이용활성화 잠재력 커
서울연구원은 수변지역의 현황과 특성, 시민들의 이용특성, 접근성 등을 종합해 서울시민의 수변이용과 접근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을 분석했다.
첫째 요인은 서부간선도로, 동부간선도로 등 하천변 간선도로 및 철도 노선, 도시기반시설지 등으로 인한 수변과 하천과의 공간적 단절로 분석됐다.
둘째는 서울 주요 도심을 지나는 지류하천 특성상 입지조건이 좋고 활용자원은 풍부하나 연계활용이 미흡한 것이었으며, 셋째는 시민들의 이용욕구 반영 부족과 단순화되고 획일화된 하천 이용행태로 분석됐다. 반면 서울시 주요 지류하천과 수변은 각각의 특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어 다양한 수변 이용활성화 전략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안양천은 넓고 잘 정돈된 고수부지와 풍부한 배후인구 및 유동인구, 연계 가능한 녹지 및 대형 공공시설이 다수 분포하고 있어 수변활성화 여건은 좋았다. 다만 수변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마땅한 특색이 없어 고척돔 등 지역자원과 연계된 브랜딩화 및 지역거점을 활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랑천은 주요 지류하천 중 가장 많은 수변지역 배후인구와 유동인구를 지니고 있으며, 접근성이 우수하고, 인근에 많은 대학교와 산지 등 연계 가능한 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고수부지에 위치한 동부간선도로로 인한 이용 가능한 하천공간의 부족, 하천 주변 대규모 도시기반시설지 입지, 집객 및 유인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수변 이용이 저해되고 있다. 따라서 동부간선도로 및 주변 대규모 기반시설의 입체복합화를 통해 수변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하고 주변 캠퍼스타운을 거점으로 대학문화와 연계해 수변 이용을 활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탄천은 수변지역 내 도로 및 기반시설 비율이 주요 지류하천 중 가장 높고, 배후인구와 유동인구가 적을 뿐만 아니라, 양재천이 합류되는 지점부터 상류구간은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설정돼 수변 접근 및 이용이 제한돼 있다. 하지만 탄천과 한강 합류부에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가 조성될 예정으로, 탄천 하류구간의 수변 이용 잠재력이 크고, 중상류구간은 생태경관보전지역 특성을 이용한 수변경관 감상, 생태교육, 체험 등 도심 속 생태거점으로의 활용가능성이 커, 고층고밀의 도시경관과 생태경관이 어우러지는 도심 속 수변으로의 이용활성화 전략이 적합할 것으로 분석됐다.
홍제천은 다른 주요 지류하천에 비해 하천폭과 고수부지폭이 1/5 수준으로 좁아 공간적으로 하천의 이용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또, 하천을 따라 내부순환도로 고가가 지나고 있어 투박한 교각과 내부순환도로와 연계된 복잡한 구조의 도로들로 인해 경관성이 떨어지며, 교통소음, 지저분한 주변 환경 등 하천의 이용환경이 열악한 실정이다. 하지만 우수한 접근 편의성, 많은 배후인구와 더불어 주변 상권과의 연계이용이 높고 수변지역 내 문화예술자원이 풍부하며, 중상류구간은 산지가 많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경관이 우수하다. 홍제천 중하류구간은 풍부한 문화예술자원과 주변상권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공존하는 공간조성, 중상류구간은 소규모 하천의 특성을 바탕으로 주변 산지 및 녹지와 연계한 수변녹지 친화 생활공간조성을 통한 수변 이용활성화 전략이 적합하다.
서울의 하천, 다양한 일상 담아내는 감성공간으로 재편돼야
서울시는 고도의 도시화에 따라 도심지 지역구조가 복잡하게 분화됐고 이로 인해 기후, 교통, 주거, 행정, 산업 등에서 지역적 편차가 비교적 크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민의 하천 이용특성과 수변 이용 희망사항도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며 다양성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 치수 중심의 하천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도 하천을 홍수 대응을 위한 공간으로만 인식하고 관리하다 보니, 하천에서 다양한 여가를 원하는 시민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수변공간으로서의 하천 활용과 활성화 노력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도시에서의 하천은 홍수를 방지하는 용도만이 아닌,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넘어 도시의 매력까지 좌우하는 중심축으로 활용 가능하고, 활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치수(홍수에 대한) 안전이 확보되는 범위 안에서 하천과 수변공간을 서울시민들의 다양한 일상을 담아낼 수 있는 감성공간으로 재편해 시민생활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글 _ 주선영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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