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이제는 ‘품질’을 넘어 ‘품격’으로

김태경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라펜트l김태경 회장l기사입력2023-01-19
<신년사>

이제는 ‘품질’을 넘어 ‘품격’으로



김태경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새해가 밝았습니다.
며칠 후면 진정한 토끼의 해를 맞게 됩니다.
조경인들 모두 즐겁게 한 해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작년 12월에 한국조경 50주년을 기념하여 전시회를 포함한 행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큰 행사를 통해 조경계는 10여 년 전이 정점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업을 하시는 분들은 이에 대한 느낌이 더욱 깊을 텐데 제자들을 그곳으로 진출시켜야 하는 입장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유야 많지만 대학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 인구감소의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지요. 사회로의 진출을 준비하는 단계인 대학에서는 몇 년 빠르게 시작되었고, 이제는 구조조정을 시행해야 하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세대는 널뛰기 인구정책이라는 비극의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전쟁이후의 베이비붐 세대로서 콩나물시루와 같은 교실에서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받았고, 산아제한 정책으로 많은 예비군과 민방위대원들이 훈련과 교육 면제의 대가로 정관수술을 받았던 것을 넘어, 그들 중에 재혼이라도 할라치면 수술로 묶였던 것을 풀어야 했던 웃픈 일을 그야말로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퇴직을 눈앞에 두고 연금고갈이라는 암울한 소식까지 들려오는데, 이 모든 것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널뛰기 인구정책 때문에 겪어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인구폭발시대에서 인구절벽시대까지...

이런 일을 겪으면서 몇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족을 늘리고 줄이는 능력은 대부분의 인간이 가지고 있지만 인구의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인구의 증감에 대한 예측 능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도 대비를 하는 인간은 많지 않다는 것도 있습니다. 인구감소로 지역소멸을 논하는 중에도 주택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고 있고, 신도시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의 대학입학생수는 20년 전의 출산인구를 보면 정확한 답이 나오는 진리와 같기에 작년의 출생자를 보면 20년 후를 예측하기는 너무나 쉽습니다. 그런데 준비는 왜 그렇게 어렵고 안 되는지? 분당과 일산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연착륙을 준비해야 합니다. 조경에서의 연착륙은 무엇일까요? 양量의 시대는 이미 지났고 질質의 시대를 막 통과하고 있습니다. 이제 품질品質의 다음 수준을 준비해야 합니다. 바로 품격品格이지요.

다행스러운 것인지 당연한 현상인지 정원이 다시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고급문화이기에 특별한 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파리대혁명이 가져다준 대중문화라는 시대선물 속에서 그 정원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양과 질의 시대에는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정원’이를 효자가 될 수 있도록 소중히 다루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구절벽 앞에서 생각하고 대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문화와 품격을 선택하는 것이 그릇된 길이 아님을 자신합니다.

중세를 지워버렸던 re-naissance보다 더 큰 미래를 준비하는 re-born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_ 김태경 회장  ·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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