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양동마을 원형훼손 막고 주변경관 살려야”
[인터뷰]최재영 경주대 조경학과 교수하회․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자문기구에서 '등재보류'란 어려움을 딛고, 지난 7월 31일 세계유산 등재란 쾌거를 이룩했다.(본보 8월 2일자 보도)
두 마을은 조선 전기 씨족마을 형성기의 두 가지 전형을 각각 대표한다. 하회는 주변지역으로부터 새로운 정주지를 찾아 이주하면서 정착하게 되는 개척입향의 경우이고, 양동은 혼인으로 처가에 들어와 살면서 자리를 잡는 처가입향의 경우이다.
하회·양동마을은 풍수 조건을 잘 갖춘 곳을 골라 터를 잡았으며, 생산, 생활, 의식의 영역에 걸친 정주환경이 기능적, 경관적으로 완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조경사적 역사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특별하다.
하지만 지난 5월에는 세계유산 자문기구인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회)는 두 마을에게 ‘등재보류’를 권고했다. 두마을을 통합 보존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관련지자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역사마을 보존 협의회’는 보존관리에 대한 위원회를 구성하여 후속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최재영 교수(경주대 조경학과)도 그 중 한명이다. 조경전문가로서 당 협의회에 참여한 것이다. “역사마을의 보존관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두 마을의 원형훼손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협의회에서 피력했던 그다. 결과적으로 ‘역사마을보존협의회’의 구성과 구성원의 노력으로 역사적인 세계유산 등재를 일궈내게 된다.
하회·양동 마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조경전문가로서 참여한 경주대 조경학과 최재영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하회마을 전경(사진_문화재청)
1. 하회·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지난 6월에 유네스코세계유산위원회(WHC)의 자문기구인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WH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안동시의 하회마을과 경주시의 양동마을이 서로 행정구역이 다르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고 하여 ‘등재보류’ 결정을 내렸다.
그 후 신속한 대책마련으로 문화재청과 경상북도, 경주시, 안동시가 협의하여 하회·양동의 두 마을을 통합적으로 보존관리하는 ‘역사마을보존협의회’를 구성해 안동시청에서 회의를 가졌다. 여기에 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 이상해 교수(성균관대 건축과)를 비롯한 ICOMOS 한국위원, 최재영 교수(경주대 조경학과), 김용수 교수(경북대 조경학과), 정연상 교수(안동대 건축과), 문화재청담당자, 공무원, 지역주민대표들이 참여하여 향후 역사마을 보존을 위한 토론을 가지게 된다.
본인은 역사마을 보존관리를 위해서는 원형 훼손을 최대한 막아야 하며, 정비시에는 주변 마을경관을 최대한 살리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2. 조경사적 측면에서 하회․양동마을에서 주목해야 할 가치는?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가옥과 서원 등 전통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전통주거문화와 유교적 양반문화를 오랜 세월동안 온전하게 지속하고 있다.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600여년이나 유교문화의 살아있는 상징공간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오랜 기간을 이어오면서 많은 고(古)건축물과 귀중한 무형유산들이 함께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하회마을은 낙동강변에 위치하며 풍수형국은 ‘연화부수형(蓮花浮水型)이며 물이 S자형으로 굽이치고 있다. 류성룡(柳成龍) 생가인 충효당(보물 414호)과 류성룡의 형 류운룡 종택(보물306호)을 비롯하여 중요민속자료 9건 등의 고건축물과 ‘징비록(국보 132호)’ 등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풍부한 문헌자료와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와 ‘선유줄불놀이’ 등의 민속놀이들이 전승돼오고 있다.
한편 양동마을의 풍수형국은 ‘물자형(勿字型)’으로 주요 건물들이 ‘勿’자형 언덕의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다. 향단(보물 412호), 관가정(보물 442호), 무첨당(보물 411호) 등을 비롯하여 중요민속자료 12건의 고건축물과 국보 283호인 금속활자본 ‘통감속편’, 손씨 문중의 손소영정(보물 1216호) 등이 전해지고 있다. 또 전통 관혼상제와 양동 줄다리기 등의 공동체놀이, 세시풍속 등의 귀중한 무형유산이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 모두가 세계인들에게 자랑할 우리의 문화유산들이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두 역사마을은 한국인의 삶의 흔적이 그대로 전해오는 전통마을이며, 현재도 후손들이 그대로 살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이란 점에서 가치가 더 있다고 본다.
▲양동마을 전경(사진_문화재청)
3. 조경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조경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두 전통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쁘게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조선시대 전통조경의 원류와 그 시대상을 찾아볼 수 있는 두 역사마을을 꼭 한번 답사하기를 권하고 싶다. 전통조경의 훌륭한 기법을 찾아서 현대의 조경에 반영시키려는 노력도 함께 경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두 역사마을의 보존과 관리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
두 역사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됨에 따라 관광객의 방문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시는 하회마을의 입장객을 하루 5000명으로 제한하고, 주변 병산서원 역시 입장객 을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하겠다며 신속한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역사마을보존협의회 역시 지속적으로 회의를 가져 주요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외에 가치있는 경관의 보전을 위해서는 제도 마련과 역사마을보존협의회와 연계된 전통조경 전문가의 체계적인 참여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나창호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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