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백두산
[마지막회]자연에서 배우는 생태복원_12회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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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가도 여전한 밀림지대이다.
하루쯤으로야 우리의 장원심밀(長遠深密)한 지미(至味)를 다 알겠느냐 하는 듯, 이깔나무의 장림은 여전히 그 끌밋한 끌밋한 맵시와 싱싱한 빛과 삑삑한 숱으로써 사람의 턱 밑에 종주먹을 댄다..
보아라! 조선 1만 년의 천평이 여기에 널려 있다. 1만 년의 풍변운환이 여기저기서 굼실굼실하고 어른어른하고 벌떡벌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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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후반 매일신보를 통해 발표한 기행문을 모은 <육당 최남선 전집>에 실린 ‘백두산근참기(覲叅記)’에 나오는 구절이다.
-출처: 월간 ‘산’에서 인용
민족의 영산 백두산 그리고 천지
1751년(영조 27년) 이의철(李宜哲)은 <백두산기>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이 산의 형체는 두루뭉술한데 오직 한 곳에 돌산이 솟아 그 꼭대기가 터져 열려 사방에 일곱봉우리가 에워싼 가운데 큰 못이 있으니 이것이 소위 천지다(蓋比山體團圓特一單獨石山而上頭 開七峰環立四邊中藏大澤卽所謂天池也).”
백두산은 우리 국토의 등줄기이며 핵심생태계인 백두대간의 정기가 시작되는 곳으로서 정신적으로 우리 민족에게 가장 소중한 상징성을 지니며, 생태적으로 독특한 생태경관을 이루고 있다.
백두산은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과 중국 길림성 사이에 국경을 이루고 있으며 높이 2,750m에 이르는 장군봉을 비롯하여 2천m급 봉우리가 16개에 이른다.
백두산 최고봉 장군봉, 2750m. 북한쪽에 위치(왼쪽), 천지주변 부석 및 현무암(오른쪽)
백두산 16봉우리 명칭 및 높이(왼쪽), 백두산 16봉(오른쪽)
연중 8개월 이상 눈에 덮이고 화산폭발에 의해 회백색 부석(또는 경석)이 덮어 ‘백두산’이라 부르며 중국측에서는 ‘장백산’, 만주에서는 ‘귀러민산예아린’이라 부른다. 그 외에도 산해경에서는 불함산이라 불렀으며, 태백산, 백산, 단단대령, 개마대산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백두산이라는 명칭이 처음 나타난 것은 고려사로서 ‘압록강 밖의 여진족을 쫓아내어 백두산 바깥쪽에서 살게 했다’라는 기록에서 시작되며, 고려 태조 왕건의 탄생설화로부터 백두산을 성산으로 숭배했다고 전해진다.
백두산은 우리 한민족의 발상지이며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등이 백두산에 기원을 두고 있다. 특히 여진족도 백두산에 기원을 두고 있어 우리 민족과 문화적으로 공통의 관심이 있다.
왼쪽: 중국 등소평 친필 백두산(장백산) 휘호
오른쪽: 백두산 북백두 천문봉의 GPS. 42°01′27″N, 128°04′07″E 및 해발고도 2,641m가 뚜렷하게 나타남
백두산 화산재의 확산(자료: 한국지질연구소)
백두산은 화산활동이 잠시 멈춘 휴화산으로 알려져 있다. 서기 946년 고려사 기록에 이어 1413년, 1597년, 1668년, 1702년 등 여러 차례 화산 폭발이 일어난 기록이 있는데 지난 1만년 내 지구상에서 가장 큰 화산폭발로 기록되고 있다. 화산재가 약 1,000km 떨어진 일본 북부 및 홋카이도까지 퍼져나갈 정도로 당시 세계 최대의 폭발이라고 알려진다. 스미소니안박물관 등의 연구에 의하면 백두산 화산폭발로 인해 일본 북동부에 최소 5cm이상 화산재가 쌓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백두산이 다시 화산활동 징후를 보이고 있고 대폭발의 가능성이 높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백두산 정상 중앙부에는 칼데라호인 천지가 신비롭게 자리잡고 있다. 천지는 천지 창조의 신비함을 간직한 천상의 호수라는 뜻으로 대택, 대지, 용왕담, 달문담, 신분, 용궁지, 천상수, 달문지 등으로 불렸다. 백두산 천지는 해발고도 2,190m로서 전세계 화산호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면적 9,165km2, 둘레 14.4km, 평균수심 213m, 최대수심 384m로서 세계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산중 호수로 알려지고 있다. 천지의 담수 능력은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인 소양호의 2/3정도이다.
남백두에서 본 천지. 건너편 V자형 계곡부가 북백두 달문. 오른쪽이 천문봉
변화무쌍한 백두산의 기상. 맑은 날씨임에도 천지는 비바람으로 앞을 분간하기 힘든 정도
백두산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나 기상이 급변하기 때문에 맑은 천지의 경관을 구경할 수 있는 확률은 높지 않아 현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10% 내외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천지를 둘러싼 백두산 연봉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주 제한적이어서 하늘이 허락해야만 천지의 속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현실이 이럴진대 필자는 지난 10년간 10여 차례 백두산을 등정한 바, 단 한 번도 맑은 천지를 보지 못한 적이 없으니 대단한 행운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세상에 드러내길 꺼려하는 천지의 신비로움은 많은 선인들에게 감명을 주곤 하였다.
천지를 노래한 또 다른 이야기를 들어본다.
천지의 물이 그야말로 천지석벽 깊고 깊은 속에 고요히 담겨 파면의 깨끗함이 거울같이 고운데 창고(蒼古)하고 유흑한 외륜산의 천인단애가 화구의 본색대로 사위에 치솟아서 신비 영이한 기색이 저절로 초속적인 신운을 나부끼게 하며 단애에 곧바로 쏘는 태양이 찬란 영롱하게 수면으로 광선을 내려놓아 빠른 바람에 주름져 퍼지는 물결이 가볍게 밀릴수록 천변만화의 색태를 드러내어 장엄 또 수아함이 형용할 수 없다.
1930년 여름 조선일보에 수록된 안재홍 선생의 ‘백두산 등척기(登陟記)’의 일부이다(자료 : 월간 ‘산’에서 인용).
백두산 천지의 미묘한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천지에는 괴물이 산다
천지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아마도 북한이나 중국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지어낸 말이겠지만 그럴듯하게 들린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10회 이상 맑은 천지를 만났지만 아쉽게도 아직 괴물은 만나지 못했다. 필자같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고맙게도 북백두 천지 물가에 한 마리 잡아다 놓았다.
북백두 달문 천지 물가에 설치된 괴물 조형물
백두산 생태관광
백두산 등정 코스는 중국 측에서는 북파(북백두), 서파(서백두), 남파(남백두) 등이 있고, 북한 측에서는 동쪽 등정 코스로 오를 수 있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중국 측의 북백두 2개 등정 코스(달문, 천문봉), 서백두, 남백두 등을 반복해서 등정하였고, 북한 측의 백두산 동부 등정코스는 기회가 없었다. 다만 필자와 교류하는 조선족 교수를 통해 백두산 동부 지역의 자료는 몇 개 가지고 있으며, 언젠가는 북한 지역의 백두산을 답사할 기회가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백두산 등정 코스
북백두의 경우 오랜 전부터 개방되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코스로서 소천지, 녹연담(绿渊潭), 호림원(虎林园), 협곡부석림(峡谷浮石林), 달문, 장백폭포, 얼다오바이허표류(二道白河漂流), 미인송공원(美人松公园), 창바이산 자연박물관 등의 생태문화 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북백두를 통해 백두산 천지에 이르는 길에 수온 70-80℃에 이르는 노천 유황온천이 있어 백두산을 찾는 이들에게 달걀과 옥수수 등을 삶아 판매한다.
북백두 노천 유황온천(왼쪽). 눈덮인 산지와 온천 수증기가 대조를 이룸. 온천수를 이용하여 즉석에서 달걀과 옥수수 등을 삶아 판매(오른쪽)
북백두 코스는 2개 코스로 나뉜다. 하나는 장백폭포 옆으로 오르는 층계를 따라 올라 가서 달문을 통해 천지 수면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지프를 이용하여 천문봉 정상까지 올라가서 천지 수면을 조망하기도 한다.
천지 물이 유일하게 빠져나가는 통로가 북백두 달문이다. 천지 물은 달문을 빠져나와 높이 68m에 이르는 장백폭포에서 사시사철 웅장한 물줄기를 흘려 보내며 이도백하를 거쳐 중국의 송화강을 이룬다. 이 물줄기는 가파른 지형의 영향으로 물살이 빨라서 먼 곳에서 보면 하늘을 오르는 다리를 연상하게 되어 ‘승사하’라고 부른다.
왼쪽: 백두산 북백두. 가운데 구불구불한 길이 지프를 이용해 천문봉에 오르는 코스. 그 왼쪽 직선 길이 장백폭포 옆 계단을 올라 달문을 거쳐 천지수면에 이르는 코스
오른쪽: 은색으로 빛나는 이도백하. 사진 오른쪽 봉우리 뒤의 천지에서 시작되어 달문을 지나 장백폭포로 떨어진 이도백하는 송화강의 원류
북백두 입구 이도백하시의 미인송(왼쪽). 미인송과 백두산 야생동물을 상징화한 부조(오른쪽)
서백두의 경우 북백두에 비해 야생의 모습을 더 유지하고 있으며, 왕츠(王池), 왕츠화원, 디쯔허(梯子河), 중조5호 계비(中朝5号 界碑), 금강(장백산)대협곡, 고산화원, 금강폭포, 쑹쟝허표류(松江河漂流) 등의 생태문화 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서백두지역은 광활한 야생화원이 압권이다. 고산화원을 비롯해 신비한 연못으로 알려진 왕지, 천지에서 분출된 용암이 만들어낸 금강대협곡, 거대한 용암이 지하로 흘러 생겨난 제자하, 높이 80m의 금강폭포, 진주온천 등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남백두는 최근에 개방된 코스로서 압록강의 발원지이며 야생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다. 압록강 상류를 따라 북한과 국경을 따라 오르면서 야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탄화목유지, 압록강 대협곡, 고산습지, 압록강 발원지, 금강폭포, 악화쌍폭 등의 생태문화 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서백두 정상 천지 물가에 설치된 중국-북한 5호국경비 및 국경수비대
남백두의 압록강 상류. 강건너편은 북한(왼쪽), 남백두 입구 압록강 상류의 북한과 중국 국경에 설치된 경고문(오른쪽)
▌백두산의 생태
수목한계선
교목이 갑자기 사라지는 백두산 수목한계선(왼쪽), 백두산 수직분포(수목한계선) 설명하는 모식도(오른쪽)
수목한계선(樹木限界線, timberline)은 환경 조건의 변화 때문에 수목의 생육이 불가능하게 되는 한계선으로서 생태적 전이대 또는 추이대(推移帶; ecotone)이다. 수목한계선의 높이는 위도에 따라 달라지며 같은 위도에서는 향에 따라 달라진다. 위도가 높을수록 고도가 낮아져 북극지방의 수목한계선은 평지에 있다.
이와 같이 고산지대 및 극지에서 수목이 존재할 수 있는 극한의 선을 수목한계선이라 하며 교목한계선(喬木限界線)이라고도 부른다. 백두산은 해발고도 약1,700~1,800m 부근부터 수직적으로 교목림이 갑자기 사라지는 수목한계선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수목한계선까지는 교목림 우점하는 수림대이고, 그 위는 갑자기 교목이 사라지고 관목이나 초본류, 지피류, 지의류 및 이끼류 등 중심의 고산초원대를 이루고 있다.
고산이나 고위도 지방에서는 저온, 습원(濕原)에서는 토양수분 과잉, 사막이나 사바나에서는 수분 부족, 극지방에서는 강풍 등이 제한요인이 된다.
천지주변 지의류 및 지피류
천지 주변 토지는 관광객의 답압과 비바람에 의한 침식 및 풍화로 급격히 훼손
난대림대에 속하는 제주도 한라산이 고도에 따라 난대림-온대남부-온대중부-온대북부 및 냉대림까지 수직 분포를 이루는 특성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데, 백두산은 수평적으로는 온대북부에 속하면서 고산 및 아고산대의 특성을 갖추고 있고 다양한 생태환경을 나타내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백두산 천지 주변을 비롯한 고산지대는 일부 지의류 정도만 있고 대부분 식생이 없이 현무암, 부석 등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흙이 노출되어 있으며 이들마저 비바람에 침식되고 탐방객의 답압에 의해 심하게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고산화원
백두산 일대에는 국내에서 멸종되었거나 보기 드문 동식물의 서식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목한계선에서 천지에 이르는 천지 외륜은 급경사를 이루는 천지 내륜에 비해 완경사를 이루며 이러한 지형적 특성과 기후 특성으로 자연적인 야생화 전시장이며 지피초화류의 바다이다.
서백두 고산화원에서...
백두산 야생화 전시장인 고산화원(왼쪽), 고산화원의 야생화(오른쪽)
그중 대표적인 야생화원은 서백두 청석봉, 와호봉, 관면봉 일대 경사지 구릉지에서 금강분지에 이르는 광활한 고원지대에 발달한 고산화원이다. 고산화원은 대략 6월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큰원추리, 금매화, 노란만병초, 하늘매발톱, 바이칼꿩의다리, 산용담, 개불알꽃, 산미나리아재비, 구름국화, 박새 등 1,800여종의 야생화가 뒤덮고 있다.
특히 천지인근의 강풍지역에는 강풍에 적응하여 양탄자처럼 펴진 관목의 틈새에 여린 야생초화류가 자라며,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봄, 여름, 가을 등 계절을 경험하면서 개미, 파리, 모기 등이 나비와 벌을 대신하기도 한다.
백두산의 야생화
지하산림
북백두 천지 진입부 야생에 숨어있는 지하산림은 백두산 일대를 덮었던 빙하기가 후퇴하면서 얼음이 녹아내린 장소에 깊은 구멍이 생기고 그곳에 주변 침엽수림 중심의 식생이 침입하여 숲이 생성되었다.
백두산 북백두 지하산림 입구(왼쪽). 원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지하산림(오른쪽)
지하산림 전경(왼쪽). 지하산림은 기암괴석으로 둘러 쌓임(오른쪽)
▌호수
백두산에는 천지 외에도 크고 작은 호수들이 분포하며 온갖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소천지는 북백두 천지 진입부의 작은 호수로서 은환호(銀環湖)라고도 부른다. 천지에 비해 면적이 매우 작고 자작나무 숲속에 숨어 있어 자칫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천지 물은 들어오는 곳이 없이 나가는 곳만 있고 소천지 물은 나가는 곳 없이 들어오는 곳만 있다”라고 전해오듯이 소천지는 유출구가 없다.
왕지는 서백두에 위치하며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을 담고 있는 신비의 호수이다. 한편으로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여진족)의 누루하치의 탄생설화가 얽혀 있다. 선녀가 물놀이를 하러 내려왔다가 낳은 아이가 누르하치라고 전해지며, 이후 청나라에서는 백두산을 성지로 선포하고 타 민족의 출입을 금하기도 하였다.
소천지 전경
서백두 전설을 간직한 왕지전경 및 왕지 주변의 야생화 군락 사이로 진입 데크
▌폭포
백두산에는 60여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분포하는데 북백두의 장백폭포, 서백두의 금강폭포, 남백두의 악화쌍폭, 북한지역의 사기문폭포와 리명수폭포, 지하산림 입구 동천폭포, 장백폭포와 인접한 은류폭포, 밀영폭포, 백두폭포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북백두 장백폭포. 10월말임에도 얼음으로 덮여있음(왼쪽). 서백두 원시림 계곡의 금강폭포(오른쪽)
장백폭포는 북백두에 위치하며 천지 물이 직접 내려오는 폭포이다. 천지물은 달문을 빠져나와 높이 68m에 이르는 장백폭포에서 사시사철 웅장한 물줄기를 흘려 보내며 송화강의 원류인 이도백하를 거쳐 서백두 금강폭포에서 흘러내려온 물과 또 다른 지류들과 합류하여 송화강을 이룬다.
금강폭포는 서백두의 야생을 간직한 가파른 원시림 계곡과 깊은 계곡에 숨어 있다. 금강폭포는 2단 폭포로서 높이 74m이다. 금강폭포에서 흐르는 물은 금강대협곡으로 이어지고 송화강의 원류를 이루는데, 금강대협곡은 천지의 화산이 분출하여 용암이 휩쓸고 지나간 협곡이 수많은 세월을 따라 풍화작용에 의해 깊은 협곡을 이룬다.
악화쌍폭(岳桦双瀑; yuehua waterfall)은 남백두의 사스레나무 숲(악화는 사스레나무를 의미)에 있는 2단으로 이루어진 형제 폭포이다. 높이 20여m에 이르는 작은 절벽을 이루며 비단같이 떨어진다.
▌대협곡
백두산에는 화산활동으로 인한 용암층의 퇴적과 침식작용으로 인해 크고 작은 협곡이 다양하게 발달해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협곡은 서백두의 금강대협곡, 남백두의 압록강대협곡 등이다.
금강대협곡
서백두와 남백두의 사이 깊은 계곡에 숨어있는 금강대협곡은 금강폭포에서 흘러온 물이 세월따라 흐르면서 만들어낸 천연의 절경으로서 미국의 그랜드캐년에 비유된다. 금강대협곡은 1998년 산불을 끄러 나왔다가 우연히 발견되었다.
협곡 길이 15km, 깊이 100m내외, 너비 100-200m에 이르며, 가파른 V자 형상의 급경사를 이루는 계곡에 오랜 풍화작용으로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화산폭발 당시 원시 모습 그대로 멈춘 채 어우러졌고, 협곡 깊은 곳에는 천지에서 흘러나온 이도백하가 흘러 송화강의 원류가 된다.
탐방객들을 위한 목재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금강대협곡의 웅장하고 미묘한 경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백두산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금강대협곡
서백두 금강대협곡 전경
압록강 대협곡
압록강 대협곡은 남백두에 위치하며 남북길이 10km, 너비200m에 이르며, 깊이 170m에 이른다. 1천년전 화산폭발에 의해 형성된 거대한 협곡으로서 빗물의 침식에 의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형성한다. 협곡 깊은 곳에는 압록강의 발원지로부터 흘러내려온 최상류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깊은 원시림 속에 숨어있는 금강대협곡과는 달리 압록강 대협곡은 도로를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어 아직 탐방이 용이하지 않다.
남백두 압록강 대협곡. 협곡 아래 계곡에 압록강(상류)이 흐름
탄화목
압록강 대협곡 인근에 화산폭발에 의해 타다 남은 수목이 충분히 연소되지 않아 생성된 탄화목 잔해물이 흩어져 있다. 마그마에 의해 백두산의 원시림이 연소되고 일부는 화산재에 의해 덮여 지층속에 탄화목으로 남았다. 탄화목은 지층 속에 숨어있었으나 1996년 압록강변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지표면에 노출되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고산습지
백두산 고산습지는 소택형습지로서 해발 1700m 고도에 고층습원을 이루고 있다. 백두산에는 그 외에도 해발 800m 이상 고도에 소택형 습지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요 식생은 만주잎갈나무(황화낙엽송), 물이끼 등이다.
백두산 고산습지 전경
맺으면서...
숨가쁜 1년이었다.
생태복원의 단서를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는 소박한 믿음에서 출발하여, 미국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일본 쿠시로 습지 국립공원, 한중일 국경이 만나는 두만강 하류의 금삼각지역과 케드로바야파드 보호구, 그 외에도 홍콩, 대만, 호주, 스페인, 동남아, 중국 등의 대표적인 생태자원의 생태적, 문화적 특징과 생태계 훼손 및 복원 노력 등을 소개하였다.
이번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여러 번 글을 다시 쓰곤 했다. 캐나다의 아한대지역에 발달한 북방침엽수림과 툰드라, 고층습원, 미국 북동부의 고산지역 생태계과 해안 습지, 일본 남부의 화산지역에 발달한 산림생태계와 조류서식지, 아프리카 북부의 사막경관과 해안 기수습지, 히말라야에서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동남아 하천습지와 고산 생태계, 남태평양 산호섬과 열대우림 등 다양한 자연생태계를 짧은 글로 표현하려는 무리한 욕심에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끝에, 마지막은 생태복원이라는 큰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우리 민족의 상징성을 지닌 백두산의 생태적 의미와 문화적 의미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마침 필자가 지난 10년간 반복적으로 오르면서 백두산 깊이 숨어있는 은밀한 부분까지 살펴볼 수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하드디스크 한 쪽에 소중히 모아놓았던 폴더를 열었다.
마지막으로 이중환의 택리지 팔도총론편에 기록된 백두산과 천지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곤륜산崑崙山 한 가닥이 대사막大沙漠 남쪽으로 뻗어 동쪽으로 의무려산醫巫閭山이 되고, 여기에서 크게 끊어져 요동遼東들이 되었다.
들을 지나서 다시 솟아 백두산白頭山이 되었는데, <산해경山海經>에서 말한 불함산不咸山 이 바로 이곳이다.
산 정기精氣가 북쪽으로 천 리를 달려가며 두 강을 사이에 끼었고, 남쪽으로 향하여 영고탑寧固塔이 되었으며, 뒤쪽으로 뻗은 한 가닥이 조선 산맥朝鮮山脈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
백두산은 여진과 조선의 경계에 있어 온 나라의 눈썹처럼 되어 있다. 산 위에는 큰 못이 있는데 둘레가 80리이다. 그 못이 물이 서쪽으로 흘러 압록강이 되고, 동쪽으로 흘러 두만강이 되었으며, 북쪽으로 흐른 것은 혼동강混同江인데, 두만강과 압록강 안쪽이 바로 우리나라이다.
백두산에서 함흥까지는 주맥이 복판으로 내려오다 거기에서 동쪽 지맥은 두만강 안쪽으로 뻗어갔고, 서쪽 지맥은 압록강 남쪽으로 뻗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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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백두 천지에서
- 연재필자 _ 구본학 교수 · 상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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