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 정원으로
황지해 ’가난...그 고요’, 가든월드컵 동상
일본 가든월드컵의 심사위원을 맡은 Bob Sweet가 관람객들에게 황지해 작가의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평화'를 주제로 개최된 일본 가든월드컵에서 황지해 작가가 동상을 수상했다.9월 29일부터 10월 8일까지 개최되는 가든월드컵은 전세계 12명의 정원디자이너가 경합을 벌이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일본 가든월드컵에 출전한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와 관객들은 황지해 작가의 '가난...그 고요'에 대한 호평 일색이었다. '정형화된 기준으로 평하기 힘들 정도로 앞서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황지해 작가는 "최근의 한일관계 때문에 일본에 가야할 지 망설였지만, 일본이 가지고 있는 정원문화와 그 속에 담겨진 정서, 그리고 배려심에 대해 배우고자 출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은 80년 전부터 자국의 정원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해 왔다는 점에서, "정원문화의 산업화와 세계화에 성공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고 덧붙여 설명하였다.
그녀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정원을 매개로 한 양국의 관계개선과 문화교류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설계노트] 가든월드컵 출품작 '가난…그 고요'
일본 가든월드컵에 출품한 황지해作, '가난...그 고요'
'가난…그 고요'는 한국의 근대화 시대를 넘어서며 겪었던 가난한 시절,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이 가정의 평화를 지켜주었다는 회고와 감성을 담은 정원이다.
어머니 재봉함의 옷감형상을 디자인한 이 작품은 비움과 가난함을 미학으로 승화시키고자 하였다.
작품은 개념적 형상의 정원으로서 어려운 시절 가족을 지켜주었던 어머니의 숭고한 정신과 희생을 평화의 본질로 이야기하고자 했다.
'가난…그 고요'는 가난한 시절의 어느 산골 산악지대 시골풍경을 유추할 수 있도록 산돌로 담장을 만들었고,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농가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텃밭은 광주리 속 천으로 형상화 했다. 어머니가 새벽까지 한 수 한 수 놓아갔던 바느질을 상상할 수 있는 바늘땀과 바늘조형물, 가난을 시각적으로 극대화시킨 메밀밭에 누더기 양철지붕은 마치 큰 광주리 안 겹겹이 쌓여있는 듯한 천들이 1m 깊이의 선큰 가든 형태로 유도되어 전체 정원의 흐름이 된다.
이 작품을 통해 산골 어느 어귀에 자리 잡은 여섯 식구의 가난한 삶과 희망 그리고 어머니의 근면한 삶에 배어있는 정서를 엿볼 수 있었다.
정원은 물질적으로 가난했지만 마음만큼은 부유하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옛 가구와 소품들로 구성하였다. 녹슨 누더기 양철지붕, 어린이의 영양간식 달걀이 만들어지는 작은닭장, 닳고 닳아도 쉽게 버릴 수 없던 헌 고무신, 한국 장인의 전통 바느질 기법을 볼 수 있는 조각보와 골무 바느질 도구케이스, 고재로 만든 전통기법의 마루는 잠자는 아이들에 잠을 방해하지 않고 새벽까지 바느질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어머니의 공간이었다.
산돌에서 받았던 약수, 산골농부의 흔적인 벽체의 녹슨 철제 위 농기구 연출과 접시파편, 타일조각, 녹슨 철재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벽체와 계단의 오브제를 이루고 있는 정크아트, 이들의 재질들은 원시적 감성과 시간성을 가지고 있다.
2.5m 높이의 바늘조형물이 지나가는 옷감형상의 바닥은 병충해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흙의 강도를 높이는 한국전통 회칠마감기법을 사용했다. 회칠의 백색 색감은 흰옷을 즐겨 입었던 옛선조들의 근면과 절개가 내포되어 있다.
플랜팅 방식은 전반적으로 무심한 듯 던져진 자연주의 식재기법을 사용했다. 과시하지 않고 억지스럽고 지나친 것을 멀리했던 우리문화의 전반적인 특징을 잘 내포하는 부분이다.
정원의 주된 주조색은 흰색이다. 어머니의 끝이없는 무한대 사랑을 표현하는 동시에 평화를 보여주는 색이다.
정원에 쓰인 주요 수종은 메밀꽃이다. 이것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때문이다. 잎과 줄기는 배고픔을 달래주는 나물로 먹었고, 종자열매로 밥을 지어먹기도 하였다. 메밀가루는 녹말 작물이면서 단백질 함량이 높아 메밀묵이나 면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시장에 내다팔아 생계유지에 보탬이 되는 고마운 작물이었다. 메밀은 건조한 땅에서도 싹이 잘트고, 불량한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강하다.
그 외에는 야생화가 대부분으로 한국이 원산지인 바랭이(Digitaria sanguinalis), 설사 위장에 도움되는 오이풀(Sanguisorba officinalis), 자궁출혈 및 항균작용에 뛰어난 여뀌 종류 파스카리아(persicaria microcephala 'red Dragon'), 다람쥐과 동물이 좋아하는 전나무(Abies firma), 노화방지 간기능개선에 탁월한 구기자(Lycium chinense)가 있다.
△프랑스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황지해 작가(상단 좌측)
△최경삼 후쿠오카 영사가 작품설명을 듣고 있다.(상단 우측)
△시공을 맡았던 Masateru Saito, Nakayama Akio씨와 함께(하단 좌측)
취재·사진: 손석범 기자
- 글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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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_ 손석범 기자 · 환경과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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