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치유’가 ‘산림치유’에 포함되나? 산림치유법 제정안 논란

산림청, ‘산림치유산업진흥법률(안) 공청회’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4-06-21


산림청은 ‘산림치유산업진흥법률(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산림치유’ 안에 ‘정원치유’가 포함된다는 내용의 법안 초안이 나와 논란이다. 

 

산림청은 ‘산림치유산업진흥법률(안) 공청회’를 지난 29일(수) 정부대전청사에서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산림치유산법진흥법(안)을 발표하고 패널들의 이야기를 청취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저출산, 고령화, 지역 소멸 등 사회적 위기에 앞에 보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치유산업이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산림청은 2010년 산림휴양법에 최초로 법적 틀을 마련했으나 산업발전을 위해 제정안 초안을 작성했다며 제정 이유를 밝히고, 의원입법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정안은 산림치유 기본계획 수립과 산림치유사 양성(자격), 산림치유산업 육성을 위한 업 등록, 치유의 숲 조성까지 산림치유의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산림치유’의 정의에 ‘정원치유’를 포함한다고 명시해 둔 것이다. 심지어 정의의 한 줄을 제외하고 법안 전문에 정원치유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산림치유”란 심신의 건강증진을 위해 산림치유시설과 산림치유자원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는 활동을 말한다.(「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제7호의 정원치유를 포함한다.)

 

산림치유 활성화 및 산림치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 구조 

제1장 총칙

제2창 산림치유 기본계획의 수립 등

제3장 산림치유사 양성 등

제4장 산림치유산업 기반조성 및 지원 등

제1절 산림치유산업 육성 등

제2절 치유의 숲 조성 등

제5장 보칙

공청회에서는 산림치유법(안)에 정원치유가 포함되는 것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컸다. 산림청에서도, 초대된 패널에게서도 정원치유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플로어에서 ‘정원치유가 왜 포함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정원치유에 대한 논의가 되긴 한 것이냐’, ‘정원분야의 의견은 들어본 것이냐’면서 공분했다. 

 

이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산림치유, 정원치유, 목재치유를 특화된 치유분야로 놓고, 이를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방안과, 산림치유법(안)에 정원치유를 포함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수목원정원법’에는 정원치유에 대한 정의만 있을 뿐 활성화하기 위한 조항이 입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림치유 독립법을 만들고, 정원치유에 필요한 조문이 있을 경우 이 법을 적용해 정책 입안 및 예산을 편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산림청 산림휴양치유과장은 “산림치유에 정원치유를 통합해서 산림치유를 활성화 확대하자는 접근은 아니다. 프로그램적으로 다를 수 있지만, 외부에서 산림청 소관 치유이고, 숲과 식물자원으로 하는 사업인데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설명이 요구될 때, 산림치유가 큰 개념으로 포함한다고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시발점이었다. 산림자원법상 산림자원과 임산물의 정의에 식물, 정원, 목재 다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림치유법(안)에 정원치유의 개념만 포괄적으로 넣고, 산업육성, 지원 등에 대한 사항은 유리하게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법 초안에 정원치유의 개념이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수목원정원정책과를 통해 의견을 개진해준다면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원분야, “‘정원치유’와 ‘산림치유’는 극명히 달라”

 

이에 대해 정원분야는 “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지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원과 정원치유에 대한 독립 법안 발의가 필요하지, 산림치유법(안)에서 정원치유를 다룬다면 정원분야의 전문성 상실과 정원치유 산업 활성화에 저해요인이 된다”는 입장이다.

 

A 정원전문가는 “정원치유는 ‘수목원정원법’에서, 산림치유는 ‘산림휴양법’에 정의를 두고 있으며, 다루고 있는 법률의 범주 자체도 정원은 산림보호, 산림치유는 산림복지의 영역이다. 산림청 조직 역시 산림보호국(수목원정원정책과), 산림복지국(산림휴양치유과)으로 구분돼 있고, 관련 기관도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한국산림복지진흥원으로 다르게 두고 있다. 이 법안이 제정된다면 정원치유에 관련된 인력, 조직, 양성기관 등이 다 정원과 관계없는 산림청 부서와 산림복지진흥원에서 주관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되면 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어렵고, 특히 정원치유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집행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원진흥기본계획이 시행되고, 정원분야 전반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금 더디더라도 기존의 법을 개정, 강화하거나 독립된 법안으로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B 정원전문가는 “산림과 정원이라는 상이한 공간에 대한 행위를 하나의 법률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산림은 자연 보존을 전제로 하며, 정원은 인간에 의해 인공적으로 조성·활용된다. 따라서 산림치유는 치유의숲, 휴양림 등 기조성된 산림자원을 보존적으로 활용하면서 치유활동을 하고, 정원치유는 계획 및 조성에서부터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창작 및 유지관리 활동을 통해 인위적, 적극적으로 공간과 식물소재를 활용하는 특징이 있다”라며 각 대상에 대한 차이에서 오는 치유의 성격이 극명하게 다르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한 전문성에 대한 차이도 있다. ‘산림치유지도사의 등급별 자격기준에 관한 세부 규정’에 따르면 산림휴양학, 산림토양학, 산림자원학, 조림학, 수목병리학, 생태학 등 산림에 대한 교과목이 필요하나, 정원치유는 정원소재, 부지조사 및 분석,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조성에 대한 전문지식도 요구된다. 디자인기법, 도면작성, 지피초화류 중심의 정원관리 등 전문가 양성 과정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정원치유 프로그램과 활동의 기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원설계, 조성, 유지관리 등 정원 관련 세부 분야에서 분리하기보다 이들과 통합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 정원전문가는 “임업후계자 등 정원과 상관없던 사람들이 정원치유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휴양림을 하는 사람이 휴양림 옆에 조그맣게 정원을 만들어서 거기서 치유 프로그램을 하면 그것이 정원치유 아니냐고 하더라. 산림치유는 바라보는 치유가 주라면 정원치유는 가드닝 활동을 통해 얻는 치유가 주가 된다. 여기엔 서로 다른 전문성이 필요하다. 정원치유에 관한 연구가 많이 돼 있고, ‘사회적 약자 가드닝 프로그램’을 3년 동안 실시하면서 얻은 프로그램 데이터도 있을 것인데, 정원치유가 활성화되려는 상황에서 왜 치유방법이 전혀 다른 산림치유에 포함 시켜 혼선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어 “산림청은 산림치유에 정원치유, 목재치유까지 묶어서 다 산림치유라고 얘기하고 싶어 하지만, 산림치유가 이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도 아니고, 상위 다른 개념을 만드는 것도 어색하다”고 말했다.

 

민간정원을 운영하는 D씨도 “법에 산림치유에 정원치유도 포함한다고 해놓고 치유시설인 치유의 숲과 휴양·치유숲길에 대한 내용만 있지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 등 시설 기준에 대한 내용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런 상황이라면 치유의 숲에서 정원치유를 할 수 있다고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원치유는 생활권에서 일상을 영위하며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림치유와는 아예 다르다”라며 강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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