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1,200년 동안 전통방식을 고수해온 ″하동 전통차농업″

백승석 논설위원(한국농어촌공사 과장)
라펜트l백승석 박사l기사입력2017-06-14
1,200년 동안 전통방식을 고수해온 “하동 전통차농업”



글_백승석 과장(한국농어촌공사)



하동은 경상남도 최서단에 위치해 있으며, 그 중에서 하동군 화개면은 지리산과 어우러진 청정하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다.

지리산과 접해 있는 자연환경은 농업활동을 하기에 열악한 환경이다. 화개면에서는 부족한 경작지 때문에 산비탈의 바위와 돌 틈에 야생차밭을 조성하였다. 이러한 야생차밭은 기계화가 불가능하여, 현재까지 전통방식 그대로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전통방식을 고수해온 화개면의 야생차밭과 전통 제다법의 가치를 인정하여,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 “하동 전통차농업”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6호로 지정하였다.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하동 전통차농업은 하동군 화개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화개면은 지리산의 영향을 받아 연평균 강수량은 1,300mm 내외로서 차나무 재배에 적합한 강수량을 지니며, 산이 높고 계곡이 연중 마르지 않는 화개동천이 흐르는 차 재배에 양호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동 전통차농법의 농업유산적 가치는 생계수단, 생물다양성, 전통농법, 농업문화, 경관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전통차농업은 화개면 주민의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이었다. 화개지역 면적의 91%가 험준한 산악지역으로 경사가 심해 화개 주민들은 벼농사를 대신하여 차 농사를 통해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화개면 차 재배농가는 801호로 전체농가 951호 중 84.2%(2015년 기준)가 차 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전통차 생산은 125ton의 소량만 생산이 되는 귀한 차이다. 전통차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수확하고, 차 잎을 한 솥씩 덖어 차를 만들기 때문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다. 이렇듯 하동 전통차농업은 대단위 농장이 아닌 소규모 농가들이 각자의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계승하고 있다.   


경사지에서 차 채취 모습

둘째, 전통차농업은 생물다양성, 생태계 기능을 높이고 보전한다. 지리산과 연계된 전통차밭은 산림, 주거지, 하천으로 연결되는 생태축의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축을 연결 짓는 산림부, 전통차밭, 주거지, 하천부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한다. 또한 국내 차 품종은 대부분 일본의 개량종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나, 화개지역은 1,200년 동안 재래종을 재배하고 있어, 유전적 가치가 크다.

셋째, 하동 전통차농업의 재배, 관리, 제다에 관한 전통농법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화개 주민들에게 산악지 경사면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차밭 관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차밭은 평지가 아닌 급경사지의 바위틈에서 자라고, 비정형적으로 자라는 차나무 때문에 평지차밭 관리의 배 이상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차 수확과 가지치기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차밭 사이사이에 뿌려 잡초방지, 수분증발, 유기물 유실방지, 동해를 방지하는 전통관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고품질의 차 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화개면의 전통차는 고온의 솥에서 찻잎을 손으로 덖어 만든 구수한 맛과 향을 지닌 수제덖음차로 유명하다. 이러한 방식은 찻잎 채취, 덖기, 냉각, 건조, 선별, 포장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 전통차와 관련된 농업문화가 전수되고 있다. 차는 민간요법으로 사용되었는데, 잭살차는 배앓이, 멀미, 피부병 등을 막아주는 화개지역 주민들의 가정상비약으로 이용되었다. 또한 화개지역 주민들은 차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매년 5월과 10월 칠불사에서 기원제를 지내왔고, 현재에도 칠불사에서 명맥을 있고 있다.

다섯째, 하동 전통차농업은 자연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경관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화개지역의 전통차밭은 지리산에 둘러싸여있는 산간지형을 활용하여 조성한 야생차밭으로 지형의 인위적 변형을 최소화하고 기존 지형과 자연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경관적 특징이 있다. 이렇듯 자연그대로 경관은 경사가 심한 산기슭, 부정형의 차나무, 바위, 자생하는 교목들이 조화되어 독특한 산림경관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농업유산적 가치를 지닌 화개지역 전통차농업의 우수성은 <삼국사지>, <동국이상국집>, <동다송> 등에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고서뿐만 아니라 화개면이 대한민국 차 시배지임을 보여주는 인증비가 있다. 그리고 수령이 약 1000년으로 추정되는 최고차나무가 있어, 그 역사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하동군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전통차농업에 대한 이해와 홍보를 위해 야생차박물관을 개관하였다. 박물관에서는 전통차농업이 가지는 농업유산적 가치, 차 채취 및 덖기 체험,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통차농업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하동 전통차농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 노력은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야생차박물관을 찾고, 생산된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하동 전통차농업을 보전하는데 일조 하는 것이다. 전통차 한잔을 마시며, 화개지역 농민의 삶과 생태·문화적 가치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동 전통차 밭 경관
_ 백승석 박사  ·  한국농어촌공사 지역개발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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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seok146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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