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관의 공간ㆍ직능 매체화 가능성
[기고] 모두가 이해 가능한 매체(언어) 있어야우리는 ‘도시(공간)의 분화’와 ‘농사(직업)의 분화’가 연관 없이 각자 이루어진 문명 속에 살고 있다. 우리시대는 해체주의로 대별되는 포스트모던을 지나 그것을 관통하는 ‘공간(space), 경관(landscape), 환경(environment), 장소(place)’ 등 기본 개념어가 혼란스럽게 남용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어둡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땐 왔던 길을 되짚는 것에서부터 새길은 시작되므로, 지금이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접근과 실행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바니즘의 중요 전환을 다각도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고, 그 몇 가지 흐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도시와 도시민은 참여미학(환경미학)의 태도를 수용하고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시민 중심의 실행 개념 및 전략 확립의 배경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 및 환경 그 자체를 ‘미적 장(the aesthetic field)’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여러 도시 주체들이 미적 감성(the Aesthetics)을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여(engagement)와 미적 교류는 다양한 미적 주체들이 함께 하는 상황(situation)일 때 이루어지는 개념이자 실천임도 잊지 않아야 한다.
둘째, 우리 시대는 녹색도시(녹색환경)가 요청되고 있다. 회색 인프라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녹색 인프라 중심의 개발 및 재생이 중요한 시대이다. 이는 자연물의 도시적 기능 재설정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개발과 삶의 질 중심의 개발 또는 재생의 실행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 문화적 지속가능성 중심의 실천과 지원이 필요하고 녹색 인프라가 환경생태 회복, 환경복지 증진, 녹색사회ㆍ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도 수행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녹색화를 통한 환경복지(커뮤니티)의 민주화도 요청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세 축 중,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경제, 환경에 이어 도심 커뮤니티 중심의 사회적 지속가능성 측면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공공정원은 그 중앙 무대가 될 수 있다. 이는 우리 도시의 장소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쾌적한 환경, 풍요로운 경관 창출, 여가문화환경 증대, 계층간 환경격차 완화 등 지역별 녹색환경 격차를 완화하는데 기여하며, 시민참여, 공동체 의식 증진, 녹색일자리 창출, 관광ㆍ지역가치 상승, 기업입주 선호 증진 등 부수적 효과도 크다.
넷째, 전문화와 세분화를 뛰어넘는 통합(통합적 환경설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그대로 행정 당국의 비전 제시 및 총합적 업무 추진의 당위성 확립 배경이 된다. 통합설계로 인해 오해와 낭비를 줄이고 통합적 실행으로 효율성과 경제성이 좋아진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도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설계론의 개발이 필요하고, 이는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필연으로 요청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통합설계와 실천을 위해서는 완전함과 새로운 지향을 도시 주체들 모두가 각각 이해하고 공유하며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조정해줄 통합조정자(integration coordinator)를 반드시 필요로 하게 된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시대에 분화된 채 각자의 발전만을 모색하고 있는 공간과 직능은 무엇으로 재결합할 수 있을까? 서로간의 소통을 위해서는 앞의 네 가지를 공유하며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매체(언어)가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직능의 분화는 각자의 언어 개발 과정이라 할 정도로 서로 통하기 어려운 체계를 형성하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 공통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매체)을 먼저 찾고, 각자의 오해를 공통의 이해로 바꿀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 도시에서는 그러한 ‘소통의 기제, 소통의 매체’로 경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경관이 공간과 환경, 장소와 같은 근본어들이 교집합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관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을 상정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도시민을 중심에 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에게 경관은 물리적인 것, 시각적인 것으로 한정된 채 구조적으로만 지적돼 왔다.
혼란의 시대에 창의적 진화와 통합을 위해서는 경관을 다시 근본에서부터 살피고 거기에서 서로 통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현대 경관을 ‘유용하게 불분명한 개념(usefully ambigous concept)’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가능성이 다양하다는 지적이다.
공간과 직능의 통합은 결국 삶과 문화를 우리 도시에 충분히 펼쳐놓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것을 실행하고 만들어가는 다양한 도시 주체들(urabn actors)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관은, 특히 도시경관은 이것을 지원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기본 개념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실행 개념으로서 ‘통합설계’를 추가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출처_한국건설신문 www.conslove.co.kr
- 안명준 조경비평가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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