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 1세대, 권오준 부사장을 만나다

[CEO 인터뷰] 권오준 한국종합기술 부사장
라펜트l손미란l기사입력2010-02-19

우리나라 최초로 종합엔지니어링 조경부서를 설립한 한국종합기술(KECC)의 권오준 부사장. 
권오준 부사장은 산림청 임업시험장(현 산림과학원) 연구원을 시작으로 한국도로공사 조경부에 입사(1972년, 20:1의 경쟁률)해 근대 한국조경의 1세대 멤버로 발을 들여놓는다. 그 후 제5공화국(전두환 정권)의 역점사업이었던 ‘한강종합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기술용역사인 한국종합기술(KECC)에 입사(1982년)했다. 근무 3년 후, 조경부서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1985년 11명의 직원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엔지니어링 조경부서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현재 그는 30년 가까이 한국종합기술(KECC)에 몸담으며 45명의 조경부 직원을 이끌고 있다.

▲한국종합기술 권오준 부사장

한국도로공사 근무 시절(1972년), 당시 상황은?
내가 대학에서 공부할 당시는 조경학과가 개설되지 않았다. 그래서 임학을 전공한 관계로 첫 직장을 임업시험장(현  산림과학원) 목재이용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1년 후, 한국 조경산업분야 첫 번째 조직인 한국도로공사의 조경직 공채 1기로 입사해 10년간 한국도로공사에서 건설산업으로 조경업을 수행했다. 입사초기, 고속도로 조경식재공사와 비탈면에 양잔디 씨앗 파종공사(seed spray공법)를 최초로 시도했고, 당시 “들잔디 씨앗파종으로 국토를 녹화하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과학기술처, 서울대 농대 3개 산․학․관이 공동으로 씨앗파종을 수행해 발아율 80% 이상을 유지하면서 들잔디 포지조성을 마쳤다. 당시엔 식재 수목의 규격과 단가가 없어서 전부 견적으로 설계하였고, 그후 1975년경 청와대 지시에 의해 조달청∙서울시∙한국도로공사∙조경공사∙산림청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장기간 현장실사를 거쳐 수목단가를 산정해 고시한 바 있다.




▲ (사)한국조경사회 회장 취임식 (1993년)

우리나라 최조 종합엔지니어링 조경부서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한국종합기술(KECC) 입사당시 조경은 독립된 부서나 프로젝트 없이 도시계획부의 일개 부분(part)으로서 보조역할만을 담당했다. 이후 ‘조경’이라는 독립된 기술분야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기 이른다. 1984년 한강시민공원 10개 공구(설계비용 약 2000만원/공구당)를 맡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때의 설계수주금액이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조경부서 창립의 종자돈이 된 것이다. 사회적 인식은 물론, 직장 내에서도 조경의 기술적 영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직장 내 조경분야 조직구성과 인원확보, 수주영업, 일처리(발주처협의, 보고회)를 양립시키며, 드디어 1985년 3월 여의도 미원빌딩에서 최초의 조경부서가 창립하기 이른다. 초기멤버로는 김희우 교수(호남대), 안영애 소장(안스디자인), 이석해 전무(수성엔지니어링), 이유경 대표(성호엔지니어링), 이정호 전무(KECC), 이진희 교수(제주대), 조영철 상무(정엔지니어링) 등 11명으로 출발했다.


▲  (사)한국조경사회  등반 기념사진 (1987년)

조경부 직원들을 이끌면서 느꼈던 보람은?
기술사, 대학교수, CEO 등 수많은 인재들이 한국종합개발을 거쳐나갔다. 40년 가까이 조경분야에 종사하면서 후진양성과 분야 영역확대 등이 가장 보람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토의 효율적인 보존과 개발이라는 명제 아래 국토를 친환경적이면서도 쾌적한 공간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 한국종합개발(KECC) 직원들과 (1995년)

부서를 운영함에 있어,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면?
엔지니어링사업은 사람 손에 의해 이루어지는 두뇌사업이다. 그러므로 조직 내 직원들의 상하 관계, 동료간의 인화․단결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도전과 개혁, 기술력 확보, 프로정신 함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자기자신의 작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전신전념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마지막으로 하루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직장생활을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엔지니어링 조경부서에 일하고 있는 조경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는 토목, 건축, 도시계획, 환경 등 여러 기술분야가 존재하므로 타분야와의 융합된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조경은 대부분 통합설계이기 때문에 타분야의 기술을 습득하고 상호간 이해와 협력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단, 조경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필요는 있다. 조경은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 전반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종합과학기술의 성격이 강하다. 초창기 우리 분야를 ‘종합과학예술’로서 너무 광범위하게 인식토록 하여 타분야 시각에서 비전문가로 오해될 수 있었다. 따라서 타분야 기술자들에게 조경분야만의 고유한 기술영역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 일본 고베에서 개최되었던 IFLA 회의 (1985년)

2010년에 계획하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2010년도 한국종합개발 조경부서의 수주목표액은 140억원이다. 목표달성을 위해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사업, 설계경기 등을 통해 사세 확장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다양한 사내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직원들의 사기 향상과 즐거운 직장생활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 개인적으로는 5년 전부터 준비해온 ‘조경과 생태환경’에 관한 전문서적 출간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엮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 한국조경사회 백두산식생조사 (1993년)

미래 조경산업의 흐름을 예측해 본다면?
앞으로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사회적 경제성장구조에 맞는 조경패턴을 개발하여 추구해 나가야한다. ‘녹색성장’은 90년대 ‘지속가능한 개발(환경+경제+사회)’에 ‘사회적 효과’를 더한 용어로 친환경적(순환성, 자립성, 안전성, 다양성) 개발사업인 생태복원 기술에 한발 다가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전반의 흐름 역시 환경과 맞물린 저탄소·녹색성장 사업인 신재생에너지산업, 생태산업(생태도시, 생태건축물, 생태도로 등), 정보산업(IT, U-City) 등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조경도 이러한 맥락에서 업역을 확장시켜야 한다.


▲ 권오준 부사장의 학창시절 모습(좌측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시절)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권오준 부사장은 “물론 힘든 시기가 있었다.  한때 한국도로공사를 자의로 그만두고 건설기술용역회사에 들어와 6개월간 방황도 했다. 그러나 용기를 내고 다시 시작했다. 조경학문을 제대로 배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했고, 그 후 2년 만에 기술사를 취득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라는 우리 속담이 실감났다. 극단적인 역경에 처하면 헤쳐 나갈 힘이 생긴다”라고 답했다.

위기에 처했을 때,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성장하는 사람이 있다. 권오준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려움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손미란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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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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