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김수봉 논설위원(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수봉 교수l기사입력2016-09-11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_김수봉 교수(계명대 생태조경학전공)



에피소드 1
계열별로 입학한 당시의 필자의 대학은 1학년 성적으로 과를 정하게 되어있었다. 조경학과를 못 간다면 나는 이 대학 온 보람이 없었다. 1학기 성적으로는 조경학과를 못갈 것 같았다. 2학기는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1지망부터 12지망까지 조경학과라고 쓰고 지원학과 원서접수를 하였다. 40명 중 한명의 학생으로 그렇게 바라던 조경학과 학생이 되었다. 학과생활은 내가 바라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전공은 늘 식물의 뿌리 이야기로만 가득했다. 조경제도 시간의 제도실은 연필이 종이를 뚫고 지나갔다. 부전공으로 선택한 임학개론에서 당당교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맨 날 학명 이야기만하고 학점은 여학생, 복학생 그리고 재학생 순으로 준다고 하였다. 나는 교수를 찾아가서 D학점을 받아도 좋으니 과목수강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D를 받았다. 그때부터 조경학도인 나와 나무의 인연은 멀어져갔다. 그 후로 영어공부만 했다.


에피소드 2
교수가 되고 싶어서 조경학과에 진학했던 필자는 우여곡절 끝에 대학원 진학과 동시에 군에 들어가면서 휴학을 하였다. 군 전역 후에 복학하니 당시 조경학계는 사회과학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통계는 마술이었다. 그것이 나의 지적 갈증을 해결해 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석사학위논문도 사회과학통계를 이용하여 공원의 이용자 행태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당시 연구실 후배들이 주말마다 수목조사를 나갔다. 당연히 나는 나가지 않았다. 더 중요한 사회과학관련 책을 읽었다. 누가 나무에 대해서 물으면 나는 전공이 아니라 모른다고 당당히 말했다. 나무는 10종류만 알면 설계하는데 아무 문제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학을 갔고 가서도 또 같은 생각을 했고 학위도 조경계획과 정책에 관한 논문으로 마쳤다. 나무는 나의 근처에 없었다.


에피소드 3
환경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강의실에서 학회에서 책에서 도시열섬해결에는 바람길 그리고 녹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나도 잘 모르는 수목도감 만드는 과제를 내고 캐드를 잘하면 취업이 잘 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순전히 감으로 이야기 한 것이었다. 어느 날 시의 건축심의위원이 되었다. 사회자가 말했다. 다음은 조경교수님 말씀해주세요. 내가 아파트 외부공간과 바람통로에 대하여 이야기 하자 사회자는 조경교수님은 조경만을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했다. 뭐지? 했다. 조경이라니 나의 조경과 그의 조경이 다르단 말인가? 도시계획심의위원회와 경관심의위원회 등 등 모든 위원회에서도 나는 그들이 원하는 조경이야기를 하지 않고 딴 소리만 계속했나 보다. 그때부터 나무공부를 시작했다.


에피소드 4
몇년 후 나의 저서에 나는 이렇게 썼다. “조경하는 사람이 식재를 위하여 알아두어야 하는 사항 중의 한 가지는 식물의 외형 즉 윤곽, 색깔, 자라는 가지의 특징, 크기, 사계절의 변화 등이다. 그 이유는 이웃한 다른 식물의 수종과의 조화성 또는 부조화성을 따져서 식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경디자이너가 알아야할 기초이면서 매우 중요한 지식인데 조경이 바로 시간개념을 담은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즉 준공 후 그 변화를 멈추는 건축과는 달리 조경은 식재디자인을 할 때 사계절에 대한 식물의 변화하는 모습 그리고 그 풍경의 10년 20년 후의 모습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목과 친해져야만 한다. 조경디자이너는 식재할 식물을 실제로 접한 경험이 있어야만 자신 있게 자신의 수목팔레트에서 디자인에 쓸 수목을 선정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식재디자이너가 책장을 뒤지면서 식물을 선정한 경우에는 시공 후 예상하지 못한 경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상지에 이용할 식물은 반드시 식재디자이너가 직접 눈으로 사계절을 통하여 생육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식재디자이너는 식재계획에 이용할 수종을 자신만의 식재 목록으로 작성해 두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학생들에게 매일 나만의 수목일기를 쓸 것을 제안한다. 조경디자이너에게 식물이란 화가의 물감이다. 조경용 식물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더라도 그 쓰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명대학교에 생태조경학과가 2010년에 만들어진 6년 후 이제 필자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르치고 있다.




생태조경학과 2학년의 수목일기 예

_ 김수봉 교수  ·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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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kim@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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