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정원, 윤선미·루원쥐엔의 ‘그린 아일랜드’

[인터뷰] 윤선미 정원작가(록디자인 대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4-06-07


루원쥐엔·윤선미 작가 / 출처: RHS

 

‘2024 RHS Malvern Spring Festival’에 윤선미·루원쥐엔 작가팀의 ‘그린 아일랜드(GREEN ISLANDS)’ 정원이 조성돼 관람객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동메달을 수상했다.

 

정원 ‘그린 아일랜드’는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의 시 ‘사람은 섬이 아니다(No Man Is An Island)’와 한국 섬의 자연경관에서 영감을 얻었다. 재활용이 가능한 혼합 재료와 해양 쓰레기로 만들어진 빙하 모양의 조각들은 반사하는 수면과 함께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앙의 섬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 연결성을 의미한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섬이 아니며, 출신지와 상관없이 지구환경 문제 앞에 공동의 미래를 가진 긴밀한 공동체의 일부라는 것을 강하게 표현했다.

 

“단순히 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하기 위해서 참가한 것이 아니었다”는 윤선미 작가는 정원에 담긴 세계적인 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에 주목해줄 것을 강조했다. 특히 수면 위의 빙하는 실제 빙하의 한 조각으로, 전시 기간 내내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지만,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한 배, 그곳에 자라는 풀꽃, 그리고 이끼가 희망을 상징한다.

 

이끼로부터 빙하기가 초래됐다는 연구가 있다. 2012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빙하기를 야기한 이끼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바다에 새로운 탄산염암을 형성해 지구 온도를 약 5℃ 떨어트린다고 한다. 정원 ‘그린 아일랜드’의 이끼는 온난화를 막아 줄 우리의 또 다른 작은 희망이 이끼에 있다는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다.

 

전시 종료 하루 전부터 종료일까지 이틀간, 정원에는 녹은 빙하를 추모하는 첼로 연주가 울려 펴졌다.

 

 


출처: RHS 

 


빙하가 녹아가는 모습 / 출처: 윤선미
 

 

환경문제에 대한 메시지

 

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만큼 정원에 사용된 돌, 벽돌, 나무 등 자재들은 임시로 빌려와 사용 후 축제 이후 다시 반환했으며, 이외의 다른 재료들은 재사용됐다. 특히 식물재료는 영국의 일반 주택정원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당초 런던의 다른 장소로 이식될 식물들이었으나 일정 문제로 갈 곳을 잃고 버려질 상황이었다. 영국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루원쥐엔 작가가 영국에서 함께 일했던 팀원들과 지인들의 가정집으로 식물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두 작가는 전시 일정을 마치고 영국에 체류하며 일주일간 새로운 정원을 시공했다. 윤선미 작가는 “집주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원을 바라볼 때마다 우리를 떠올린다고 한다. 우리가 조성한 정원이 이렇게 마무리되어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작품은 최대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행사종료 후 식물재료들이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계획단계부터 미리 식재지를 계약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선미 작가는 평소 식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주변의 자연변화를 잘 관찰하는 편이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환경오염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본인이 하는 일과 관련지어 생각하다 보니 정원이야말로 오염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정원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보기로 한 것이다.

 

두 작가는 이번 정원에 설치할 구조물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 한국과 영국의 몇몇 바닷가에 가서 쓰레기를 직접 수거하는 활동을 했다. 제주도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수차례씩 어마어마한 양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해 청소하지만, 치우기가 무섭게 다음날이면 또다시 그만큼 쌓인다고 한다. 반면 영국은 조금 달랐다. 양국 모두 유명한 해안가는 주기적으로 쓰레기 수거가 된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우리나라가 더욱 심하다고.

 

“작품설치를 위해 몇 차례 쓰레기를 수거한 것으로 쓰레기 수거에 참여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수많은 봉사자들이 바다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구환경은 지속적으로 오염되고 있으며 개개인의 인식과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심각해질 상황만 남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더더욱 우리가 만드는 정원의 의도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활동을 멈추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바다에서 건진 유리조각과 플라스틱 조각, 네트 쓰레기는 정원의 소재가 됐다. 빙하가 녹은 자리에 새롭게 꽃을 피운 땅, 아직 녹지 않은 빙하의 하부에도 쓰레기가 붙어있는 모습을 상상해 표현한 조형물이다. 실제 그러한 모습은 아니겠으나 쓰레기가 엉킨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원의 조형물로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이면에 인간의 이기가 지구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가시화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빙하가 녹은 자리에 새롭게 꽃을 피운 땅, 아직 녹지 않은 빙하의 하부 / 출처: 윤선미 


해양 쓰레기로 표현한 빙하 조형물 / 출처: 윤선미



해양 쓰레기로 표현한 빙하 조형물 / 출처: 윤선미

 

 

RHS 정원축제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

 

‘RHS Malvern Spring Festival’은 매년 열리는 정원박람회 중 가장 먼저 시작되는 정원페스티벌로, 5월 초 말번에서 개최된다. 이어 첼시는 5월 말, 햄프턴은 7월에 열린다. 행사 기간 중 영국 BBC ‘가드너스 월드(GARDENERS WORLD)’ 시청률이 10억 명이 나올 정도로 영국의 정원 사랑은 뜨겁다. 윤선미 작가는 “영국에서의 정원 페스티벌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정원을 가꾸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고 교육을 받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규정과 규칙이 정확하다. 사람들은 보고 느끼고 배우기 위해서 축제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RHS의 심사는 엄격하고 까다롭지만 열려있다. 참여하는 모든 작가가 금메달을 받을 수도 있고, 심사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어떠한 메달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순위를 정하는 것이 아닌 작가들의 실력과 노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모두가 골드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처음 도전 인터뷰 심사에서 RHS 심사위원측은 작성한 계획서에 대한 피드백으로 참가자가 무엇을 준비하고 신경 써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덕분에 수차례 공모에 선정이 되지 않아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수정해가며 준비할 수 있었다.

 

시공과정에서는 현지의 능력 있는 시공팀을 만나 어려운 점이 없었다. 언어의 장벽은 있었지만 손발이 잘 맞아 순조롭고 여유롭게 시공을 마무리해서 현장 담당자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번 첫 도전에서의 어려웠던 점으로는 후원을 받지 못한 채 자비로 진행해 경제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스폰서십 개념과 영국의 스폰서십 개념은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단순히 기부로 돕는다는 의미가 커 후원하는 것에 어느 정도의 부침이 있는 반면, 영국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기업이나 브랜드,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개념이고, 도소매업인 경우는 직접 판매도 이루어진다고 하니 모두가 윈-윈하는 상황이 된다.

 


출처: RHS 

 

 

정원에는 ‘진정한 마음’을 담아야

 

윤선미 작가는 ㈜록디자인 대표로, 주로 정원디자인 시공, 공간디자인 시공을 하며, 루원쥐엔 작가는 ㈜록디자인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 작가는 2022년 첼시 플라워쇼를 관람한 것을 계기로 영국 내 진행되는 정원공모전에 도전하게 됐다.

 

“저희는 단순한 정원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닌 환경예술정원을 디자인한다. 이는 록디자인이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작가는 정원과 사람을 진정으로 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진정한 마음을 담으면 상대방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윤선미 작가는 “나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지는 정원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되며 기쁨이 된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고 뿌듯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번 정원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많이 느끼고 배운 것이 많다는 두 작가는 “배움은 끝이 없고 늘 새로움과 변화됨은 우리 앞에 놓이지만 늘 부족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며 변화되기를 반복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아트가드너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쇼가든 부문 참여하게 된 것도 영광스러운 참여인데 첫 참가에 메달획득까지 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정원이 오픈되고 관람객들이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울컥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너무나 의미 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스스로에게 잘했다, 수고했다 말해주고 싶다”

 

‘정원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No Bronze! Gold!’ 등 관객들이 전한 마음만으로 이미 금메달을 받은 것과 같다고 말하는 윤선미 작가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RHS

 

출처: RHS


출처: RHS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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