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라데팡스 근교의 주택가와 공원 산책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4-04-19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76
모로코와 파리편 - 33
라데팡스 근교의 주택가와 공원 산책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오늘은 라데팡스에 인접한 숙소에서 도보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곳은 일드 프랑스 지방 오드센주의 주도인 낭테르(Nanterre)입니다.
파리 중심부에서 약 11㎞ 거리에 위치한 라데팡스 상업지구에 해당된답니다.
라데팡스를 벗어나면 곧바로 호수가 있는 여유로운 공원으로 연결됩니다.
하루종일 파리의 변두리에서 이모저모를 두루 살펴볼 계획입니다.
숙소에서 나와 라데팡스 상업지구를 경유하여 처음 도착한 곳이 ‘Andre-Malraux’ 공원입니다.
이곳은 라데팡스 지구와 에일로드 타워의 탁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오드세느에 위치하지요.
넓고 여유로운 녹지와 맑은 물이 흐르는 앙드레 말로 공원은 곡선요소가 특징이라네요.
공원은 구릉지에 입지하여 언덕을 오르내릴 수 있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답니다.
파리의 정원이나 공원들이 대부분 평지형이고 기하학적 구도이지요.
앙드레 말로(1901-1976, 공보부 장관 역임)가 1960년대 문화부 장관 시절에 조성하였답니다.
그는 문화적 의미가 충만한 공원을 만들기로 작심하였답니다.
조경가 Jacques Sgard가 설계하였고, 1971년 착공하였다네요.
공원에는 자작나무를 비롯하여 오스트리아 흑송, 양버즘나무, 단풍나무가 많습니다.
중앙에 위치한 호수와 습지, 어린이를 위한 물놀이 공간이 특징이라네요.
공원이 조성된 이곳은 원래 황무지와 석고 채석장이었답니다.
파리 서부 지역민을 위한 녹색허파를 제공함이 목적이었대요.
공원은 특별함 없이 평범하고 여유롭습니다.
공원은 꽤 넓고 안정되어 더 많은 시간을 머물고 싶었지만, 새로움을 추구하는 발길은 분주하게 나아갑니다.
주거지에 인접한 공원묘지도 만났지요.
서구의 공원같은 묘지와는 묘지 밀도가 너무 높습니다.
공원묘지라기보다, 공동묘지에 가까운 분위기네요.
일광욕장 같은 묘지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중심 거리에서 벗으나 주택가 이면도로와 골목길로 들어왔지요.
일반 시민들이 거주하는 주택가의 분위기를 엿보기 위함입니다.
걷다보면 보행 환경과 안전시설, 어린이 놀이시설도 만납니다.
지도 없이 감각적으로 나아갑니다.
뚜렷한 목적지도 없지요.
오직, 초행길에 만나게 될 기대심뿐이랍니다.
어떻게 보면 파리에서의 가장 평범한 공간들과의 만남이 오늘의 테마인 셈이지요.
뒷골목 역시, 큰 거리 못지않게 군더더기 없이 정갈합니다.
소박하고 작은 규모이지만, 꼭 있어야 할 장소에 녹지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네요.
서구의 선진도시들이 많은 녹지를 보유하고 있다지만, 정원처럼 보기 좋게 다듬어가며 가꾸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냥 야생의 모습으로 방치한 듯한 생태적 환경들이 많이 목격되네요.
생태적 건강성 추구와 더불어 유지관리 비용의 절감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필자의 주관적 견해)
거리와 골목을 지나 걷다 보니 대학에 들어왔습니다.
Nanterre(낭테르) 대학은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캠퍼스를 가졌다네요.
이곳의 대학들은 우리나라같이 대학 캠퍼스가 특정 장소에 담장으로 둘러진 모습과는 다르지요.
이곳은 그래도 캠퍼스의 면모를 갖추었네요.
이 대학이 이전에는 파리 10대학으로 불렸다지요.
많은 기업의 본사가 이 지역의 라데팡스에 위치하므로 낭테르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답니다.
참나무과 수종의 표찰도 인상적이네요.
학생이 3만명 넘는 대학이라 전철역이 코앞에 자리합니다.
우리나라도 지하철역도 대학 이름이 많지요. 이곳 역 이름도 ‘Nanterr Universite’입니다.
낭테르 대학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학가는 세련되고 개성 있는 큰 빌딩들이 많습니다.
이 대학은 개교 직후인 1968년 학생운동의 중심이 되어 널리 알려졌다네요.
법학과 경제학 분야가 강하고 외국인 교환학생이 많답니다.
대학의 경계와 영역이 모호한 게 유럽 대학들의 특징이지요.
이거리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이동을 합니다.
지상 25층의 반듯한 건물은 1973년 건립된 낭테르의 행정타운이라네요.
우리나라 같으면 행정타운 주변은 타지역보다 깔끔하게 정비된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이곳의 주변 녹지는 방치된 모습의 야생원에 더 가깝습니다.
볼라드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지요.
이 지역의 주요 공공 녹화용 수종은 역시 플라타너스랍니다.
기후가 우리보다 훨씬 따뜻한가 보네요.
꽃이 화사하고 개화기간이 긴 유도화(일명 협죽도)가 뜰에 많이 보입니다.
특정 지역의 식물상을 살펴보면 기후를 대충 가늠할 수 있지요.
다시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왔습니다.
주택가를 걷는 재미도 즐겁습니다.
건축물과 담장, 정원수와 골목의 분위기를 통해 보통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지요.
주택건축들도 다양합니다.
소공원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가로녹지나 주택가 소공원에도 누군가를 기리는 묘비가 있어 이색적이네요.
무슨 사연을 품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거리에 차량들이 많지 않습니다.
골목길은 더욱 조용하고 여유롭네요.
도시 전체가 삭막하고 숨 막히는 주차 공간으로 변해버린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여유롭고 낭만적인 오솔길이나 숲길이 그립습니다.
간간이 만나게 되는 환경조각은 감칠맛을 더해주지요.
우리도 걷기 열풍이 대단하지요.
자신의 건강을 지키며, 아울러 도시환경도 개선한다는 취지의 걷기 열풍은 그래서 더욱 기대됩니다.
파리의 도시공원에서 단체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잔디밭을 걷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네요.
자세를 교정하거나, 속도를 달리하는 등 연습을 반복하네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와 독일 등지에서 대중적인 운동으로 인기를 누리는 노르딕 워킹이나 Flexy Foot 등 건강을 위한 걷기 기법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답니다.
홀로 걷기보다 더불어 걸으며 담소하는 재미도 좋겠지요.
오늘은 답사라기 보다, 걷기에 더 치중한 하루였습니다.
최근 국내에도 걷기를 위한 환경정비가 매우 활발하지요.
공원 조성과 더불어 가장 보편적인 환경복지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12시간 내외를 파리 외곽의 낭테르 지역에서 분주하게 걷는 일과였네요.
-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
다른기사 보기
기획특집·연재기사
- · [경관일기] 파리의 큰 허파, 벵센 숲(Bois de Vincennes)
- · [경관일기] 미래형 신도시, La Defense
- · [경관일기] 파리의 중심가 산책
- · [경관일기] 센강과 생 마르탱 운하
- · [경관일기] 파리 근교, 모네의 정원과 지베르니 마을 -2
- · [경관일기] 파리 근교, 모네의 정원과 지베르니 마을 -1
- · [경관일기] 베르사유 궁전 별궁 속의 별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농가마을
- · [경관일기]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 · [경관일기] 우르크 운하(Canal de l'Ourcq)와 라빌레트 공원
- · [경관일기] 파리의 복합 문화예술공간, ‘La Villete Park’
- · [경관일기] 프랑스 최고의 ‘파리식물원’
- · [경관일기] 뤽상부르 궁전과 정원
- · [경관일기] 파리 도심의 오아시스, 뤽상부르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