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의 위기와 가능성이 공존하는 시대"
조경헌장, 조경의 새로운 가치를 디자인하자
지난 5월 24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한국조경의 리얼리티’라는 주제로 ‘조경헌장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배정한 교수는 현재 조경분야가 처한 상황에 대해 ‘조경의 위기와 조경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배 교수는 “제도권 조경은 일감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도시 환경과 시민은 보다 높은 질을, 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의 질을 요구하는 상황이다.”라면서, “바로 이 아이러니한 지점에서 조경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비전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한배 회장((사)한국조경학회, 서울시립대 교수)은 올해 초 “조경의 소명을 확인하고, 미래의 비전과 가치 제시를 위한 조경헌장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는데(환경과조경 통권 제297호), 이날 세미나는 다양한 논의를 통해 조경헌장 제정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마련되었다.
김 회장은 개회사에서 “‘조경헌장이 깃발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조경의 깃발을 제시하고 내세우기 위해 이번에 헌장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법 제정보다 중요한 것이, 법의 정신의 바탕이다. 그런 것 없이 만들어지는 법은 기초가 없는 것”이라며 조경헌장 제정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어 “조경분야가 그동안 좋았던 시절을 보내고 험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과잉 성장기의 낙과를 가지고 흥청망청한 시절을 보냈다. 최근에는 영역침범으로 허겁지겁한 시절도 있었다.”고 자성했다. 이에 대한 반성이 세미나에서 다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헌장이 조경산업에서 시작해서 직업윤리,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조경진 위원장(조경헌장제정특별위원회)은 “오늘 이 자리는 한국 조경의 현실을 거칠게 진단하는 자리이다. 오늘의 제목은 한국 조경의 리얼리티이다. 거친 실제를 드러낸다는 뉘앙스를 위해 단어를 택했다. 진솔한 고민, 문제점을 드러내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면서 헌장 제정의 방향을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시대정신의 인식’이다. 여기에 조응하는 미래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헌장 제정이 이루어진다는 것.
두 번째 키워드는 ‘아카데믹한 접근’이다. 지나치게 산업 분야에 대해 근시안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접근하며, 학계, 업계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하면서 나아간다는 것이다.
세미나는 다섯 파트로 나누어 발제와 그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한국조경의 리얼리티,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최정민 교수(순천대 교수, 발제)와 김한배 회장(토론)이 나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조경의 리얼리티’라는 주제를 “총론”의 성격으로 풀어 진단했다.
조경진 교수(서울대, 발제)와 이근향 소장(예건디자인연구소, 토론)은 ‘조경의 사회적 가치와 실천: 질문과 단상들’를 주제로, 박승진 대표(design studio loci, 발제)와 한태호 부장(대림산업 건축설계팀 조경부, 토론)은 ‘조경설계를 둘러싼 현실’이라는 주제로 한국조경 “설계”의 리얼리티를 진단했다.
배정한 교수(서울대, 발제)와 강동진 교수(경성대, 토론)는 ‘조경의 경계: 불안과 피로를 넘어’라는 주제로 조경에 대한 "말", 즉 조경에 대한 생각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잡지나 SNS 등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말을 통해 조경인들이 가진 조경에 대한 생각을 샅샅이 해부하고, 현실을 진단했다.
마지막 차례로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 발제)와 박진구 팀장(스튜디오 테라, 토론)이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라는 주제로 한국조경 "교육"의 리얼리티를 진단했다. 두 사람은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대담형식으로 진행하여 좌중의 흥미를 자아냈다.
강동진 교수(경성대),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
박진구 팀장(스튜디오 테라)
종합토론시간에는 ‘한국조경의 리얼리티’에 대해 발제자와 토론자, 플로어 구분 없이 학생부터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한국조경의 현재를 진단하고 자성하는 뜨거운 담론의 장이 펼쳐졌다.
한편, 조경헌장제정특별위원회는 8월 헌장의 가안을 마련하고, 9월에 학회를 비롯한 조경분야 단체장과 전문가들이 모여 헌장 제정을 위한 워크샵과 공청회 자리를 갖는다. 이후 10월, 조경의 날에 헌장선포식이 개최된다.
- 글·사진 _ 이형주 기자 · 환경과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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