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건축설계공모 발주된 토목시설물’…토목 전문가 반발확산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 잠수교 보행화’ 등 서울시 잘못 발주 지적
(사)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회장 조경식) 지난 19일 양재동 aT센터에서 “건축설계공모로 발주된 토목시설,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조경식 회장은 “서울시가 언젠가부터 디자인을 이유로 토목시설을 건축설계공모로 발주하고 있다”면서 “잠수교 보행화 사업 등 서울시가 몇 년 동안 설계공모로 발주했던 보도교, 생태교량 등의 사례를 살펴보고 문제점과 개선책을 토론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주제로 조경식 회장이 “건축설계공모와 토목설계공모, 무엇이 다른가?”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조경식 회장은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과 관련하여 서울시에 공문을 주고 받은 내용을 소개하면서 “토목학회에서 토목전문가 2명을 추천했지만 서울시는 심의위원이 아닌 기술검토위원으로 참석시켰고 기술검토의견의 반영 여부는 심사위원이 결정하는데 모두 건축관련 전문가라서 실현가능성에 대해 제대로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면서 “서울시는 이해관계의 문제로 보려고 하는데 시민의 안전과 예산에 대한 문제이니 모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두 번째 주제로 이석종 부회장은 양재고개 녹지연결로, 한강대교 백년다리, 잠수교 보행화, 반포지구 덮개공원 등의 서울시가 발주한 설계공모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 발표했다.
이석종 부회장은 “양재고개는 리투아니아 디자이너가 당선되었는데 서울시에서 계약을 빨리 하자고 공문도 보내고 초청도 한 적이 있었고, 실시설계 과정에서 디자인 계획대로 구조물을 설계할 수가 없어서 디자인을 바꾸려하자 디자이너가 디자인 변경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백년다리는 한강대교 사이에 보행교량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디자이너가 밀어내기 공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제안했으나 설계과정에서 디자이너가 제시한 형상으로는 밀어내기가 불가해 상부와 하부 형상이 모두 변경되었다”고 말했다.
잠수교 보행화 사업에 대해 이석종 부회장은 “디자이너가 계획수위 아래에 2층데크를 설치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심사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당선되어 서울시 입장에서는 당선 취소와 계획변경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반포지구 덮개 공원에 대해서 이석종 부회장은 “한강 내에 있는 올림픽대로는 제방역할을 겸하고 있고 반포지구 인근은 제방여유고가 부족한 곳이라서 홍수위 검토와 제방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해서 수리, 토질 전문가가 필요하고 공사 중 교통처리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도로 전문가도 필요한데 토목분야 전문가 의무참여 조항 없이 공고가 났다”고 말했다.
덧붙여 “반포지구 덮개공원은 민간이 시행하고 기부채납하는 사업이라서 조합이 이 어려운 사업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총 사업비의 70% 가까이가 토목공종인데 공종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건축사가 PM을 하면서 어려움 많아 호소
세 번째 주제로 유신 유제남 부사장이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에 대해서 발표를 했다.
유제남 부사장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의 기본 개념은 토목 전문가가 제안해서 시작되었는데 서울시 부시장급인 총괄건축가의 주장으로 건축사를 PM으로 국제설계공모가 발주되었다”면서 “총 사업비의 70% 가까이가 토목공종인데 공종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건축사가 PM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석종 부회장이 좌장을 맡고 한국도로공사 최혁진 팀장, (주)EDI환경디자인 엄성렬 대표, (주)디엠엔지니어링 김창수 전무, 국민대학교 홍기증 교수가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최혁진 팀장은 “발주처 입장에서 잠수교 보행화 사업관련해 서울시가 공고한 서류들을 검토했다”면서 “과업내용서의 내용은 대부분 토목 관련 내용인데 사업책임자를 건축사로 하여 토목엔지니어는 권한은 적고 책임만 많이 질 수 있는 불합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덧붙여 도로공사가 2021년에 설계공모로 발주한 송화대교 사업의 참가자격, 평가방법 등을 서울시의 잠수교 보행화 사업과 비교한 내용을 소개했다.
엄성렬 대표는 “25년 이상 국내와 해외 토목시설의 경관디자인을 하고 있고, 잠수교 보행화 사업에도 참여했었다”면서 “설계공모 심사 과정에서 기술검토를 통과한 안에 대해서 디자인 심사를 하고 심사과정에서도 엔지니어가 조언을 해줄 수 있도록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창수 전무는 “2022년에 교량및구조공학회에서 교량및구조물 설계공모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면서 “성공적인 설계공모를 위해서는 발주자가 공모의 목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가이드라인이 있으니 설계공모과정에서 적용될 될 수 있도록 신경써달라”고 말했다.
홍기증 교수는 “잠수교 기술검토 회의에서 일부 안들은 실현이 불가능해서 합격 또는 불합격 판정을 내려 심사에 올리자고 제안했으나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토목 구조물의 설계기준이 ‘도로교설계기준’위주로 되어 있다 보니 미국토목학회 기준을 번역해서 만든 건축구조기준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토목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토목학회 주도로 산업환경시설구조및내진기준을 제정했으니 산업시설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는 “이번 잠수교 사태를 계기로 서울시 뿐만 아니라 다른 발주처로 하여금 토목구조물의 정의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 글 _ 김덕수 기자 ·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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