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고양국제꽃박람회] 정원 ‘그린 오아시스’ 이야기

‘세계 작가 정원 토크쇼’ 개최 - 1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4-05-03


 

그린 오아시스 

작가 폴 허브 브룩스 Paul Harvey-Brookes(영국)

시공 기로디자인 류광하, 이찬종, 윤석주, 이상아 / 어반스톤 김경동 / 더그린 장보경, 김학현

도움 ㈜아름다운길


정원은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더 깊은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다. ‘Green Oasis’의 목표는 정원을 통해 나 자신과 깊이 연결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거친 콘크리트 흉관 구조물, 구부러진 철근의 형태, 자갈 포장 등 단단한 재료의 제한된 조합이 녹색 식물과 어우러져 깊은 안정감을 주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자작나무와 부드러운 그래스, 양치식물은 미니멀한 소재의 구조물과 대비되어 각각의 매력과 함께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의 정원에서는 휴식과 고독을 즐기며 긴장을 풀고, 자연과 더 가까워지며, 깊은 영적 평온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폴 허브 브룩스 정원 디자이너 


지난 27일 정원에서 열린 2024 고양국제꽃박람회 ‘세계 작가 정원 토크쇼’에서 폴 허브 브룩스 작가와 시공팀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폴 작가는 어린 시절 내성적인 아이였기에 정원에 들어가 식물과 교감하는 것을 사랑했다. 그래서인지 정원의 가장 본질적인 것은 “정원과 사람이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며, 사람이 정원에 해주는 것보다 정원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물이 좋아 식물을 기르틑 농장의 주인이 되길 원했으며, 스스로 정원을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당연히 정원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는 얘기를 해왔고, 그렇게 떠밀리듯 정원 디자이너가 됐다고 한다.


정원 디자이너 초반에는 식물을 찾아다니는 일에 열중했다. ‘이 식물은 어디에서 출반한 식물인 것인가’를 찾아 떠나 그곳을 여행하고, 그 식물이 어떤 환경에서 잘 살아가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들로 20대를 보냈다고 한다.


그 이루 조경회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으나 맡겨진 일들만을 해야 했고, 더 이상 여행하는 생활을 할 수 없어지니 행복하지가 않았다고. 그래서 고민 끝에 쇼가든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초반 작품들은 스스로에게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들이었는데, 난항을 겪었던 세 가지 요인으로 ▲스스로 무슨 정원을 만들고 싶은지를 깨닫지 못했던 것 ▲생활을 영위해야 했던 경제적 문제 ▲영국 출신 정원 디자이너이기에 ‘예쁘고 아기자기하며 꽃이 굉장히 많은 정원’을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꼽았다. 이 세 가지 요인이 그를 압박했다고 한다. ‘예쁜 것’을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의 소질이 있었기에 정원을 조성하는데 있어 큰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았는데, 내면에서는 오히려 정원에 대한 갈증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네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고, 지금 누구 앞에 서 있는지를 알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안다면, 정확하게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알 수 있다’는 문구를 읽게 되고, 그것이 그의 정원 인생에 큰 변화를 야기했다고 한다. 단순히 ‘예쁜 곳, 예쁜 정원’을 보여주고 사람들로부터 “예쁘다”는 반응만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정원 안에서 ‘본인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할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고. ‘그린 오아시스’도 그러한 정원이다. 


이제 폴 작가에게 사람들의 반응은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원에 식재된 식물이 과연 이 장소에 맞는 식물인가. 그들에게도 좋은 타이밍에 이 정원으로 온 것일까’에 대한 생각이다.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 식재된 식물들로 둘러싸인 정원이어야 비로소 사람은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폴 작가의 생각이다.


그는 “어떠한 삶의 위기 속에 놓인 분들이 정원 안에 들어왔을 때, 정원은 그 인생의 무게를 소화할 수 있도록 돕고,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이제는 그러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됐다”고 전했다.



폴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그린 오아시스’는 심플한 정원이다. 그는 식물도, 시설물도 화려한 것을 지양하는 편이다. 시설물은 사람이 들어와, 머물고, 나가는 세 가지 목적만 가질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에 단순하게, 기능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돼 있다. 물론 미학적으로 디테일하게 추구하고 싶은 것들은 있다. 특히 재료의 질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재료의 본질이 느껴지는 질감이 주는 직관적인 효과와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원에서 자신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콘크리트 벤치에 자갈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나 철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 등이 그렇다.


그는 “철근의 미묘한 움직임, 콘크리트 벤치에 앉았을 때 보이는 식물의 움직임은 본능적으로 깊은 무의식 속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는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미래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면서, 현재의 자신을 있는 힘껏 느끼면서 만족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원을 만든다는 것은 절대 한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한국에 정원을 만들며 만난 시공팀은 개개인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좋은 시공 덕분에 좋은 정원을 만들 수 있었기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류광하 기로디자인 대표



장보경 더그린 대표


토크쇼에서는 시공팀의 시공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폴 작가와 한국 미팅 후 폴 작가가 해외로 가 있는 동안, 시공팀은 폴 작가가 강조했던 재료의 질감과 관련해 콘크리트 의자의 색감과 질감을 연출하기 위해 공장에서 10가지 정도의 샘플을 시공해 사진으로 보내며 하나하나 소통을 했다고 한다. 폴 작가가 원하는 질감을 내기 위해 여러 종류의 자갈과 안료, 시멘트를 각각 다른 배합비로 실험해 10가지 샘플이 나온 셈이다. 콘크리트 양생과정에서 색이 달라지기도 해 실험이 필요했던 것이다.


정원에 들어서면 여러 개의 기둥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전신주나 상하수도관에 쓰이는 흄관이다. 흄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헤링본 무늬로 조각이 돼 있는데, 베테랑 작업자를 찾아 하나하나 완성된 조각이다.


철근의 간격과 휘어짐 정도도 하나하나 각도와 길이를 다르게 시험해보면서 폴 작가와 하나하나 소통하며 결정됐다.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자작나무도, 다관형의 자작나무를 구하기 어려워 3~4개의 가지가 결합된 자작나무와 묘목들을 모아 심으로 모양을 하나하나 만들어 냈다.


류광하 기로디자인 대표는 “기로디자인은 전문 시공회사라기보다 설계를 많이 한다. 그래서 폴 작가의 디자인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공을 하면서 세부적으로 하나하나 신경쓰다 보니 폴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체적인 어우러짐’을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도면대로 완공을 하고 보니 그제야 정원이 전체적으로 보이더라. 정원에 앉아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에 정말 놀라웠다.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보경 더그린 대표도 “사실 처음에 그림만 보고는 상상이 잘 가지 않았고, 여러 가지 요소를 고민해야 했었기에 시공에만 집중을 했었는데,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을 무렵 문득 정원을 보니 너무나도 멋졌었다.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날 주관사에서는 폴 작가와 시공사 모두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 수여식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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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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