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으로 피운 가장 아름다운 꽃, 환경조경-③
오휘영·정영선의 ‘영원한 동행’(②편에 이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지회 학예연구사는 건축을 전공했다. 그는 “건축도면과는 다르게 조경도면은 식물의 형태를 도식화한 기호 자체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조경설계 작업물을 보면 주변의 산과 개울, 바람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러한 설명과 도면은 공간을 상상하게 한다. 어떤 면에서 이보다 더 현대미술적인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시 기획 계기를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여러 분관 중 ‘서울관’에서의 전시가 결정된 것도, 도심 한복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위치에 있는 서울관에서 반세기 조경사를 한눈에 조망하는 것이 관람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시관 내부의 ‘전시마당 정원’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7전시실을 찾아가는 전시실로 바꾸었고, 실내공간의 다이내믹 자체가 정원으로 인해 바뀌었다. 본래 잔디를 깔면 죽고, 다시 깔면 죽던 죽은 공간이었는데 조경가가 손을 대니 살아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정원 만드는 과정을 보니 조경작업의 8할은 땅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김찬주 도슨트는 “현대미술은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 이면에 정수가 있다. 정영선 조경가의 작업에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넘어 그 안에 자연과 공간, 사람을 연결하는 태도, 그의 철학, 다양한 정서가 담겨있기에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문화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서막
오휘영은 조경이 환경뿐 아니라 건축, 산림, ICT 등과 더불어, 특히 문화예술 분야와 통섭함으로써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때 더욱 육성·발전될 수 있음을 강조하여 왔으며, 정영선이 위대한 서막을 열었다.
“미술관에서 조경의 일들을 예술의 한 장르로서 분류를 해줬다는 것에 감사하다. 전시장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상들이 전시돼 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조감도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일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도면까지도 전시됐다는 점이다”
“영화는 5년 전부터 작업했으나 개봉과 전시가 맞물리면서 서로 기폭제가 됐다. 그간 세계적으로 변화가 많았고, 자연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경공간이 사람의 손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장소였다고 생각하더라. 영화와 전시를 통해 조경을 알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다섯 번이나 본 사람도 있더라. 기가 막히고 고마워서 울었다. 그렇게 우리 분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을 기대한다”
전시 관람 이후 오휘영은 정영선의 지난날 노고에 대한 위로와 격려의 뜻을 담아 ‘영원한 동행’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선물했다. 해당 그림은 오휘영이 정영선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다.
오휘영은 “젊었을 적, 정 선생으로부터 받은 인상은 ‘문학소녀’였다. 문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이 조경으로 꽃을 피운 것이다. 조경으로 표현되는 내용은 더 없이 중요하다. 조경가들의 손을 통해 표현이 돼야 비로소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라 전하며, “우리 분야가 조용히 잠자고 있다가 정 선생을 통해 다시 깨어나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와 조경을 예술로 다루어준 이번 전시를 관람하고 간 사람들은 조용히, 잔잔하게 자연에 대한 생각을 시작할 것이다. 이것이 확산되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 기대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지회 학예연구사는 “정영선 조경가를 통해 조경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고, 공부하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환경은 수많은 조경인들의 노고와 고민과 투쟁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무엇보다도 조경이라는 분야가 대한민국에 뿌리를 내리고 일어설 수 있게 해주신 오휘영 교수님께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며 감사를 전했다.
1970년대 국토개발 시기, 오휘영이 쌓은 제도적 기반 위에 꽃 피운 정영선의 조경공간. 두 사람의 ‘영원한 동행’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위대한 조경유산으로 남아 환경위기 앞에 놓인 작금의 우리에게, 미래세대에게 크나큰 울림이 되어 영원히 동행할 것이다.
그림 ‘영원한 동행’을 선물하는 오휘영과 정영선
-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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