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 발주, 대기업 중심의 악순환 등 역작용 제기

조경 건설환경에 적합토록 개선 필요해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8-09
LH가 조경분야 최초로 시공책임형 CM방식으로 공사를 발주했다. 이미 건축 등에서 그 효과성이 충분히 검증된 발주방식으로 조경에서도 다양한 장점이 발생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건축 등에서 적용된 CM 발주가 조경에서도 효과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건축 등과 같은 대규모산업분야와 달리 조경은 산업규모(2021년 8조7천억)가 적고, 대다수가 중소기업(2021년 사업체당 평균 8.4명)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2일 공고된 ‘화성동탄2지구 경부직선화 상부공원 조경공사’는 조경분야 최초 시공책임형 CM 방식으로 발주됐다. 추정사업비 79,531,150천원(추정공사비+사업관리비), 면적은 89,729㎡이다.
 
시공책임형 CM 방식은 설계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하고 참여시켜 시공사의 책임하에 약정된 공사비 내에서 공사를 시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설계단계에 시공 노하우를 반영하고, 발주자와 건설사, 설계사 간 협업을 통해 전체 공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으며 사업기간 단축 및 공사비 절감, 분야별 품질 확보도 가능하다.

그동안 LH는 주로 건축, 단지분야에서 시공책임형 CM 방식으로 공사 발주를 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조경분야에 도입했다.

LH는 “도시마다 차별화된 랜드마크 공원을 만들고, 높은 품질의 공원 조성을 위해 우수하고 참신한 디자인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설계공모를 확대했고, 이제는 일정 금액 이상의 공사는 시공책임형 CM으로 발주해 수준 높은 공사 품질을 도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경계 일각에서는 CM 발주가 과연 공사 품질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LH가 올해 처음 CM 발주한 ‘의왕초평 A-4BL 아파트 건설공사 2공구’는 부족한 공사비로 유찰되기도 했으며, 최근 논란인 ‘순살자이’도 CM으로 발주된 건이다. 올 하반기 CM 발주 예정이었던 ‘충남도청 이전도시 RH-12블록’, ‘대구연호 A1블록’은 제외되기도 했다.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CM 발주의 입찰참가자격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조경공사업과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건설엔지니어링업(종합, 설계·사업관리-일반, 설계·사업관리-건설사업관리 중 하나)을 등록한 업체여야 한다. 조경공사업과 엔지니어링 면허 모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에도 해당 조건이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대표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두 면허를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조경공사업이나 조경 엔지니어링만을 가지고 있는 조경업체는 입찰참가자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것이다. “CM 발주는 결국 대기업 중심의 산업적 악순환 등 다양한 역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여기서 불거져 나온다.

A조경전문가는 “결국 두 면허를 다 가진 대기업이 수주해 조경 업체에게 최저가로 하도급을 주게 되고, 결국 공사 품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CM 발주로 공사를 대규모화시켜 대기업에만 몰아줘 조경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에게는 기회 자체를 박탈한다면 정부가 이야기하는 상생, 중소기업 육성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닌가? 이는 조경산업의 위축을 야기할 뿐”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CM 발주가 건축, 토목 분야에서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에 조경분야에도 적용해보겠다는 의도인데, 현실적으로 벌어지는 결과들을 보면 설계단계부터 시공사를 참여시켜 시공사의 노하우를 반영해 좋은 품질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와 다르게 설계도 제대로 검토가 안 되고, 시공사 입맛에 맞는 설계가 나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B 조경전문가는 “설계와 시공은 같이 가야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서로 떨어져 있어야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CM으로 합쳐놓고 보니 견제와 균형 관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고, 거기서 나오는 불합리가 있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감리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감리를 누가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공사 규모의 감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어디에 있는가를 따져보면 결국 LH를 비롯한 대형 발주기관 출신의 전관들에게 이점이 크다. 조경분야의 대형 공사 프로젝트의 감리·감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감리단에는 불미스러운 일로 퇴임 당한 사람들도 포함될 수 있다. 때문에 대형공사 감리를 선임할 때는 내부 비리 이력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경력만 반영해 그들이 다시 선임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CM 발주 역시 이것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사품질과 관련해 “대형 건설사들 중 조경공사업을 주업으로 생각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조경팀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몇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토목직이나 건축직을 조경 직군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조경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경공사업체를 배제하고 공사품질을 논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종합공사업이 수주를 한 경우, 공정별로 업체들을 선정해 하도급을 주는데, 그 대상은 사전에 등록된 협력업체들이고, 선정 기준은 대부분 ‘최저가’이다. 여기에 협력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참여하지 않으면 다음 공사에서 참여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고,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대기업의 배만 불릴 뿐, 공사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 좋은 공사품질이란 좋은 업체에 공사비를 제대로 지불 해야 나오는 것이지, 대형회사를 앞세운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실질적인 공사는 최저가로 입찰한 하도급 업체가 하는 상황에서 좋은 품질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C 조경전문가는 “CM 발주는 공공사업 추진과정에서 충분히 검증된 제도이기에 조경분야에서도 그 효과성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LH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검토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건축 등과 비교해 공사규모, 사업체규모 등 건설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특히, 공동계약 발주가 가능하므로, CM 발주가 꼭 필요하다면 두자격을 모두 보유한 업체들의 참여로 차단하여 공동계약의 취지를 훼손하기 보다는, 조경공사업자와 조경건설엔지니어링업자 등이 공동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LH와 조경산업 간 상생이 가능하며, 품질확보는 물론 조경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CM 방식 발주의 입찰참여기준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9호에 따라 발주처에서 작성된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방식 특례운용기준’을 따른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는 ‘종합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을 등록한 건설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LH가 정한 기준에는 ‘종합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을 등록한 자’에 더해 ‘건설기술용역업을 등록한 자’가 추가돼 있다.

이 같은 기준을 만든 것에 대해 LH는 “과거 절차상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와 협의시 국토부에서 두 면허 모두 필요하다고 요구했기에 기준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입찰참가시 조경공사업과 조경엔지니어링 중 하나만 가진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법에 저촉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9호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란 종합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을 등록한 건설사업자가 건설공사에 대하여 시공 이전 단계에서 건설사업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아울러 시공 단계에서 발주자와 시공 및 건설사업관리에 대한 별도의 계약을 통하여 종합적인 계획, 관리 및 조정을 하면서 미리 정한 공사 금액과 공사기간 내에 시설물을 시공하는 것을 말한다.

LH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방식 특례운용기준
제4조(입찰참가자격) LH는 다음 각 호와 같이 해당 업종을 등록한 자에 한하여 입찰에 참가하게 하여야 한다.
1.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방식 : 다음 각 목의 요건을 모두 갖춘 자
가.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제1항에 따라 종합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을 등록한 자
나. 「건설기술 진흥법」제26조에 따라 건설기술용역업(종합, 설계·사업관리-일반, 설계·사업관리-건설사업관리 중 어느 하나)을 등록한 자
2. 시공책임형 전기공사관리 방식 : 「전기공사업법」 제4조제1항에 따라 전기공사업을 등록한 자
3. 시공책임형 정보통신공사관리 방식 : 「정보통신공사업법」 제14조제1항에 따라 정보통신공사업을 등록한 자
조경 최대 발주처인 LH라 할지라도 조경분야 산업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1년 예산이 많지 않은데, 그것을 300억 단위로 크게 나눠 그 몇 개를 대기업이 수주하도록 한다면 나머지 몇 백 개 조경업체들을 더더욱 어려워 지고, 이는 공사품질과도 직결된다.

조경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조경분야는 국토와 도시, 특히 공공공간에서 고품질 조경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 해야 할 의무가 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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