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조경직, 제너럴리스트+스페셜리스트 돼야”

(사)한국조경협회, ‘2072 한국조경을 바라보다’ 월간세미나 개최 (2)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4-07-08

 

이은수 건설사조경협의회 회장 

 

“조경 선임자들은 차가운 심장으로 강력한 의지를 갖고 돌진해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 임원, 임원급으로 진급해야 조경그룹장, 조경팀장들이 임명될 수 있다. 이들은 주요 의사결정 및 예산에도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직원의 확대도 필요하며, 이 직원들은 대체불가능한 최고의 조경전문가로 인정받는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한다”

 

이은수 건설사조경협의회(건조회) 회장은 지난 28일(금) (사)한국조경협회 ‘2072 한국조경을 바라보다’ 월간세미나에서 지난 50년 간 건설사 조경의 변화에 대해 훑어보고 앞으로 50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1970~80년대 건설사는 약 10개사에 조경직이 10~20여 명 정도 있었으며, 대부분 해외건설 지원업무를 위주로 수행했다. 건설사조경협의회는 1996년 창립했으며 당시 18개사 84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54개사 525명에 이른다. 지난 50년간 조경직원이 50배 성장한 것이다.

 

건조회의 조경 발주금액은 약 2조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향후 4조 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설사 조경 예산의 변화도 훑어봤다.

 

2000년 이전은 준공용 대지의 조경 업무 위주로, 조경예산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2000년 브랜드 아파트의 출시와 함께 평당 1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후 20만 원으로 대폭 상승한 것은 2005년 삼성 래미안의 등장이다. 조경을 특화하며 자체적으로 금액을 2배로 책정한 것. 이후 30만 원 선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했는데, 특히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잠실 재건축의 조경특화를 통해 조합과 건설사가 50:50으로 비용을 부담하며 35~40만 원까지 올랐다.

 

그리고 2014년 분양성 향상을 위해 도급 10위 내 건설사들의 평당 조경예산은 40만 원 대로 자제예산이 상승했으며, 2016년 이후 반포 재건축 조경특화를 하면서 조합과 건설사가 함께 부담해 60만 원 선을 돌파했다.

 

2019년에는 반포/개포 재건축 조경특화를 통해 처음으로 하이엔드 단지가 등장했다. 디에이피아너힐즈, 디에이치자이개포, 래미안원베일리 등이 대표적이다. 100만 원으로 상승한 것은 2018년 이후 단지 내 작가정원 설계 ·시공의 영향이 있으며, 한남2구역도 100만 원대로, 순식간에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수 회장은 “2025년 이후 한남동, 압구정동 재건축 조경특화가 있다. 외국작가를 활용한 시설물이나 구조물, 포장, 식재 등 최고급 리조트 이상의 품질을 선보이기 위해 몇 년 내에 100만 원을 돌파할 전망이며, 꾸준히 건설사 조경 예산은 증가할 것이다. 하이엔드가 오르면 다른 단지들도 금방 따라잡는 양상을 보여왔기에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사의 조경설계는 준공 조경에서 점진적으로 공동주택 조경이 태동했다.

 

2001~2002년 이후로 e-편한세상, 래미안, 현다홈타운, 자이, 아이파크 등 브랜드 아파트 조경이 시작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주요 공간에 조경 재설계 용역을 발주했고, 삼성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삼성설계’라고 불리던 전체 래미안 조경설계를 시작했다. 건설사의 자체사업은 10~20% 정도이고 시행사나 조합의 외주사업이 80%를 차지하며, 건설사의 자체비용은 투입하지 않았었으나, 삼성은 자체비용을 투입해 도면을 재정리하고 재설계했다. 이때부터 건설사 조경직들이 상호간 정보 교류를 하면서 부분적인 재설계 체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2006~2015년까지 10년간의 특징적인 변화는 지하주차장을 건설하면서 지상부 전체를 조경공간화 됐다는 점이다. 서울부터 경기, 지방광역시, 전국 순으로 지상부 전체가 조경공간화 됐으며, 이때부터 경영자들이 조경설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을 제외한(삼성은 모든 단지 시행) 건설사들은 핵심단지만 선별적으로 조경재설계를 시행했다. 브랜드별로 스토리를 담은 조경디자인 매뉴얼을 발간하며, 브랜드의 특징을 나타내는 조경 상품개발에 집중하게 된다.

 

2016~2020년까지는 전체 단지의 조경재설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도급 10위내 건설사는 자체비용을 투입해 전체단지 조경재설계를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조경설계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대지면적 1만 평 기준 재설계비 8,000원/py에 도달한다. 민간 아파트는 1,000원으로 시작했기에 약 8배 이상 성장한 모습이다. 대표 단지는 아크로리버파크 ‘반포 명원’과 디에이치 아너힐즈 ‘현대 미술관’으로, 핵심단지 조경설계비 단가가 일반 단지의 2~3배 가량 인상돼 2만 원 이상으로 책정됐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는 각 건설사의 조경 매뉴얼이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명품 조경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이은수 회장은 건설사 조경의 미래에 대해 “우리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한국의 미는 ‘소박미’와 ‘자연미’이다. 우리의 국보, 보물들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미의식은 중국, 일본과 확연한 차이가 있으며, 우리 안에 이미 내재돼 있다. 소박미와 자연미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미적 감각”이라며, ‘소박미’로 대표되는 예술적 조경, 명품조경, 명작, ‘자연미’로 대표되는 자연주의 조경, 시원경관을 짚었다.

 

아울러 “여기에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더해진다면 우리의 정체성을 지킴과 동시에 유기체 디자인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건설’부문인 이은수 건설사조경협의회 회장의 발표를 비롯해 ▲행정(한정훈 서울시 자연생태과장) ▲교육(안승홍 한경국립대학교 교수) ▲설계(나성진 스튜디오 서브디비전 디렉터, 송민원 MDL 소장) 5개 분야 6명의 발제자의 발표와 토론으로 꾸려졌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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