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재인폭포
주명돈 논설위원((주)한국종합기술 전무)라펜트l주명돈 전무이사l기사입력2017-07-27
재인폭포
글_주명돈 전무이사((주)한국종합기술)
한이 서린 재인폭포
우리 회사의 설계대상지 중 하나인 재인폭포(폭 30m, 높이 18m)는 한탄강변에 위치한 폭포로, 다른 폭포와는 달리 평지가 내려앉아 생긴 협곡 내에 위치한 특이한 지형이다. 외국 유명배우 이름처럼 들리는 재인에는 슬픈 전설이 스며있다.
줄타기 재주꾼 재인의 아름다운 부인을 탐한 고을 수령이 재인에게 폭포 위 줄타기를 시킨 후 줄을 끊어 죽여 버리고는 부인을 탐하려 하였으나, 부인이 수령의 코를 물고는 재인의 뒤따라 폭포에 떨어져 죽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이 땅 백성의 슬픈 이야기이다.
자연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하나의 역사와 문화를 가진 국가란 공동체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공통적인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도 언젠가 부터 ‘어찌할 수 없는 양보, 겸손 그리고 좌절, 인내, 눈물(슬품)’이라는 감정적 정서가 우리가슴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수령에게 복수도 하지 않고 코만 물고는 18m 높이의 폭포 아래로 뛰어 내린 재인처럼....
재인폭포
흘러내리는 암반위에 세워진 헬브론케이블카
얼마 전 도펠마이어란 로프웨이회사와 우리 회사간 MOU(상호발전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알프스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만난 토마스 피클러 도펠마이어 사장이 근무했던 몽블랑 헬브론케이블카 건설현장 이야기를 잠깐 나눈 적이 있었다. 지반이 약해 무너져 내리는 암반들 사이로 지주를 세우고, 정류장을 설치하기 위해 수 십 미터의 수직, 수평갱도를 설치해야 했던 고난극복의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결론은 자연의 위대함, 그리고 그것을 이겨낸 도펠마이어의 도전과 승리였다.(그리고 그도 이 일로 도펠마이어의 사장이 되었다.)
도펠마이어 CEO와의 대담
몽블랑 헬브론전망대/케이블카
스위스가 자연을 가꾸는 방식
로프웨이와 관련하여 알프스지방을 방문한 것이 아마 네다섯 번째는 되는 것 같다. 알프스를 둘러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이요, 또 다른 한편으론 그 험한 산속에 파일을 박고, 벼랑 끝에 집을 짓고, 양을 키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숭고한 (도전)정신이다. 몽블랑을 방문하기 전 들른 그란데발트도 마찬가지다. 올라갈 땐 산악열차로, 내려올 땐 커피 한잔을 마시며 걸어서 내려왔지만,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분이 스위스는 매년 산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특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산 역시 사람의 관리를 통해 안정성과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기에 산엔 사람이 살아야 한다고 했다. 산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산을 개간할 권리와 교통, 의료 등의 혜택이 제공되고, 그 대신 산을 관리할 의무를 준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적 가치를 찾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국민소득 8만 불의 스위스가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가질 수 있게 한 방법인 것이다.
그란데발트의 산악열차와 아름다운 자연과 집들
자연과 함께 공유할 가치를 찾는 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와는 다른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본다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자연과의 상생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가? 자연을 개척한 이야기는 고사하고 우리가 사는 이 땅을 바로 알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지도를 만들었든 김정호는 결국 죄인이 되어 생고생을 해야만 하지 않았던가! 무엇이 두려운 건지 우리들이 바라보는 자연의 관점은 언젠가 부터 소극적이다 못해 두 눈 뜨고 바라보면 죄인이 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다.
4천 미터의 높이에 전망대를 만드는 일, 우리의 일
우리 조경가는 작업하여야 할 대상지의 아름다움과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즐거워한다. 대상지에 걸 맞는 멋진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예술적, 기술적 자질을 총동원하여 일을 한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각종 단체들과 주민의 반발, 발주처의 독단에 소극적인 자세로 마음을 접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얼마 전 만난 국내 로프웨이 전문가의 이야기이다. 그는 오래전에 로프웨이의 이동수단,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시작했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주변의 시선이 차갑다고 했다. 과연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연매출 1조원, 세계 80여 개국에 로프웨이를 수출하는 도펠마이어 같은 회사를 우린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쯤 우리강산에 관광지를 만들면서 스위스까지 가지 않아도 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그 분야가 자생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업성 있는 아이템의 발굴이 중요하다. 얼마 전 당선된 새로운 대통령은 권위주의를 폐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직한 기술자로 생활하는 우리에게는 기쁜 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조경업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당선자 후보시절 (조경관련)공약을 살펴보자면, 그나마 조경과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은 산림자원 육성 및 휴양, 치유, 산림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이고, 건설산업으로서의 조경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정말 우리 조경이 나무나 심고 의자나 만드는 일로 전략해 버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아름다운 하늘과 녹색의 길을 만드는 것 외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캠핑장, 해수욕장, 스키장, 놀이기구를 만드는 건설산업의 다양한 영역이 우리의 일이란 것을 다시 한 번 외치고 싶다. 코만 깨물고는 폭포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암벽 위에 파일을 박고 4천 미터의 고지에 전망대를 세우는 숭고한 일이 우리의 일이란 것을 외치고 싶다.
- 글·사진 _ 주명돈 전무이사 · (주)한국종합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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