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도쿄의 허파, 메이지 신궁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4-05-31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82

 

 

일본에서 신록의 봄을 만나다 - 2
도쿄의 허파, 메이지 신궁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메이지 신궁은 도쿄 도심 시부야에 위치합니다.

지난 호에 소개한 ‘요요기 공원’과 맞붙어 있지요.

공원과 신궁은 경계를 따라 울타리는 존재하지만, 숲은 하나의 덩어리입니다. 

두 곳이 합해져 하나의 거대한 숲을 형성하기에 이곳을 도쿄의 허파로 불린다네요.





입구 광장입니다.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높은 찻집과 신사를 비롯한 신성한 장소의 입구를 상징하는 거대한 도리이가 숲의 정문처럼 자리하지요. 














일주문 같은 도리이를 지나 울창한 숲속으로 빠져듭니다.

거대한 숲이 양측으로 엄숙하게 도열해 있는 분위기네요.

신궁으로 통하는 참배 길의 넓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숲속의 산책로는 좁은 오솔길이 제격이지요.

이곳은 새해나 특정 행사가 있으면 엄청난 참배 인파가 모여들기에 이 길도 좁은 처지랍니다.

신사 부지는 70ha(약 21만 평) 규모로 나니엔(어원)과 가이엔(외원)으로 나뉘어지지요.

어원에는 신사 건물들과 박물관이 자리하고, 외곽에 위치한 가이엔에는 메이지기념미술관과 결혼식장으로 이용되는 기념홀, 국립경기장 시설이 있답니다.

숲속에 있는 어원의 입구와 안내판이 반겨줍니다.

이곳 입구는 폐쇄된 상태네요.




















주진입로(참배로)에서 숲속으로 통하는 산책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들 숲은 모두가 사람이 식재하여 조성였다지요. 

이곳은 원래 나무가 전무한 농경지와 연방장이었답니다.

그래서 1921년 당시 ‘경내 임원 계획’을 수립하였다네요.

산림과 조원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맡게 되었는데, 공해에 견딜 수 있는 활엽수 혼효림으로 결론지었답니다.

당시 오쿠마 시게노무 총리는 삼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림으로 조성하여 곧고 장엄한 분위기의 숲을 희망하였지만, 위원들로부터 설득당하였다네요.

그 당시에 이미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니 일본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식재 당시 365종 12만여 그루를 일본 전 지역과 식민지인 우리나라와 대만에서도 조달하였다지요.

오래도록 건강한 모습의 ‘영원의 숲’을 조성한다는 목표로 심혈을 기울였답니다.

참나무과의 상록성 수종인 가시나무들도 많이 보입니다.

수간을 피복하여 치료 중인 가시나무도 있네요.
















신사건물들이 있는 어원(나이엔)으로 들어왔습니다.

메이지 신궁은 제122대 무쓰히토(메이지) 왕이 1912년에 이어 왕비가 1914년 사망하게 되자 이들 부부를 추모하기 위하여 1920년 창건하였답니다.

건물은 일본산 목재와 구리를 주로 사용하였다네요.

당초 건축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실되었는데, 1958년 재건하였답니다.

신사건물의 앞 마당에 둥근수형의 거목이 녹나무입니다.

이곳의 녹나무 수형이 수려하고 신록이 너무 아름답지요.

두 그루의 녹나무는 천황 내외를 상징하는 부부나무로 통한답니다.

줄기에는 Shimenawa라는 굵은 밧줄로 연결되어 있지요.

밧줄은 천황과 황태후의 화목하고 견고한 결혼 생활과 건강한 가정의 상징으로 삼는답니다.

한편 악귀를 물리치는 부적 효과가 있다지요.

우리나라의 당산목이나 노거수에 제를 올리는 토속 신앙과 매우 유사한 모습입니다.

특유의 석등도 운치가 있지요.
















신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은 3곳이랍니다.

들어오는 입구마다 Torii가 초병처럼 지키고 있지요.

인공림은 100년 후를 목표로 삼았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천연림에 가까운 성숙된 모습으로 변했다지요.

이곳 숲에는 시비 등 별도의 무육, 관리를 최소화한답니다.

자연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생태적 원리에 따라 지속가능한 숲으로 이어가게 한다네요.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노거수나 희귀목 등 보호수나 기념물이 지정된 이후 갑자기 수세가 약화되거나 고사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지속적인 과잉보호(시비, 병해충 예방과 소독, 외과수술 등)로 인한 결과이지요. 

2019년 숲을 조사한 결과, 234종 3만 6천여 그루의 거목들이 생존해 있음을 확인하였답니다. 

숲은 교목류 외에도 관목들과 다년초 지피식물로 가득하답니다.

이곳의 숲은 침엽수와 활엽수, 교목과 관목, 상록수와 낙엽수는 물론, 초본류까지 매우 다양하게 서식하며 보다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한다네요.

숲이 조성될 당시에는 도쿄의 공해 수준이 심각한 상태였겠지만, 점차적으로 개선되어 현재는 세계적으로 거대한 도시 규모라지만, 청정도시로 평가되지요.

숲속에 흡연 장소를 마련한 것도 의외입니다.



참배로 가장자리에 수 많은 열매들이 수북하게 남아 있습니다.

식용이 가능한 상수리나무와 가시나무의 열매(도토리)가 많네요.

봄까지 남아 있다니 의외입니다.

다람쥐나 청설모가 없나 봅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숲을 지나다 보면 숲속의 광활한 열린 공간도 만날 수 있답니다.

시원하게 트인 잔디 광장이 있기에 숲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들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네요.

지금까지 자연공원 같은 분위기였는데, 다시 도시공원을 연상시킨답니다.

이곳을 여러 번 다녀갔지만 신록의 모습은 또다른 느낌이네요.

도쿄 한가운데 이렇게 웅대하고 매력적인 숲이 있음이 새삼 놀랍고 부럽기만 합니다.

도시소음도 느낄 수 없고 공기도 맑고 상큼하네요.

오늘도 3만 보 실적은 무난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숲속에서 몇 시간을 머물 수 있는 곳은 대부분 경사가 있는 산악이지요.

이곳은 전체적으로 평지나 다름없어 속보로 걸을 수 있답니다.

청정한 숲속에서 속보로 걷는 재미를 모처럼 즐겨보네요.

대단한 숲입니다.

매년 1월1일부터 3일까지 이곳을 참배하거나 다녀가는 사람이 무려 300명에 달한답니다.

이곳은 일본인들의 정신적 고향이나 다름없다네요.

특히 메이지 신궁은 천황을 따르는 일본 우익집단의 상징적 장소랍니다.

















메이지신궁의 어원입니다.

황제가 즐겨 이용하던 정원이지요.

숲속의 조용한 한켠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유료이지요.

숲속의 오솔길을 따라 이동하며 정원의 주제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다실을 비롯한 철쭉원, 연못과 습지, 창포원, 정자와 샘물도 만날 수 있지요.

정원은 사람들의 정성 어린 손길이 묻어납니다.
















거친 숲속에 자리한 아늑하고 정겨운 보금자리입니다.

뜰에는 강렬한 색상의 아젤레아가 만개하여 한층 화사한 분위기네요.

어원은 꽤나 영역이 넓은데 일부는 출입을 통제합니다.

구역을 분할하여 안식년제를 운영하나 보네요. 















싱그러운 신록과 철쭉류의 꽃은 봄 정취의 최고랍니다.

숲속의 정자 쉼터도 운치가 있네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신록의 봄’을 만끽해봅니다.



술통들의 진열장입니다.

왼쪽은 일본의 전통주 사케이지요.

천황은 사케 생산 등 국내의 산업 활동을 장려하였답니다.

그래서 매년 양조협회에서 행사용으로 제공한다네요.

한편 오른쪽은 와인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메이지 천황(1852-1912)은 서양의 기술과 문화를 쉽게 수용하고, 프랑스 요리와 와인도 즐겼다네요.

그런 연유로 2006년 프랑스 브르고뉴 지방의 와이너리들이 홍보를 겸하여 생산품을 기증하고 있답니다.







이곳은 도쿄 시민들의 정신적 고향인 동시에 거대도시 도쿄의 허파 구실은 물론, 시민들의 여가 쉼터이자 힐링캠프입니다.

거대도시 도쿄 한복판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자연이 이렇게 온전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이지요.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도 도시숲의 필요성과 가치를 강조하며 실천함은 도시의 미래를 위하여 매우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모처럼 도시의 청정한 허파 속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네요. 

심신이 온통 맑아진 기분입니다.

*이번 호 경관일기는 경남 사천시에 소재한 조경설계 전문업체 지오(대표 김진숙)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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